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기다리셨죠~!! 퓨어 아티스트 팬질 두번째 시간입니다. 중간중간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예정과 달리 덜 퓨어해졌다는 게 함정이지만, 어쨌든 다시 퓨어로 돌아가 봅시다 ㅎㅎ
두번째 곡은 초반부터 굉장히 많은 추천을 받았던 쉬즈곤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곡은 호오가 많이 갈리는 곡이에요. 초보팬인 해피에게 가장 먼저 들어봐야할 곡으로 추천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힘들어서 두번은 못듣겠다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도대체 어떤 곡이길래 반응이 이렇게 나뉘나 궁금해하던 미지의 노래 쉬즈곤. 지금부터 함께 들어볼까요.
이 뮤직비디오는 공중파방송따윈 필요없어!! 라는 배짱으로 만든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코드를 지니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감금부터 살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암시나 상징이 아닌 구체적인 묘사로 살인과정을 그려내고 있죠. 사실 초반부터 나오는 담배씬부터, 공중파방송따윈 엿이나 먹으라는 느낌이군요.
이 부분부터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모든 영상물에서 시청등급이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이거든요. 모두들 가능한 시청등급을 낮게 잡아서 공중파에서 많이 방영되기를 바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초장부터 배짱 좋게 나가는 뮤직비디오는 참 신선합니다. 등급을 포기한다는 건 상업성을 배제한다는 거고, 거금들여 뮤비 찍으면서도,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으로 나가겠다는 선언인 셈이니까요. 이런 발칙한 도전들은 정말 좋지 말입니다.
자, 이번엔 가장 먼저 보이는 색감을 살펴볼까요? 전반적으로 '흑백'이라는 느낌이 드는 화면이지만, 사실 이 뮤비는 흑백화면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그레이쯤 되는 모노톤이긴 한데, 각각의 장면마다 컬러링이 다릅니다. 촬영분을 우선 모노톤으로 처리한 다음, 전문 컬러리스트가 섬세한 보정작업을 거쳐서 만들어내는 색감들이에요. 쿠테타때도 후반 색보정작업이 굉장히 인상깊은 느낌이었는데, 이 뮤비 역시 그렇답니다. 일관된 느낌의 모노톤 속에서, 주인공의 감정 흐름에 따라서 미묘하게 변하는 색의 흐름을 구경하는 게 이 뮤비의 1차 감상포인트랍니다.
이러한 색변화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건 '번개치는 밤'의 이미지에요. 아주깜깜한 한밤중은 아니고 어스름이 살짝 섞인 새벽녁이랄까요? 어둠속에서 번개불이 번쩍번쩍 빛날때마다 다양한 빛으로 잠깐씩 열리는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공포스러운 이미지들....때로는 푸른 빛으로, 때로는 노란 빛으로 빛나곤 하는데, 사랑과 증오의 극단을 오가고 있는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표현하는 직접적인 비유라고 할 수 있어요.
두번째 포인트. 이 뮤비의 전체적인 컨셉은 고딕호러랍니다. 고딕호러가 뭐냐하면, 프랑켄슈타인, 지킬박사와 하이드, 드라큘라 등등을 말하는데, 18세기~19세기 정도에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문학장르에요. 우아한 공포를 표현하기에는 최적의 장르이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래서 이 뮤비의 등장인물들도 고딕풍의 드레스나 수트를 입고 있는데다가 오래된 고성의 지하감옥 같은 느낌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답니다. 진짜 잠자던 오덕의 감성을 일깨우는 매혹적인 설정이네요. 초반부터 시작하는 이런 회화적인 구도도 너무 좋지 말입니다. 어둠속에서 묶여 있는 여인이라는 배덕적인 설정도 물론 멋지지만, 미학적인 느낌으로도 정말 멋져요. 빛과 어둠을 다루고 있는 고전회화 작품을 보고 있는 느낌이지 말입니다.
와우, 드디어 주인공 지디가 등장했어요. 첫 등장씬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느낌입니다. 잘못 만들어진 인형, 비틀린 욕망의 집합체,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무기질의 어떤 것. 인간을 닮았으나 결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주는 섬뜩한 공포.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는 지금껏 해피가 들었던 지디의 노래 중 가장 인간다운 노래였다는 점입니다. 잘 꾸며지고 재단된 '공연'이 아니라, 자신의 깊은 내면 속에 감추어져있던 감성들을 폭발시키는, 일종의 '절규'였죠. 가장 인간적인 노래이지만 가장 비인간적인 캐릭터를 내세우는 이 이율배반적인 설정에 우선 체크표시를 하나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앞서 말했던 문제의 담배씬입니다. (이쯤에서 공중파 안녕 ㅜㅜ ) 여기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어요. 뮤직비디오에는 음원에 없는 두 가지의 사운드가 추가로 들어갑니다. 하나는 이 공포씬에 어울리는 효과음들, 그러니까 문여는 소리라던가 발자국소리, 음산한 음악들 뭐 이런 거에요. 그리고 두번째로 악악 소리를 지르는 희미한 비명소리들이 추가됩니다. 담배씬 다음에 이 소리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건 콘서트의 현장음이었어요. 소리지르는 팬들의 함성이죠. 그리고 이 것은 담배연기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허공으로 사라져 갑니다. 그리고 she's gone이라는 타이틀이 뜨죠.
지디 본인의 개인적 감성이 치열할 만큼 발산되고 있는 이 노래 속 그녀는 누구일까요. 물론 지디가 영화같은 걸 보다가 필을 받아서 나도 뭔가 저런 느낌의 곡을 하나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그녀 또한 그냥 가상의 인물이겠죠. 아니면 지디가 몰래 연애를 했거나, 혹은 예전에 연애를 했었었는데, 실연의 고통이 너무 커서 이런 곡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에서만큼은 그녀의 정체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바로 팬, 당신들이에요. 팬들의 환호소리를 묶여있는 그녀의 비명소리와 중첩시켜 놓았거든요. 그리고 그에 대한 지디의 답은 '연기'입니다. 그리고 '연기'의 의미는 대개 비슷하죠. '덧없음'의 상징입니다. 그녀는 떠나갔다는 게 이 노래의 제목이거든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노래는 팬들에 대한 절절한 애증을 담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근데 이거 언제 나온 노래인데 이 친구는 이런 감성을 느낀 건가요??)
아, 잠깐만요.. 이런 건 진짜.. 취향 저격이잖아요.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모노톤인데 옐로우브라운으로 색보정을 했어요. 게다가 이런 빛과 그림자의 조화라니.. 램브란트 같은 느낌이잖아요!!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빛의 인물이라니, 저 이런거 진짜 취향이에요 ㅜㅜ 지디의 선고운 실루엣과도 너무 잘 어울리지 말입니다. 분석따위 다 필요없어!! 잠깐 여기서 하악대다 가겠습니다 ㅎㅎㅎ
지디가 촛불을 불어서 끄는 순간 암흑이 시작되고 화면은 전환됩니다. 촛불이 가지고 있었던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도 함께 사라지죠. 그리고 시야는 혼란으로 가득찹니다. 이 순간이 왜 중요하냐하면, 그가 연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마지막 관용이 끝나는 순간이라서 그래요. 저는 이 중간에 들어가는 인서트영상을 무척이나 사랑하는데, 부서지는 추억들의 느낌이 들기도 하고, 혼란스러움이 실체를 띠는 순간을 시각화한 느낌도 들고, 암튼 굉장히 상징적이고 멋진 느낌이 들어요. 특히 이 색감과 질감은 와우~ 컬러리스트 누구야!! 이거 찍은 거 서감독이에요? 얼른 와서 내 사랑을 좀 받아가요!!!!
어찌되었든 이 장면을 기점으로 음악과 화면의 색감 모두 바뀝니다. 헐떡이는 듯한 지디의 숨가쁜 랩이 시작되고 화면은 냉혹한 푸른빛으로 물들고, 도망치는 여인을 향한 추격이 시작됩니다. 그 위로 번쩍이는 번개의 이미지가 계속되죠.
그로테스크한 표정을 지으며 추격중인 지디의 모습입니다. 영화 가위손을 모티브로 한 것 같네요. 의상이라던가 메이크업이라던가, 무표정으로 움직이는 나이프라던가.. 그렇다면 표현하고자 했던 건, '비인간적인 모습 안에 숨어있는 가장 인간다운 그 어떤 것'인 듯 합니다. 이 노래 자체가 그런 감성이잖아요. 연인을 죽일만큼 비인간적인 감성이지만, 반대로 더이상 어쩔 수 없을 만큼 절실한 사랑의 표현이니까요. 그런 극단의 감성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이 뮤직비디오의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음.. 캡쳐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는데, 이 장면에서 지디가 되게 섬뜩하게 웃는답니다. 노래도 그렇고 뮤비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미친놈'의 감성을 담고 있지만, 개중에도 '진짜 미친놈'의 감성이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장면이에요.
이 노래는 한가지의 감성이 아니라 되게 여러 감성이 막 뒤섞인 곡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되게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느낌이죠. 애정, 증오, 연민, 공포, 체념 뭐 이런 감성들이 중구난방 뒤섞이는데, 그중에서도 이런 광적인 느낌이 표출되는 부분이 음악에서도, 영상에서도 나타나요. 오싹할만큼 매력적인 느낌입니다.
와우, 이 부분의 색감은 정말 죽이지 말입니다.이걸 무슨 색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 암튼 채도를 쫙 빼고 올리브그린 같은 녹색을 넣었어요. 블루에서 잿빛 그린으로 색감이 서서히 바뀌는데, 분노- 허탈-후회로 넘어가는 미묘한 감성의 변화를 색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여기에 붉은 피의 이미지만을 원색으로 표현해서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킵니다. 지디가 낀 장미 반지와도 이미지가 겹치는데, 실제 피색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장미빛으로 표현했어요. 되게 끔찍하고 섬찟한데도, 한편으로는 되게 아름다운 느낌이 들 수 있도록요.
지금 지디의 상태가 그래요. 연인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 생기를 잃은채 쓰러지는 모습이 너무나 두렵고 슬픈데,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거에요. 온전히 자기 것이 된 그녀의 아름다운 붉은 피....그런 양가적인 감정이 너무나 잘 표현된 멋진 장면이에요.
색상뿐만이 아니죠. 지디의 표정 또한 이런 양가적인 느낌들을 진짜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윗쪽에 보이는 것 같은 되게 슬프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딱 한번 아래와 같은 표정을 짓는답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간 장면이라서 캡쳐하느라 진짜 애를 먹었어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여러가지 감성이 혼재된 중에, '진짜 미친놈'의 광기가 언뜻언뜻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중 가장 압권이 바로 이 장면이랍니다.
어쨌든 뮤직비디오는 죽어버린 두 사람의 모습으로 끝을 맺습니다. 여자는 육체가 죽었고, 남자는 영혼이 죽었어요. 모든 것이 끝나버린 새벽녘의 어스름이 밝아오는 가운데, 오직 붉은 피만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을 뿐이죠.
짧지만 인상적인 단편영화를 본 듯한 멋진 뮤직비디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쿠테타에 이어 지디뮤비 2위에 랭크해 두겠습니다. 와우~!! 추천 감사해요. 이런 거 딱 취향!!!
자, 그럼 문제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해 볼까요??
ps. 와우, 지금 들어온 천리향님의 제보에 따르면 이게 공식 뮤비가 아니라 콘서트 삽입영상이고, 팬들이 그걸 편집한 거라고 해요. 으악!!! 이거 진짜면 대박인데??!! 콘서트 삽입용 영상이 뭔 이런 미친 퀄리티인 것이며, 팬들은 또 뭐하는 능력자인 거에요?? 잠깐... 저 지금 대박 혼란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