애국가 가사 해석 1

애국가
1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후렴)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존하세
2절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3절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마음 일편단심일세
4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애국가를 해석하면서
글/ 한상길
무릇 사람들은 자기에게 익숙한 것들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떤 것에 대해 익숙하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다고 해도 그 앎의 정도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지식의 깊이와 넓이, 높이와 크기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 늘 대하는 사물이 있다. 예를 들면 하늘, 땅, 돌, 흙, 나무, 물, 사람…… 등등. 이것들은 우리가 항상 대하는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말해보라. 하늘은 무엇이고, 땅은 무엇인가? 돌은 무엇이고, 나무는 무엇인가, 혹은 사람은 무엇인가? 결코 그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의문……. 위대한 발견은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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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1절
起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承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轉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結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애국가와 같이 네 소절로 된 노래는 모두 기.승.전.결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애국가처럼 4절까지 있는 노래는 1절은 기, 2절은 승, 3절은 전, 4절은 결로서 되어있다. 여기에서 기(起)란 노래의 시작을 뜻하고, 승(承)이란 그 시작을 잇는다는 뜻, 전(轉)이란 바뀐다는 뜻, 결(結)이란 마친다는 뜻이다. 그것은 起로 시작된 이야기가 承으로 이어지고, 轉에서 장면이 바뀌어서 結이 轉을 이으면서 마치기 때문이다.
▶ 이제부터 애국가 1절의 내용을 분석해 보자
1절의 핵심 내용은 하느님이 보우하사 → 우리나라 만세이다. 하느님이 보우하므로 → 우리나라 만세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보우하심은 원인이고, 우리나라 만세는 그에 따른 결과이다. 즉 원인에 따른 → 결과이다.
하느님의 보우하심은 언제까지인가?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이다. 한마디로 영원히란 말이다.
여기에서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 영원히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절의 내용은 하느님이 영원토록 보우하시니 우리나라 만세라는 것이다. 이 문장의 핵심은 우리나라 만세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우리나라 만세를 위한 조건일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만세는 주(主), 하느님이 보우하사는 주를 위한 종(從)이 된다.
그런데 실제 애국가 가사는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이 아니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되어있다. 물론 이는 우리 어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하자:
A: 아버지는 북을 치고, 딸은 춤을 춘다.
B: 아버지와 딸은 북을 치고 춤을 춘다.
A와 B 두 문장은 비슷하지만 같은 문장은 아니다. A문장은 아버지와 딸의 역할분담이 명확하지만, B문장으로는 아버지와 딸의 역할을 구분할 수 없다. 애국가 첫머리에 이런 문장이 나오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작사자가 천자문을 너무 열심히 공부한 탓일 것이다.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되는 천자문은 <하늘과 땅은 검고 노랗다.>라고 써놓고는 <하늘은 검고, 땅은 노랗다.>라고 풀이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노랫말을 짓다 보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고 쓰고는 <동해물은 마르고, 백두산은 닳도록>이라고 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되는 이유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천자문을 암송하다 보니까 그 사고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란 <무궁화가 화려하게 핀 → 삼천리강산>을 뜻한다. 물론 여기에서 主는 <삼천리강산>, 從은 <무궁화가 화려하게 핀>이다. 여기에서 삼천리강산은 우리나라를 이르는 말이다. <삼천리강산에 무궁화가 피었다>함은 <우리나라가 강과 산으로 이루어진 한 덩어리의 땅>이라는 말이며, 기후의 동질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는 바로 이 땅이 대한이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대한사람인데, 이들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길이 안전하게 보호하자는 말이다. 지구촌 시대니, 세계화 시대니 하는 요즘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소극적이고, 쇄국적이며, 배타성이 짙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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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2절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 이제 애국가 2절을 분석해보자
소나무는 변함없다 → 이는 우리의 기상이라는 것이다. 그 변함없음은 어떠한 변함없음인가? 철갑을 두른 것처럼 겨울바람이 불어도 가을서리가 내려도 변함없이 오로지 푸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함없음이 우리의 기상이라는 말이다. 왜 하필 남산의 소나무인가? 그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가 서울이고, 그 서울을 상징하는 산이 남산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남산이 서울에 있는 그 남산이 아니라, 어느 마을에나 있는 남쪽에 있는 산을 가리킬 뿐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느 산에나 소나무가 많은 것은 아니므로 틀린 생각이다.
애국가 3절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가을 하늘 공활하다>에서 공활(空豁)이란 ‘텅 비어 매우 넓다’는 말이다. 아무 막힘이 없이 탁 트인 마음, 비어 있어 오히려 넉넉한 마음을 뜻한다.
‘구름 없이 맑다’는 것은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뜻하며, 동시에 공활함을 위한 조건이 된다. 곧 깨끗한 마음 → 맑은 마음 → 트인 마음이 되는 것이다.
‘밝은 달’은 가을 하늘의 밝은 달로서 추석날의 보름달을 뜻한다. 이는 넉넉하고 풍성한 마음, 그래서 밝은 마음을 뜻한다. 무작정 밝은 달이 아니다. 풍년을 맞은 농부가 노적가리를 쌓아 놓고 바라보는 추석날의 보름달은 얼마나 푸근하고 정겨울 것인가! 바로 그러한 밝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종합하면 가을 하늘처럼 높고 탁 트인 마음, 가을 보름달처럼 밝은 마음은 우리 마음이고, 이는 우리가 간직해야할 일편단심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편단심(一片丹心)’이란 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서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뜻한다.
애국가 4절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미 말하였듯이 4절은 1,2,3절에 대한 결론이다. 따라서 ‘이 기상’은 2절의 소나무와 같은 기상을 이름이며, ‘이 마음’은 3절의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뜻한다. <이 기상과 이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라>는 것은 소나무와 같은 기상과 변치 않는 참된 마음으로 충성하라 말이다. 그러면 충성이란 무엇인가? 충성이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니, 충성을 다하는 것과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이다.
4절의 핵심은 <이 기상과 이 마음으로 → 나라 사랑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소절 <괴로우나 즐거우나 → 나라 사랑하세>는 첫 소절의 뜻을 이은 반복 구절일 뿐이다. 이와 같이 4소절 노래에서는 항상 첫 소절은 기(起), 두 번째 소절은 기를 잇는 승(承)이 되는 것이다. 물론 ‘괴로우나 즐거우나’는 ‘언제나, 항상’이라는 말이다.
무릇 사람의 몸과 마음은 시시각각 변한다. 우리의 감정도 늘 변하기 마련이다. 그럴지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치 말자는 것이다.
4절의 핵심은 ‘나라 사랑’이다. 또한 ‘나라 사랑 = 충성’이다. 어떻게 나라를 사랑할 것인가? ‘2절의 소나무와 같은 기상과 3절의 보름달 같은 마음으로’ 곧 변함없는 참된 마음으로 나라를 사랑하자.
언제 나라를 사랑할 것인가? 괴로우나 즐거우나 → 곧 언제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