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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산책길에서

작성자김창현|작성시간26.06.06|조회수58 목록 댓글 0

아침이 좋다. 백 미터 산책길에 내손으로 비비추, 노랑붓꽃, 산나리, 무궁화와 벚꽃을 심어놓으니, 더욱 좋다. 바위 옆  비비추, 노랑붓꽃 아름답고, 산나리는 잎새에 달린 까만 씨앗 심었더니 움이 튼다. 좀 있으면 산나리 천지 되겠다.

산책길 아이들도 좋다. 꽃도 꽃이지만 산책길 나온 아이들이 꽃처럼 이쁘다. 천사다. 의젓한 소공자 소공녀다. 나는 그중에서 바람에 머리칼 휘날리며 제비처럼 날쌔게 옆을 지나가는 롤라 스케이트 타는 소녀를 좋아한다. 중학생 때 불렀던 스테판 포스트의 '금발의 제니'란 노래 생각난다. I dream of Jeanie with the light brown hair, Borne, like a vapor, on the summer air> 이 노래 교단에 올라가 같이 원어로 부르던 친구가 김우영이다. 그는 뉴욕서 의사 하다가 타계했다. 반짝이 신발 신은 어린이, 토끼 리본 머리에 단 어린이, 엄마 손을 붙잡고 공연히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는 어린이, '할아버지 안녕 하세요'  허리 굽히고 배꼽 인사 하는 어린이. 그들은 천사다. 젊은이가 냇물 가리키며 따라 나온 꼬마에게 '저거 봐라! 자라가 두 마리 보인다' 한다. 물속에 자라 세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너는 눈이 밝아 잘 보이지?' 물어보니, 아이가 '세 마리 다 잘 보여요' 하고 대답한다.

 

 

산책길에서 마음 뿌듯한 건 삽목 해서 가꾼 무궁화 7~8그루다. 옛날 아남에 통근 버스 제공한 무궁화 관광 김기현 사장 생각난다. 무궁화는 윤치호(尹致昊) 선생이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었고, 남궁억 선생이 홍천군 서면 모곡리 보리울 마을에서 무궁화 보급 운동 펼쳤다. 유달영 교수도 무궁화 애찬가였고, 문일평 선생은 화하만필(花下漫筆)에서 '무궁화는 여름 아침 일찍이 동산에 나가면, 번무(緊茂) 한 가지와 잎 사이로 여기저기 하얗게 핀 꽃이 이슬에 젖은 그 청아한 자태가, 청계수(淸溪水)에 새로 목욕한 선아(仙娥)의 풍격(風格)을 어렴풋이 생각게 하는 바 있다' 하였다.

무궁화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규스인데, 히비스커스는 하와이 공항에 내렸을 때, 남국의 브르넷 아가씨가 다가와, 목에 화환으로 걸어주던 그 꽃이다. 무궁화를 중동에서는 '샤론의 장미'(The Rose of Sharon)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샤론 평원에 피는 아름다운 장미를 뜻한다.

나는 언젠가 이 산책길을 사람들이 무궁화 길이라고 불러주길 원한다. 

산책길에 저절로 난 자작나무 보면, 청산리 전투 이끈 李範奭 장군 생각난다. 그의 <우등불>이란 자서전에는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밤 잘 타는 자작나무 껍질 태우며 그 불에 순록 녹용 구워 먹은 이야기 나온다. 암 예방하는 버섯 중 가장 고가인 차가버섯 열리는 자작나무다. 그 묘목 40그루 이 길에 심었다가 실패한 적 있다.

산책길의 5월은 덩굴장미가 주역이다.

그러나 6월엔 마지막 늦장미가 시든다. 아파트 엘리베이타 안에서 늦장미 한 분 만났다. 몇 층 사는 할머니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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