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니스트의 야수는 해피의 첫 bl소설 입문작이자, 현재도 또다른 2차감염자(?)를 생산해내고 있는
문제적 소설이다. '해피님은 이런 거 보시면 안된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친 보람(!)이 느껴질만큼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틀에 박힌 로맨스의 식상함을 벗어나고픈 분들께 추천한다.
고등학생시절 하루 서너권씩 읽어대던 할리퀸 시리즈들이나 한때 탐독하던 판타지물에서 서서히
손을 떼게 된 것은 어느시점부터 장르적 특징들이 정형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고색창연한
하오체 문투를 구사하는 잘나고 섹시한,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할리퀸의 남주인공들에게도 싫증이
났고, 늘 똑같은 엘프-드래곤-난장이 들이 등장해 1~10써클의 마법을 완성하더라는 판타지의
공식에도 신물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카니스트님이 안내해 준 bl의 세계는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세계였다. 적어도 이 세계의 첫 입문자인 해피에게는 말이다.
메카니스트의 야수는 또다른 작품 톡신과 마찬가지로 동양적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소설이다.
낮에는 야수의 모습으로, 밤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저주를 받은 왕자님과 그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라한 신분은 소녀, 아니 소년의 이야기, 그러니까 고래로부터 수없이 반복되던
전래동화의 이야기 구조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인공인 왕자님과 소녀(아니, 소년)의
캐릭터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골때리는(!) 녀석들이다.
주인공인 왕자님의 전직은 염마대왕, 저승을 관장하는 지배자이다. 어릴때부터 왕으로, 그것도 잔혹함이
미덕인 저승의 왕으로 키워진 덕분에 그야말로 '지 랄맞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타인의 감정과 교감하는
방법이나 자비,아량,사랑,감사 따위의 감정따위는 전혀 배운 적도 없는 인물. 또다른 주인공인 소녀(아니
소년 ㅜㅜ) 역시 오랜시간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자란탓에, 타인과의 정상적인 교감방식을 모른채 살아온
인물이다. 이처럼 상처받고 뒤틀린 두 영혼이 만나서 조금씩 교감하고, 타인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기본 줄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저주를 풀어가는 과정이 얽혀가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톡신과 야수 모두 어딘가 뒤틀려버린 광기어린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비극적 어조를 유지하고 있는 톡신과는
달리 희극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만화적인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도 그렇고, 만화책 한구석의 개그컷을
보는 듯한 코믹장면들도 그렇다. 한손으로는 과자 나부랭이를 주워먹으며 낄낄대고 넘겨보기에도 좋을법하다.
멋지다기보다는 귀여운 주인공 두 녀석의 아옹거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 물론 베드씬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로맨스소설 꽤나 읽어본 해피에게, bl식 베드씬은 매우 독특한
인상을 남겼던 것. 그러니까 bl은 불이꺼지고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의 그 시간동안 로맨스 소설에서 보여준
행간의 의미를 파고든다. 좀더 현실적이고, 좀더 원시적인 뭐 그런 것. 이러한 장르적 특징이나, 19금 컨텐츠를
소비하고 창작하는 프로슈머로 자리잡게 된 여성들의 심리에 대해서 몹시 흥미가 일고 있는 중이다.
(다시 한번 메론님의 논문을 기대하는 중!!)
ps. 이 작품은 텍스트 파일로 소장중입니다. 블로그에 떠도는 걸 그냥 다운받았는데 막 올려도 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네요.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다면 보내드리겠습니다. 24금이므로 순진발랄하신 분들께는
사양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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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메론 작성시간 11.04.30 허.....헐.............
예 챕터 1은 지금 쓰고있는 중이고요 그보다 헐...........카페에서 해피님의 비엘소설 리뷰까지 보게 될 줄이야.......
전 비엘쪽은 대학시절 깔짝깔짝 본 게 다라서 고전밖에 모르지만, 김금주님(대표작: 꽃의 전쟁), 쏘니님(Nothing More), 포치님(Dear Brother) 세분의 작품이라면 소장하고 싶.......지만 떨이 붙여서 몇십만원으로 거래되는 프리미엄들이라 포기하고 있습니다 핫핫핫....해피님이 현실은 시궁창이야!!! 류의 스토리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떳떳한 루트는 아니지만 90년대~2000년대 초반 작품들이라 텍스트로는 많이 떠다닐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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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메론 작성시간 11.04.30 아, 좋아하는 작가님 중에 발랄한 분도 계시네요. samk님이라고.......삼겹살로 유명하신 분인데 (하지만 전 다크하게 공포증이란 처녀작을 더 좋아함요).....와......정말 고고학 자료를 거론하는 기분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