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56호(2012.09.28)
* <한가위> -송벽주-
어린 시절
명절이면
새 옷 사 주고
맛있는 음식에 그리움
세월 흘러도
그리운 까닭은
부모님의 그리움인가!
주~ 욱 늘어선 방앗간의 떡줄 행렬
불린 쌀 소쿠리에 담아
엄마머리 위에 이고
작은 내 손잡고 종종걸음
풍성한 추석명절 이던 날
오곡식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 풍경
황금녘의 들판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마당에 장작불 지피고
솥뚜껑 위 지짐 부치는 냄새
솔향 가득한 떡 송편 익는 냄새
채반 위 가지런히 엄마 손 끝으로 수 놓아질 때
나는 최고의 공주가 되곤 했던 날
한가위 추석
둥근 보름달에 소원 빌어보네
* <비밀일기를 쓰는 딸아이> -가족61-
우연히 딸아이 방에 굴러다니는 노트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겉표지에 ‘일기장’이라는 자그마한 글자가 제 손을 머뭇거리게 했습니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에야 가끔 일기장을 들춰 보면서도
학교 숙제라는 개념이 커서 보는 저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만,
언제부턴가 일기장을 본다는 것이
예의가 아닌 듯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일기장이고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니는 것을 보니,
비밀일기는 아닌 듯해서 망설이다가 슬쩍 첫 장을 펼쳐 보았습니다.
10분 동안 저는 딸아이의 일기장을 두 페이지 정도 읽었습니다.
두어 달 전에 있었던 딸아이의 평범한 하루 일상이
이렇게 아빠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저의 지나온 세월을 되짚어 보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딸아이의 일기장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딸아이가 그날 무슨 일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딸아이의 일기는 다름 아닌... 영... 어... 일... 기...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빽빽하게 쓰인 알파벳에 심장이 떨렸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주어, 서술어, 목적어를 찾는 제 모습과,
처음 보는 단어 앞에 오금이 저리고, 익숙한 단어 앞에서 to 부정사를 찾는 제 모습에,
도대체 이 가시나가 무엇 때문에 안양 1번가를 나간 것인지...
저에게는 완전한 비밀 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숨을 쉬면서 힘없이 걸어 나오는 제 모습이 의아했는지,
아내가 말을 겁니다.
“애들 방에서 뭐 했어?”
“몇 년 만에 영어 독해 한 번 했다. ㅎㅎ”
제 말에 아내가 눈치를 챘는지,
“송이 영어 일기 봤구나. 걔 벌써 몇 권 째야. 많이 늘었지?” 합니다.
딸아이의 영어 실력이 늘어가는 건 분명히 기뻐해야 할 일인데
저는 왠지 서글퍼집니다.
“너는 송이 일기 가끔 보나본데, 이해가 되냐?”
아내가 격하게 손사래를 칩니다.
“난 초등학교까지만 섬에서 학교 다니고
중학교 때부터 육지로 나와서 다녔잖아~
고모네 집에 살았었는데,
그 동네에 미국 여자가 살았었어.
근데 그 여자 냄새가 얼마나 나던지.”
그게 영어와 무슨 상관이냐는 저의 표정에 아내가 말을 잇습니다.
“그냥, 그 냄새가 싫어서 그 다음부터는 영어가 싫더라구.”
저희 부부 참 천생연분입니다.
* <긴장하지 마세요>
어느 화창한 날 두 남녀가 맞선을 보고 있었다.
이들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마침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았던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이 곡이 무슨 곡이죠?”
그러자 남자는 다소 긴장한 듯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
.
.
.
.
.
.
.
.
.
.
.
.
“돼지고기 갈매기 살입니다.”
“인간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이다(플라톤).”
행복하고 안전한 한가위 되세요.
♬ Little Comfort - Daydream (사진: 신학원 뒷산에 핀 무궁화)
* 사진이나 음악이 안 나오면, daum 에서 카페로 들어가셔서
1. 국악성가 & 하늘나라
2. + 하늘방
3. 부산 가톨릭 신학원
가운데 한 군데를 검색하셔서 보시면 됩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청초한 풀꽃 작성시간 12.09.28 어린 시절 그 추억의 엄마인 나이에 세월이 흘러 제가 와 닿아 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고스란히 제 기억 속에 머물러있네요.
송편 잘 빚으면 멋지고 좋은 남편 만난다고 잘 만들어 볼려구
애를 써던 기억이 또 오릅니다.....ㅎㅎㅎ
신부님!!!~~~
행복한 추석 명절 되십시요......^0^
사랑합니다......♥
이미지 확대
-
작성자watercolour 작성시간 12.09.28 '이 고기 무슨 고기죠?'
돼지고기 갈매기살...ㅎㅎ
신부님 늘 감사합니다. 한가위 더더 행복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비비안나 작성시간 12.09.28 돼지고기 갈매기살..ㅎㅎ ..저도 궁금하네요~!!..
-
작성자비비안나 작성시간 12.09.28 둥근 보름달에 소원 빌어보네
.
.
저희 부부 참 천생연분입니다.
.
.
나를 이기는 것이다(플라톤).” ..... ........ !!^*^...... .....
~신부님,,삼, 삼, 삼 ,, 언제나 ,,웃으며, 또, 찡하게 엮어 주시니,감사해요..,한가위명절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