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지디에 대해 검색하며 알게 된 사실은 지디의 별명이 권사포, 권시크, 권까칠, 권도도, 권조련, 권x랄 등등 이라는 거다. 무도에서는 순둥순둥한 모습만 보여줘서 잘 몰랐는데, 아마도 꽤 까칠한 구석도 있나보다. 알고보니 이 친구가 빅뱅의 리더였고, 음반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으며, 자기맘에 들때까지 멤버들을 쥐어짜서 녹음을 하기로 유명하단다. 그래서 무도가요제 초창기때 빅뱅팬이 쓴 어떤 트윗에는 '정형돈 앞으로 권사포에 게 사포질 좀 당하겠구만' 이라는 의미심장한 예언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실제로 2011 서해안 가요제때를 보면 파트너선정때부터 자기는 작업할 때 예민하다고 지디 본인 입으로 엄포를 놓았더랬다. 진짜로 녹음에 들어가니 얼굴이 싹 바뀌어서 박명수 조련을 시작하기도 했었고... 그간 박명수의 호통에 짓눌려 기도 못펴던 순둥이 지디는 어디로 갔는지, 무표정으로 '다시~'를 연발하거나 재주넘은 곰에게 주는 건빵같은 어조로 '잘했어요'를 짧게 내뱉곤 했었다. 그걸보고 어린애가 되게 프로페셔널한 데가 있다고 감탄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런. 데!!!!
우리 지디가 달라졌어요!!!!!
권사포는 개뿔~ 권버터, 권생크림, 권연유, 권설탕..... 암튼 형용할 수 있는 모든 달달하고 부드러운 것들을 다 모아놔도 녹음실의 지디를 표현하기는 힘들거다. 이건 뭐 아프로디테를 눈앞에서 본 청년같은 표정을 하고, '좋아요 최고에요 완벽해요 멋져요 천재에요' 등등의 찬사만 연발하고 있으니.... 말하는 어조만 보면 이게 녹음디렉팅 중인지 '알러뷰 베이베~'같은 사랑고백중인지 아리송할 지경이다. 실제로 이 장면을 보던 기존 지디팬들은 크게 경악한 나머지 권사포라는 별명을 권양털로 바꿔야겠다고 진지하게 의논했다는 후문ㅎㅎ
무슨 짓을 해도 지디가 좋다~좋다~만 해대니까 나중엔 정형돈도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장난삼아 선보인 생배창법(!)에도, 웃기라고 보여준 알앤비 창법에도 바로 이거였다며, 형은 천재였다며 감탄만 연발하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갈수록 기괴해져가는 이 노래의 결말이 심히 걱정되기는 하지만, 뭐 제 귀에 캔디라고 지디가 저리도 좋아하니 그걸로 됐다 싶기도 하고...
이 방송이 나가기 전, 두 사람의 노래 <해볼라고>는 그야말로 미지의 노래였다. 직접 듣고 온 사람의 후기에 따르면 '뭐라 한마디로 표현하긴 그런데 암튼 꿀렁꿀렁~한 느낌의 노래'란다. 실제로 좋았다는 의견과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기도 했다. 몇장 공개된 공연스틸컷은 더욱 가관이다. 대체 무대에서 뭔 짓을 한 거냐1!! 싶은 어처구니 없는 포즈들만이 찍혀나온 것.. 도대체 지디는 뭔 노래를 만들어서 왔단 말인가!!!
녹음실 장면이 방영된 이후에야 <해볼라고>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풀릴 수 있었다. 꿀렁꿀렁~한 느낌은 지디가 직접 창안한 '타령랩'이기 때문이었고, 부채까지 대동한 허연의상의 비밀은 한복을 모티브로 한 거였다. 형돈이 장난삼아 시작한 홍홍랩을 기반으로 해서, '120으로 할까? 100은 어때? 뚱뚜둥뚱뚱~' 하고 mbc로고송을 불렀던 형돈의 개그멘트에 착안해 만들어진 100% 형돈만을 위한 헌정곡, 그것이 바로 지디가 만들어온 <해볼라고>의 정체였다. 여기에 지금껏 형돈이 보여준 각종 퍼포먼스들이 지디의 눈으로 새롭게 재해석되어 깨알같은 안무로 곁들여진다. 그야말로 '형돈의, 형돈을 위한, 형돈에 의한 노래' .... 이것이 바로 지디의 작곡컨셉이었던 거다.
하지만 노래를 들은 형돈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원한건 그냥 적당히 신나고 대중적인 힙합 정도였지, 이렇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장르가 아니었던 것. 지지난해, 남들이 신나는 댄스곡할 때 혼자 우중충한 탱고음악에 맞춰 순정마초를 불러야 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기 시작해 급 우울해진 도니... 우잉~ 난 타령랩 하기 싫단 마랴~~
하지만 자신의 반응에 실망하는 지디를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신세다. 그럼 너 좋은대로 이걸로 하자며 녹음에 들어가긴 했는데, 이건 뭐 갈수록 태산이다. 장난으로 이상한 창법을 보여주었더니, 그거 너무 좋다며 다시 재 녹음할 필요도 없이 이걸로 그냥 가잔다. 설마.. 농담이지?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지?? 하고 재차 물어봐도, 이미 판단력을 상실한 듯한 천재 디렉터의 대답은 한결같다. 완벽하게 최고로 멋지다고... 완전 자기스타일이라고.... 이런 노래 부를 수 있는 건 천재인 도니형님 뿐이라고... 그래....뭐... 네 귀에 캔디면 그걸로 된거지 뭐.....
정형돈이 이상하게 가요제때마다 뮤지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것, 그리고 혼자만 예술성이 과도하게 넘치는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 그것은 사실 정형돈 자신이 지닌 힘 때문이다. 대대로 무도가요제에는 본편참가곡이외에 꼭 언급되는 전설적인 노래들이 있는데, 바로 정형돈의 1,2차 중간평가 참가곡들이다. 언뜻 기억나는 것들만 모아봐도 전자깡패, 늪, 영계백숙, 여러분 등 생각만해도 빵빵 터지는 주옥같은 노래들이다. 분명 잘 부른 건 아닌데, 엄청난 무대장악력을 보여주며 빵빵 터지던 그 노래들이 지녔던 묘한 매력. 그게 바로 정형돈의 음악적 가능성이다. 늘 자기만의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싸여있는 뮤지션들에게는 정형돈의 이런 강렬한 자기색깔이야말로 파리지옥같이 강렬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늘 정형돈은 충격과 혼돈의 도가니와 같은 무대를 만들어낸 후,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뮤지션들의 넘치는 구애 속에서 파트너 1번으로 뽑혀나간다.
뮤지션들의 예술적 영감을 이렇게 자극하며 뽑혀왔으니, 뮤지션들의 예술적 실험대상이 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 지금껏 해보고 싶었는데 차마 자기는 못해볼 것 같은 것들을 형돈의 음악에 죄다 쏟아붓는거다. 다른 멤버들은 박명수-전자음악, 유재석-복고댄스, 정준하-발라드 하하-레게와 같은 선호장르들이 있지만, 정형돈은 그런 거 없이 뭐든 시키면 다 잘한다. (음악적으로는 답이 없는 노홍철과 같은 뮤지션이라 부담스러운 길은 애초에 제외) 게다가 성량이나 음감도 나쁘지 않고 무대 표현력도 좋다. 여기에 톡톡튀는 작사 아이디어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실험창법까지 옵션으로 딸려 있으니, 작곡자 입장에선 꽤 신나는 일이다. 남들과 똑같은 것은 절대 금기라고 여기고 있는 독창성매니아 지디라면 더더욱 그러하겠지...
어쨌든간에 지디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게 그저 신나고 좋아서 <해볼라고>안에 엄청난 실험요소들을 때려부었다. 여기에 넘치는 애정으로 눈과 귀가 멀어버린 지디 본인의 편애가 합해지니 뭔가 무시무시한 노래가 탄생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루이암스트롱 창법 어쩔 거냐구 ㅜㅜㅜㅜ
과연....정형돈이 1인 3역까지 해가며 불렀다는 세기의 역작 <해볼라고>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이번 주말 무도 가요제에서 드디어 그 정체가 밝혀진다!! 개봉박두!!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