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서영춘 선생이 불러 선풍적인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서울구경(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은,
▪︎놀랍게도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발표된 노래를 원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뿌리를 따라가 보면 꽤 흥미로운 역사적 여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진짜 원곡:
◇미국의 <The Laughing Song> (1895년경)
▪︎이 멜로디의 진짜 원조는 미국의 흑인 가수 조지 W. 존슨(George W. Johnson)이 1895년 무렵에 발표한 <The Laughing Song>(웃는 노래)입니다.
◇역사적 의미:
▪︎조지 W. 존슨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자신의 목소리를 레코드판에 취입한 유색인종 가수로, 이 곡은 당시 미국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한 대히트작이었습니다.
◇원곡의 내용:
▪︎서영춘 선생의 버전처럼 신나게 웃는 소리("하하하하~")가 후렴구로 들어가지만, 원곡의 가사의 내용은 꽤 씁쓸합니다.
▪︎흑인인 자신을 보고 외모나 인종을 비하하며 놀려대는 백인들을 향해, 차라리 헛웃음(자학 개그)을 지으며 우회적으로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다소 무거운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2. 한국 최초의 번안:
<유쾌한 시골 영감> (1936년)
▪︎이 팝송 멜로디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였습니다.
▪︎1936년, 가수이자 배우인 강홍식 선생이 이를 번안하여 <유쾌한 시골 영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강홍식 선생은 배우 최민수 씨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이때 시인 유도순 선생이 가사를 붙이면서 원곡의 슬픈 인종차별 내용은 완전히 빠지고, "시골 영감이 처음 기차를 타면서 매표소 아가씨와 차표 값을 깎아달라고 실랑이를 벌이는" 유쾌하고 해학적인 한국식 서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3. 서영춘 선생의 버전으로 국민 가요가 되다
▪︎해방 이후, 1950년대에 '홀쭉이와 뚱뚱이'로 유명했던 코미디언 양석천 선생 등이 이 노래를 이어 불렀고,
▪︎1960~70년대에 이르러 '서영춘' 선생이 특유의 빠른 템포와 익살스러운 몸짓, 애드리브를 더해 <서울구경>이라는 이름으로 완성시키면서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그 전설적인 코믹송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흑인 민요풍 팝송(<The Laughing Song>) 멜로디가 일제강점기 <유쾌한 시골 영감>으로 번안되었다가, 최종적으로 서영춘 선생의 <서울구경>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입니다.
▪︎130년 전 미국 흑인 가수의 웃음소리가 우리 전통 만담·코미디의 정서와 만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지요.
https://youtube.com/shorts/6fGw71uXqc4?si=V5SVH77PYmm69_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