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리 고개
내 고향 진주에는 세비리 고개가 있다네.
거기 남강이 휘돌아가는 절벽 위에
치미(雉尾) 날아갈 듯 멋진 한옥 두 채가 있는데
강원도 춘양목으로 만든 한옥 한 채는
추사의 고졸한 글씨 <詩境樓> 현판이 걸려있고,
한 채는 작약과 백합 가득히 핀 문학관 앞에
한국 여성문학 대표 3인 문학비가 있다네
꽃 피는 봄마다 찾아오던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매번 여기 찾아와서
라벤더 꽃 좋아하던 김여정 시인과
소심난 좋아하던 김정희 시조시인과
지리산 좋아하던 김지연 소설가 생각하며
혼자 외로이 거닐다 가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그의 발길 뜸해지자
이제 두견새 우는 세비리 고개엔
무심한 구름만 흘러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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