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란이 작심한 듯.
(- 인남식 교수)
○미, 이란 양측의 휴전의 의지와 동기가 있고, 협상 아젠다를 계속 조율하고 있다.
▪︎사실 일부 의제는 어느정도 접근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이번만큼은 쉽게 합의하지 않겠노라 버티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단순히 빨리 상황을 종료시키기 보다는 어차피 전쟁이 일어나 두드려 맞은 김에, 차라리 판을 크게 흔들어 구도를 바꾸고 싶어하는 듯 하다.
▪︎전쟁방지 즉 억지차원에서의 수세적 협상이 아니라, 역내 지위 확보차원의 공세적 협상의지로 읽힌다.
●농축 등 핵주권과 관련된 구체적 의제 논의와 별개로, 몇가지 관심포인트가 있다.
◇첫째, 확실한 억지 결심:
물어뜯기 및 고통부과 전략
▪︎협상중, 그것도 잘 진행중이던 회담을 갑자기 깨고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공격당한 이란은 대화와 전쟁을 별개로 가져가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무력에서 압도적 열세이고, 전장이 이란이기에 피해가 막심하지만 이번에 개싸움하듯 물어뜯지 않으면 또 당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판판이 보복 공격중이다.
▪︎여기에는 비용(고통)부과 cost-imposition 전략이 핵심이다.
▪︎즉 승리의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도록 판을 끌고 가는 전략으로 이란의 무차별적 수평확전 horizontal escalation에 대응하는 미국의 요격자산 비용이 계속 커지게 만드는 중이다.
▪︎여기엔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재고가 예상과 달리 70퍼센트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 같다는 추론과도 맞물려있다.
▪︎어떻든 이란은 어차피 두드려맞아 이미 잃을만큼 잃었다. 공격할 걸프 지역 시설과 호르무즈라는 인질을 붙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 피를 흘리는 한이 있더라도 차제에 미국과 이스라엘도 물어뜯어 피를 흘리게 해야 다시는 함부로 이란을 못건드린다는 억지 차원의 비례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쟁 양상이다. 그렇게 고생했던 이라크나, 아프간에서도 적어도 개전 한 달 이내에 승리선언 및 수도에 미군 진주가 가능했는데 이란은 백일째 멀리 떨어져 미사일만 주고받으면 협상을 하는 형국이다.
◇둘째, 역내 친이란 무장집단 (프록시)에 대한 입장 변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이란 자국 공격 간주 및 휴전 위반으로 끌어올리며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로 삼는 모습이다.
▪︎여기에 헤즈볼라 지도부가 감읍(?)하고 있는 모양이다. (종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례적인 욕설 비난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가공할만한 이란 프록시 제거작업으로 사실상 무력화되는 과정이었다.
▪︎이란도 작년과 올해 전쟁을 겪으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아예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외곽 헤즈볼라 거점을 마치 이란 영토처럼 간주하며 대미 협상의 의제로 올려놓았다.
▪︎단순히 forward defense doctrine의 하위 파트너가 아니라, 동맹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며 치고나가고 있다.
▪︎후티 반군에 대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며 홍해 남부 통제를 유도하는 듯. 이란은 칩을 자꾸 더 걸고 있다.
◇셋째, 기존 지정학 구도에 새로운 축 추가: New resistance security belt
▪︎혁명수비대 해외특작부대인 쿠드스 여단의 에스마일 카니 사령관은 새로운 해상 안보 벨트를 선언했다.
▪︎호르무즈에서 바브알만데브로 이어지는 즉, 페르시아 걸프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아라비아해-아덴만 일대를 이란의 해상 영향권으로 설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오만이 끼어있는데 최근 워싱턴에서 '오만도 날려버릴 수 있다'는 등의 거친 표현이 나왔던 배경 중 하나가 이란과의 SLOC관련 이면 협상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단순히 호르무즈 통항분리대 내 이란영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무력 위협을 넘어서서, 아예 아라비아해에서 이란 프록시와 연대하여 반이란 선박에 대한 통제 선언을 한 셈이다.
▪︎물론 현재 이란의 해상 통제 능력이 있을 리가 없다. 수사학 차원으로 보는게 맞다. 그러나 후티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브알만데브 해협만큼은 이란이 관여할 수 있다.
▪︎호르무즈와 함께 두 점을 연결시키면서 그림을 크게 그린 셈. 기존 쿠드스 여단이 시아 초생달 지대론을 중심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육로 연결망을 다져왔다면, 이제는 해상 연결망도 눈독을 들이고 있음을 공론화했다.
◇넷째, 양보없는 호르무즈 메카니즘: 제재를 견디는 재정확보 수단으로.
▪︎이란 입장에서는 협상이 타결되어 전쟁이 끝난다해도 상황이 종료되는 건 아니다. 물론 이란은 지지 않으면 이기는 거라는 이야기를 내놓을만 하다.
▪︎하지만 체제를 지키고, 핵주권도 원하는대로 타결된다고 해도, 그래서 승리선언을 한다해도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즉 비워진 군수 창고를 채워야하고, 파괴된 사회인프라를 우선 순위로 복구해야 하면서 불거질 문제다.
▪︎가뜩이나 약한 재정여력을 동원하면 생활고로 인한 민심이반은 불보듯 뻔하다.
▪︎즉 제재가 지속되는 한, 이란은 1년 내외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 때 좀 더 전향적인 협상이 가능할 수 있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차라리 이번에는 임시 합의로 종전 후, 다시 제재 압박을 통해 이란의 핵의지를 좌절시키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이란은 제재 중에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호르무즈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군사작전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를 무력화시키기 무척 어렵다는 점을 이번에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란은 수세적인 입장에서 휴전과 종전을 서두르던 기존 태도에서, 어차피 당할만큼 당했고, 미사일 자산 산수에서 자신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상대적으로 공세적인 태도로 바꾸고 있다.
▪︎물론 경제난, 무력화된 방공망, 내재된 국민의 반감 등을 종합하면 이란의 이런 공세적 행보가 반드시 성공하리라 보장할 수는 없으나, 차제에 판을 바꾸려는 의도는 점차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런 태도가 곧 협상력 우위를 위한 전술이기도 하고.
▪︎이 와중에 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격추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을 선언했다가 '별거 아니라고' 했다가, 조금 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다만 '자위권 차원에서의 보복임'을 명확히 하긴 했다. 확전을 통제하는 분위기는 확연하다.
▪︎협상 타결이라는 술레가 손에 잡힐듯 잡힐듯 하면서도 한발씩 자꾸 뒤로 물러나는 국면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 개인적으로는 타결가능성을 아직은 높게 보지만, 계속 잽이 오가고 있다. 그게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