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질링(Darjeeling)! 인간의 집념이 만든 산간 도시
사람의 몸은 환경에 민감한 것인가, 인간은 변화에 견디기 어려운 존재인가?
살인적인 불볕더위를 겪었던 콜카타(Kolkata)와는 달리 다르질링(Darjeeling)에 와서는 추위에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치 예견이나 되었던 것처럼 다르질링 도착 전날 큰 비바람이 불어 닥쳐서 나무가 쓰러지고 길이 붕괴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이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겨 버린 것이다.
저 아래 평지, 콜카타의 더위에 젖은 땀을 식히려 온수가 아닌 찬물에 샤워를 했는데, 얼마나 차가운지 머리가 시릴 정도다. 그만 기침과 함께 온 몸이 떨린다.
여기서는 사람들의 옷차림새도 다르다. 긴 팔 셔츠, 니트나 가벼운 패딩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
이틀째 모든 전기 에너지가 중단되어 버린 인구 10만의 작은 산악도시, 다르질링!
세계적인 홍차산지로, 영국식민지 시절 콜카타의 더위를 피해 휴가 지로써 개발되었다. 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취향을 맞추고 식민지 중에서 차재배지를 갖고 싶어 했던 대영제국의 욕구를 인도 북동부의 해발 2,200m 산간지역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 인도인들이 차이(Chai)를 즐겨 마시게 된 것도 홍차의 과잉공급을 해소하고자 했던 것이다.
거대 인구의 인도에 수요를 강제로 맡겼던 것이다. 차이는 홍차에 우유와 생강을 섞어서 끓여 마신다.
해발 2,000m도 안 되는 한라산이나 지리산 정상을 올라 본 사람들이면 그 정도의 높이에서는 한 여름이라도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여기의 기온은 저 아래 지상의 한 여름과는 달리 늦가을이다.
다르질링에서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하고 집요한 가를 느낄 수 있다.
산비탈에 다닥다닥 마치 성냥갑들처럼 들어붙어 있는 건물들, 꼬불꼬불 산길을 닦아 만든 좁은 도로와 달리는 자동차들로 항상 차들의 정체와 클랙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건물과 집들 사이로 나 있는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길들, 큰 장터 같은 바자르가 있고, 길가에는 생필품을 비롯한 물품들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어디서 공수해 왔는지 신선한 생선을 파는 어물전들도 몇 개 다르질링 역 근처 도로 가에 있다.
산간도시이지만 모든 것이 평지의 여느 도시와 똑 같은 기능을 하고 생업을 유지한다.
얼마나 놀라운가! 이렇게 높은 산속에서 도시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다르질링 역(Darjeeling Station)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라있다. 석탄을 태워서 동력으로 사용하는 증기기관 기차인 토이 트레인(Toy Train)이 저 아래 뉴 잘패구리역(New Jalpaiguri Station)까지 오간다. 19세기 후반 다르질링을 개발하면서 홍차와 사람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된 철로는 지금도 이 지역의 운송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시속 20km에도 못 미치는 속도 때문에 오늘날에는 산간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에 밀려나 옛날 추억 열차쯤으로 전락해 있긴 하지만, 80km이상되는 철로의 건설과정은 다르질링 역의 건물 벽에 흑백사진들과 함께 그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다르질링 오는 길 또한 만만치 않다. 콜카타에서 열차로 뉴잘패구리 역까지 11시간 정도 걸린다.
뉴잘패구리 역에서 지프차로 3~4시간 가파르고 험난한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야 도착하는 곳이 다르질링이다. 토이 트레인을 타고 간다면 8시간 이상 걸린다. 만약 델리에서 출발한다면 열차만 20시간 이상 걸린다. 그런데도 해마다 4~5월이면 대도시에서 휴가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다르질링에는 홍차와 서늘한 기온 말고도 매력적인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다르질링의 가장 큰 포인트는 히말라야 일출을 보는 것이라 한다.
시내에서 16km 정도 떨어진 타이거 힐(Tiger Hill, 해발 2,590m) 전망대에서 보는 일출 광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다르질링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타이거 힐 일출을 보러 간다.
어제 오후에 도착한 나도 지프차 스탠드에 가서 한 지프차 기사를 잡고 가격흥정을 했다.
깎고 또 깎아 현지에서 합류한 다섯 사람이 1,300루피(26,000원)에 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새벽 4시에 숙소 앞에서 픽업하는 것으로 했다.
다음 날 약속시간에 나와 보니 내가 예약한 차는 보이지 않고 다른 차들만 몇 대 와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십 분을 기다려도 나타날 기색이 없다. 기사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도 없는데, 어제 혹시나 싶어서 내 카메라에 기사의 얼굴을 찍어 둔 게 있어 다른 기사에게 보여주니 잘 모른다는데, 난감하다.
내가 예약을 했으니, 다른 네 사람에게 미안하다.
그 때 한 기사가 지프차 스탠드로 가면 임시차를 타고 갈 수 있을지 모르니 가 보는 게 좋겠다고 알려준다.
일행과 함께 스탠드로 가는 중에 우리 기사 녀석이 차를 몰고 나타난다. 이 십분 가까이 늦은 셈이다. 가는 중에 교통체증이다. 이 새벽시간에, 이곳을 방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출을 보러 가기 때문이다.
녀석은 늦어서 미안했는지 차를 돌려 차들이 잘 안다니는 우회 길로 달려간다. 5시 반의 일출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타이거 힐에 도착하니 이미 도착한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전망대에 서로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 난리법석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칸첸중가(Kanchenjunga, 8,589m)의 설산 봉우리들이 아침 여명을 받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카메라 렌즈의 망원 줌으로 당겨 보니 산 정상에 눈보라가 휘날리는 모습이 극적이다.
마침내 동쪽의 다른 산 정상에서 붉은 태양이 떠오르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모든 사람이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댄다.
일생에 단 한 번의 기회일 수도 있는 이방인들의 시선에서는 70km 멀리 떨어져서 보는 칸첸중가의 생생한 일출의 파노라마는 감동, 그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인종과 민족, 국가를 초월하여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서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고 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카메라 렌즈 앞에 선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와 표정을 하고서...
일출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니 로드니라는 이름의 우리 기사가 기다리고 있다.
녀석은 늦어서 미안했는지 숙소로 가는 길에 서비스로 산간도시의 외곽도로를 달리면서 다르질링을 구경 시켜 주겠다고 말한다. 정말로 고마운 일이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로드니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다르질링의 인구 십만 명중 절반은 자신처럼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도 4개나 있다.
휴가시즌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온다.
여기는 지프차가 많은데 대부분 인도 브랜드인 타타 자동차와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가 가장 많다. 한국의 현대 자동차도 가끔 있다. 등등 참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다르질링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의 인디언처럼 까만 피부가 아닌 몽골인종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조상이 네팔이나 티베트인들이 많다.
음식도 인도와는 다르다. 티베트 음식인 모모, 뚝바, 뗌툭, 중국음식인 볶음밥, 초우면 등, 그리고 여기서는 쇠고기,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음식도 맛있고 값도 저렴한 편이다.
한 티베트 식당에 갔는데, 트레킹 가이드를 부업으로 하는 나왕이라는 이름의 주인 남자가 붙임성 있게 음식들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합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맥주도 주문하면 내어 놓는다. 킹피셔 스트롱 한 병과 모모와 야채 스프, 에그 프라이드 라이스를 시켰다. 맛있다.
기념으로 마침 식당집의 귀여운 꼬마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있어서 주인내외와 사진을 찍었다.
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맥주 한 잔 했다.
해피 밸리(Happy Valley)는 다르질링 시 외곽에 있는 홍차를 재배하고 가공까지 하는 농장이다. 방문하면 수확한 차 잎을 가공하는 전 과정을 설명해 주고 시음까지 하게 해준다. 여기서 생산되는 차의 대부분은 영국의 유명백화점에 납품한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해피 밸리에서 이십여 분 정도 더 걸어가면 동물원과 히말라야 트레킹 학교가 있다.
동물원에는 히말라야지역에서 서식하는 동물들을 주로 볼 수 있으며, 호랑이, 표범, 원숭이, 야크 등과 각종 조류들도 있다.
트레킹 학교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네팔인 세르파 텐진 세르게이가 후진양성을 위해 세운 것으로 박물관과 함께 있다.
박물관에는 전 세계 각국의 에베레스트 등정 인물에 대한 소개와 그들이 사용했던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고, 히말라야 산맥에 대한 모형물도 전시되어 있다. 인도, 네팔, 중국 등 여러 나라에 걸쳐 방대하게 펼쳐져 있는 히말라야산맥의 수많은 봉우리들과 위치를 엿볼 수 있다.
7,000~8,000m 이상 되는 높이의 히말라야의 정상에 대한 도전은 일부 전문 산악인들만의 일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보면 인간의지의 한계가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과거에는 저렇게 열악한 장비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는데...
다르질링은 접근하기 어렵고 위험한 산길을 가야하는 곳이고 살기에도 불편함이 많은 지역임에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히말라야라는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대자연이 있기 때문이 아닐지...
경사진 차 밭과
비탈진 집들이
겹쳐진 이미지
고단한 삶들이
다질링 차 잎에
단단히 붙었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강보현 작성시간 19.03.25 부지런하기도 하시네요...항상 좋은 정보를 꾸준히 올려주셔서 우리 카페에 큰 공헌을 하신 이대표님의 노력과 정성에 보답하고자 이 대표님을 정회원에서 우수회원으로 특별 승급을 시켜드립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강보현 작성시간 19.03.25 우수회원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작성자newchalleng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9.03.25 ㅎㅎ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보잘 것없는 저의 여행기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