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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지혜'

작성자최성옥|작성시간26.06.12|조회수12 목록 댓글 3

'늙음과 지혜'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 모든 사람이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성공과 실패를 겪고,

기쁨과 슬픔속에서 치열하게 삶의 정수박이를 건져 올린 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지혜와 경륜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노인을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세월이 쌓아 올린 경험과 통찰을 가진 삶의 스승으로 여겼다.

 

조선시대 성종 때 전해 내려오는 한 이야기는

노인의 지혜가 얼마나 깊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느 마을에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은 노인이 있었다.

이미 시집간 딸이 하나 있었지만, 노년에 얻은 아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노인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아들은 아직 강보에 싸인 어린 아이 였다.

노인은 눈을 감기 전에 가장 큰 걱정에 사로잡혔다.

‘내가 떠난 뒤 이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재산을 남겨 주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돈보다도 자신을 돌봐 줄 사람, 자신을 보호해 줄 울타리 였다.

노인은 오랜 고민 끝에 뜻밖의 유언을 남겼다.

전 재산은 모두 시집간 딸에게 물려주고,

어린 아들에게는 자신의 초상화가 그려진 족자 한 폭만 남긴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들이 있는데 재산을 딸에게 모두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재산을 딸에게 맡기면 딸은 어린 동생을 책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인은 자신의 딸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딸은 어린 동생을 집으로 데려와 친자식처럼 돌보았다.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며, 정성껏 키웠다.

세월이 흘러 동생은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성한 노인의 아들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아버지는 왜 자신에게는 족자 한 폭만 남겼을까.

누나를 원망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부모처럼 돌봐 준 누나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다만 아버지의 진짜 뜻이 궁금했다.

 

결국 그는 족자를 들고 관청을 찾아갔고,

이 사연은 성종 임금에게까지 전해졌다.

성종도 처음에는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족자를 자세히 살펴보던 중 그림 속 노인이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게 여긴 임금은 족자의 아래 축을 갈라 보게 했다.

그 안에는 작은 쪽지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거기에는 노인의 진심이 담긴 글이 담겨 있었다.

 

“내가 전 재산을 딸에게 준 것은 어린 동생을 잘 돌보게 하기 위함이다.

어린 동생이 장성한 뒤에는 재산을 남매가 똑같이 나누도록 하라.”

그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노인은 재산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어린 아들이 가장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이다.

당장의 상속보다 앞으로의 삶을 먼저 생각했고,

눈앞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내다 보았다.

 

성종 임금은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참으로 놀라운 지혜로다.”

 

실제로 그랬다.

만약 어린 아들에게 재산을 남겼다면 누군가 대신 관리해야 했을 것이고, 여

러 갈등과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사람의 심리를 읽었고, 현실을 읽었으며, 미래를 내다보았다.

이것이 바로 세월이 만들어 낸 경륜이었다.

 

젊음은 힘이 있고 열정이 있다.

그러나 노년에는 그것과는 다른 가치가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측하는 판단력,

그리고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깊은 지혜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노인의 주름을 단순한 세월의 흔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수십 년 동안 삶이 남긴 교훈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지식과 빠른 변화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지식도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젊은이는 노인의 경륜을 배우고, 노인은 자신의 지혜를 아낌없이 나눌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해진다.

 

세월은 사람을 늙게 만들지만,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지혜를 선물하기도 한다.

“늙어갈 때 가장 훌륭한 무기는 젊은 날에 뿌려둔 올바른 지식의 씨앗이다.”(키케로)

 

우리도 나이가 들수록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길을 밝혀 주는 지혜로운 어른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성경은 젊은이들에게 부모와 노인의 지혜와 교훈을 귀담아 들을 것을 권고한다.

“나이와 함께 지혜가 자라고 연륜과함께 깨달음이 깊어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느님으로부터온다.”(집회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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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최성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조선 중기 영조 정조 시대:'금등지사'도 검색해 공부하시면 큰 도움입니다.
  • 작성자빗방울 | 작성시간 26.06.12 감사합니다!
  • 작성자주안 | 작성시간 26.06.12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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