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 이어지는 <무한도전 가요제 사이드스토리> 달달특집 하편.
오늘도 여러분의 씹덕폭파를 책임질, <해피가 뽑은 10개의 달달 명장면>
그 나머지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
6 사랑의 화살
자, 이제 어느정도 서로의 마음도 확인했고, 적당히 친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연애에서 가장 힘든게 바로 그 다음 단계다. 왜 그런 남자 있잖은가. 좋아서 사귀기 시작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엄청 지루한 남자 말이다. 연애란 것도 사람과의 사귐인지라, 맘맞고 재밌는 친구같은 관계가 되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은 거다. 그래서 남자든 여자든 너무 우직한 곰보다는 적당히 애교있는 여우가 더 좋은 법인게다. 마치 지디처럼??
직접 사귀어보니 생각보다 훨씬훨씬 더 애교가 만발한 우리의 지디군. 휴지로 꽃도 접어주고, 포스트잇에 이름도 폼나게 써주고, 별것 아닌 농담에도 깔깔 자지러주게 웃어주고, 가끔은 간드러지는 애교도 보여준다. 어우~야~ 난 뮤직비디오만 보고 너 엄청 무서운 애인 줄 알았어~~!!
그랬다.. 그냥 투박하고 성실한 남자가 취향인 해피양에게 지디는 좀 무섭고 부담스러운 타입이었다. 몸 여기저기 있는 문신도 무섭고, 주렁주렁한 귀걸이나 징박힌 반지도 무섭고, 스모키한 눈화장도 무섭고,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쎈 이미지들도 무섭고.. 암튼 그랬었더랬다.
그런데 무도에서 보여준 진짜 지디의 모습은 그야말로 순둥순둥 애교쟁이다. 생각보다 애가 싹싹하고 예의도 바르고, 다정다정 잘 웃고, 애교도 만점이다. 도니를 향해서 에잇~하고 사랑의 화살을 날려주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애교로 손꼽히는 장면!! 에잇~하는 장면도 귀엽고 던지고 나서 뿌듯한 얼굴로 헤실헤실 웃는 것도 귀엽다. 어우~ 저런 귀염둥이는 어디서 파나요? 주머니에 하나만 넣어갖구 다니게!!
7 동묘벽밀씬
동묘화살씬이 애교지디의 꽃이라면, 터프지디의 백미는 동묘벽밀씬이다.
동묘에서 <비딱하게>뮤비를 찍기로 한 두 사람은 연인에게 버림받고 잔뜩 비뚤어진 채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니는 지디의 모습을 촬영하기로 한다. 뮤직비디오랑 똑같은 자세로 터프하게 도니를 벽에다 밀쳐버린 지디. 그런데.... '아, 이건 또 뭐야~~'하며 맞시비를 걸어주어야 할 도니가 '아학~'하는 기묘한 신음을 내지르는 바람에, 분위기가 영 요상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냥 평범하게 싸움 씬을 찍으려던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드라마에서 키스씬 전에 자주 쓰인다는 터프 벽밀씬이 되고 만 것!!!
런던 뮤직비디오 촬영때처럼 무심코 밀었던 지디가 의외의 반응에 당황해서 쳐다보자, 반라(!)의 우윳빛깔(!!) 애기피부(!!!!!)의 도니가 그렁그렁 눈망울로 쳐다보고 있다. 이 분위기를 어쩔.....!!! 결국 둘이서 아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이 장면은 황급히 마무리된다. 벽에 삐죽삐죽 돌멩이가 튀어나와 있었다며, 남사스런 신음에 대해 변명하는 도니의 옹알거림을 뒤로 한 채.
8 손 꾸욱~
선상파티를 겸한 중간점검때, 그간 밀당의 그물에서 허덕대온 도니의 불만이 드디어 빵 터지고 말았다. 바쁜 해외일정탓에 얼굴한번 보기 힘든 것도 섭섭하고, 짧고 무뚝뚝한 문자도 섭섭하고, 먼저 연락안해주는 것도 섭섭하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따뜻한 애정이, 그리고 거기에 흔들리던 자신의 설레임이 다 가짜같인 것만 같아 속상해져 버린 형돈. 그런 형돈의 불안과 섭섭함에 대한 지디의 대답은 그저 말없이 꾸욱 손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때로는 그럴 때가 있다. 백마디 말보다 말없는 행동이 더 크게 다가올 때. 네 마음 못 믿겠다며, 부족한 것 없는 애가 왜 나같은 걸 좋아하는 거냐며 불안해하는 도니를 위해, 지디는 별다른 설득을 하지 않는다. 그저 꼬옥하고 손을 잡아줄 뿐. 사랑이란 원래 그런거다.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 맞잡은 두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과, 두근두근 함께 뛰는 옅은 심장박동의 느낌. 그냥 그걸로 충분한 거다.
그냥 둘이서 꼭잡은 손만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티비화면을 보는데도, 대책없이 가슴이 두근거려 혼났다는 후기들이 줄을 지어 올라오던 그런 날이었다. 한편, 지디 저녀석이 보통 고수가 아니로구나~!! 하고 깨닫게 된 날이기도!!
9 키스 후
지디-도니 커플이 예뻤던 것은 남x남 커플이라는 상당히 위험한 설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 순수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별의 구분따위를 떠나서, 그냥 누군가를 보면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설레여하는 그런 간질간질하고 따끈따끈한 느낌들이 좋았더랬다.
그런 느낌의 정점이 바로 무대인터뷰때 보여주었던 키스씬이다. 가벼운 볼키스였고, 그나마도 대부분 편집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이 작은 마주침이 주는 수줍음과 설레임은 화면 밖까지 생생히 전달되어 온다. (앞 글에 소개한 미방영 인터뷰화면을 참조하시라)
사랑이란 건 그런게 아니겠나. 입술이 맞닿고 손이 맞닿는,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행위에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설레고 행복해 지는 것. 그래서 이 퍽퍽한 인생을 조금쯤 살아갈만 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뭐 그런 것 말이다. 짧은 키스 후 얼굴이 벌개져 부끄러워하던 두 사람의 모습은 잊고 지내던 그런 사랑의 모습을 아주 잠깐 떠올리게 해 준다. 아이 달달해라~!!
10 마지막 안녕
단연컨대, 이 장면은 해피가 처음으로 찍어주는 족집게 명장면일 것이다.
5주간의 달콤햇던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달콤했던 이 장면은... 안타깝게도 방송되지 못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도니도 눈치채지 못했고, 대다수의 시청자들도 보지 못했던 숨겨진 뒷이야기이다.
가요제 마지막 단체곡때, 두 사람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꽁냥대더란 소문은 아마 다 들었을 것이다. 전 출연진이 합창곡을 위해 한줄로 서 서서 스탠바이하고 있을 때부터 소근소근 도란도란 깔깔대며 엄청 부산스럽던 두 사람은, 태호피디가 학생주임이었다면 분필을 날릴 듯한 상황을 계속 연출 중이다. 그러다 노래가 시작되고 도니가 부를 차례가 다가오자, 옆에 서 있던 지디가 스윽 도니 뒤로 자리를 옮긴다.
갑자기 등뒤에서 안아오는 기척에 놀란 도니, 하지만 애교있는 지디의 웃음에 그냥 무심히 같이 웃어주고 만다. 도니가 노래를 부르는 내내 어깨을 붙잡고 매달려 애교를 부리는 지디. 하지만 삑사리 안내고 노래해야 한다는 열의에 불타는 도니는 그냥 그러려니 웃어주며 넘길 뿐이다.
어느덧 노래는 끝나고, 잦아드는 악기소리 위로 보아의 마지막 솔로파트가 아련하게 울릴 때 즈음, 형돈의 어깨를 잡고 있던 지디는 고개를 살짝 들어 꽃가루가 날리는 하늘을 바라본 후, 아주 살짝, 형돈의 어깨위로 얼굴을 기댄다. 그리고 박수대신 형돈의 어깨를 토닥인다. 잘 했다는 듯. 고마웠다는 듯.
형돈도 미쳐 느끼지 못할만큼 아주아주 가볍고 짧은 포옹. 하지만 이때 지디의 표정이 적어도 내겐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귀가 먹먹한 함성소리와 눈처럼 날리는 종이꽃가루, 노래를 하느라 웅웅 울리는 형돈의 체온, 그리고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짧지만 즐거웠던 추억들. 이 모든 것에 둘러싸인 채 그가 짓고 있던 짧은 한숨과 짧은 미소.
앞전의 글에 마지막 무대의 지디가 참 행복하고 슬퍼보였다는 이야기를 썼었는데, 바로 이 장면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서 한 얘기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지나치고 말 아주 작은 움직임과 표정이었는데, 그 순간 그냥 이 친구가 느끼는 감정같은 게 확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연애냐 우정이냐 하는 가벼운 잣대로 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저... 외롭게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잠깐 얻었던 안식과 행복에 감사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우연히 살짝 엿본듯한 느낌....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그때 그 둘을 감싸며 흐르던 노래로 대신하려 한다.
그래, 괜찮아 잘해온 거야 그 힘겨운 하루 버티며 살아낸 거야
지지마 지켜왔던 꿈들 이게 전부는 아닐 거야 웃는 날 꼭 올 거야
괜찮아 잘해온 거야 길 떠나 헤매는 오늘은 흔적이 될 거야
시원한 바람 불어오면 우리 좋은 얘길 나누자 시간을 함께 걷자
그게 너여서 좋아
그래, 우리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