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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리뷰

[[영화감상]]<스포 있습니다> 엘라의 계곡

작성자deuxist|작성시간10.01.14|조회수764 목록 댓글 5

어제 오랫만에 좋은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혼자서 영화를 보고 나와서 왠지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 오랫만에 글까지 남겨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부다 다른 분들께도 좋은 영화였길 바라면서요.

 

어제 중앙시네마에서 마지막으로 상영했던 '엘라의 계곡(In The Valley Of Elah, 2007)' 입니다. (아직 프리머스에서는 상영하는 것 같더라구요.) 어제 저까지 비롯해서 관객수가 아마 10명 내외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 관객수가 적은 영화를 볼때면 왠지 마음이 씽쑹쌩쑹해집니다. 개인적으론 참 좋아해요.

 

 

 

 

처음에 영화 포스터를 보고 예상한 내용은

‘아들이 험한 산행을 하다가 계곡에서 떨어져 죽었나’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습니다. 땅덩어리 큰 미국은 험난하고 거대한 계곡이 많으니깐요. 하지만 제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아주 창피하게도 말이죠. 허헛.

 

보고 싶어서 매일 손꼽아 온 영화인 만큼 기대가 너무 커서 영화를 망쳐버릴까 내심 조마조마 했었는데, 오랜만에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2007년 작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개봉했는지, 왜 상영관이 몇 없었는지, 왜 주목을 받지 못했는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인디영화라서 그런 걸까요.

저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구성과 카메라 앵글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왠지 ‘인디영화’하면 담백함이 떠오르는데, 이번 역시 그러하였습니다.

 

아들이 탈영했다는 소식에 아버지는 묵묵히 자동차를 고치고, 짐을 싸서 아들의 부대로 떠납니다.

스토리야 아들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니 당연히 슬프겠죠. 때문에 어떻게 그 슬픔을 풀어갈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슬프다’라는 말은 참고가 안될 듯, 너무나 참혹하며 잔인했습니다.

중간에 어떤 대사가 나옵니다. 욕이 섞인 한마디였죠. 아마 “Its all fucking” 과 유사한 맥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사에 정말 크게 공감했습니다. (기억력과 영어의 나약함으로 인해...)

 

스토리도 좋았습니다.

전쟁을 주제로 다루는 영화였지만 너무 전쟁 위주가 아니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너무 극적으로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무겁게 다루지 않아서 좋았기에 정말 절제되어있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였습니다.

 

전개도 좋았습니다.

풀릴 듯 안 풀릴 듯, 실마리가 끊긴 듯 이어진 듯.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카메라의 움직임이랄까요 앵글이랄까요. 그 속에 녹아나는 배우들의 연기. 영화는 극적이지 않은데 그 때문에 관객의 감정은 더욱 극적으로 몰아갔던 것 같습니다. (저만 그랬을지도 ㅎ)

 

아들의 사망소식을 들은 어머니. 그 마음은 어떨지 저는 아직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그 소식을 들을 당시의 충격 또한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감히 상상할 수가 없죠.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아들을 끝내 군에 보낸 아버지 때문에 두 아들이 다 군에서 죽임을 당했다며 분노하며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마는 어머니를 카메라는 위에서 잡았습니다. 그 어머니 주위로 흩어진 전화 탁자와 그 탁자 위에 있었을 법한 사탕들. 그 흐트러진 사탕들과 가구의 모습에 처음 소식을 들은 어머니의 충격이 어떠했을지, 굳이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너무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충격을 더 강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을 확인하러, 당신의 아들을 직접 보러 온 어머니가 창 밖에서 아들을 확인합니다. 토막나 불타버리고, 게다가 들짐승들에 뜯긴 아들은 고작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이게 다인지 믿기 힘든 표정입니다. 어머니는 창에 손을 대고 추워 보인다고 말합니다. 방 안이 추운 것 같다고. 그런 그녀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유감이라는 말은 오히려 어머니에게 분노와 경멸에 휩싸이게 만들 뿐입니다. 당연히 자식이 없는 사람 입에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사람에게서나 ‘유감입니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겠죠. 가만히 창문에 손을 대고 아들을 바라보는 그녀 때문에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아들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두 부부는 서로에게 기대서 복도를 빠져나갑니다. 분노와 경멸에 찬 부인을 보듬어 걸어나가는 길을 카메라는 묵묵히 한 자리에서 지켜만 보고 있죠. 점점 작아지는 부모, 점점 느려지는 부모는 결국 서로 부둥켜 안고 울지만 카메라는 뒤따라가지 않습니다. 그들의 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고 멀리서 그저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감히 그들의 슬픔에 끼여들 수도, 결코 이해할 수도 없는 철저한 외부인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슬펐습니다. 극장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엉엉 소리 내어 울었을 겁니다. 그들은 저기에 저렇게 가만 서서 소리 없이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을테죠.

 

 

 

 

찾지는 못했지만, 국기에 쌓여 아들의 운구가 옮겨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카메라는 서 있는 아버지를 멀리서  잡고 있습니다. 아들은 카메라쪽에서부터 시작해 아버지 쪽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아버지를 기준으로 빨려 들어갈 듯 옮겨지는 장면에서는 숭고하여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엄마가 아들의 부재사실을 알고 우는 장면도 그랬지만, 어떤 장면이고 결코 가까이에서 잡지 않고 먼 거리에서, 방관자의 입장에서 잡은 카메라 때문에 이 영화는 더 마음이 아팠다고나 할까요.

멀찌감치서 그들의 고통을 백분 이해하진 못하지만 함께 마음 아파하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의 그 언제나 절제된 표정은 오히려 슬프고 괴로워 우는 모습보다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더 보기 힘들었습니다. 많은 장면들이 마음에 남았고 슬펐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가슴 저렸던 장면은 아버지가 아침에 눈을 떠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카메라는 천장위치에서 아래로 아버지를 찍고 있는데 침대 시트가 구겨지고 벗겨져 있었습니다. 정말 소리가 나  입을 틀어막고 울었습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결코 흐트러진 모습이 없습니다. 모텔에서 지내면서 언제나 침대정리 옷 정리 등 전형적인 군인의 모습을 모여주는데, 흐트러진 침대 시트는 자면서 아들 때문에 괴로워한 흔적이었습니다. 그 흔적이 제 마음에도 흔적을 남겼나 봅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아들이 죽기 전에 아버지에게 보낸 소포 속 국기를 꺼냅니다. 아들과 그의 전우들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말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아버지가 관공서에 거꾸로 걸린 국기를 보며 다시 고쳐 답니다. 아들이 행방불명 된 상황에서 거꾸로 걸린 국기조차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완벽한 전직군인이죠. 저도 잘 몰랐는데, 아주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만 나는데요, 국기를 거꾸로 다는 것은 국가가 위험에 처해있으니 국제 원조를 요청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고쳐 달고 아들을 찾으러 갔던 아버지는 돌아와서 아들이 이라크에서 보낸 오래되고 헤진 국기로 바꿔 거꾸로 관공서 앞에 올립니다. 다시는 내릴 수 없게 테이프로 꽁꽁 싸매기까지 하죠. 아버지의 마음에, 두 아들을 군에서 잃은 그 아버지는 국가의 위기보다 더한 마음이지 않을까요? 아니면 전쟁으로 인한 죽음들에 표하는 마음 이었을까요. 저는 잘 모르지만 거꾸로 올라간 국기가 흩날리는 것에 마음이 참 씁쓸했습니다.

 

 

 

 

뭐랄까. 영화가 끝난 후 한참을 앉아서 더 펑펑 울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였던가요. 그런 글귀가 보였습니다. 전쟁 속에서 죽어가는 죄 없는 아이들 때문에, 그 아이들과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세계가 반성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건의 내막이 다 밝혀지고 난 후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이라크에 파병되었던 전우에게 그 동안 내내 궁금했던 한 장의 사진에 대해 물어봅니다. 자신의 아들이 왜 힘들어 했는지, 자신을 계속 괴롭혀 왔던 힘들어하던 아들의 목소리가 어떤 이유였는지 알게 됩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는 오히려 반전영화 라던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 따위는 주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저 세상의 아이들, 내 자식인 아이들을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 길어졌나요?

오랜만에 너무 좋은 영화를 만나서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졌네요. 혼자 영화를 보고 끝내기가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 하지도 않던 글까지 써봤습니다.

울지 않을 수 없었던 장면들.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

참 맘이 많이 아팠던 영화였습니다.

 

자백하던 마이크의 동료가 아버지에게 유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웃으며 이라크에서 있었던 포로를 고문한 이야기 합니다.

인간으로서, 아주 유쾌하게 웃으면서, 타인을 고문한걸 웃겼다고 얘기 합니다.

생각이란 것을 할 수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길게 써놓고도 아직 부족한 듯 합니다.

참고로 주인공 여자, 샤를리즈 테론(공교롭게도 사진을 안올렷군요), 완전 제 스타일이었어요.

 너무 예쁘고 멋있더라구요. ㅎ ㅎ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저작권에 안 걸릴지 -_-;;;

토미리 존스의 연기는 역시나 입니다.

앞으로 종종 영화감상문을 열심히 써야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다 써놓고 찾아보니 '엘라의 계곡' 이 골리앗과 다윗이 싸운 장소라네요. 영화 중간에 얘기가 나오긴 합니다. ^^*

빨리 마쳐야겠네요. ㅎㅎ

 

추운 날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벌써 감기가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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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자부부팀~~! | 작성시간 10.01.18 덕분에 꼭한번 보겠습니다~!!!!
  • 작성자mina0120 | 작성시간 10.01.19 이영화 괜찮게 봤었는데... ㅎ
  • 작성자살아남은자의 슬픔 | 작성시간 10.03.01 오옷, 저도 아는 분이 추천하시던데^^ 한번 봐야겠습니다.
  • 작성자멋쟁이가되는 그날까지 | 작성시간 10.03.19 그렇잖아도 영화를 어제 봤는데 이글을 보니 더 이해가 가네요 좋은글입니다 ^^
  • 작성자살아남은자의 슬픔 | 작성시간 10.04.04 오늘 이 영화를 봤습니다. 정말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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