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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배운 것들이다

작성자이비책방|작성시간26.06.20|조회수77 목록 댓글 2

나만 빼고 다 배운 것들이다!

 

 

 

80을 넘게 살아도 산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냈으니 내 안에 뭔가 있겠지! 내가 내 인생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몇 장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소설로 쓴다면 한 트럭은 나오겠지만, 그 많은 이야기를 어찌 다 쓰겠나. 물론 글을 쓸 재주는 애당초 없다. 그래서 아이처럼 그림을 그린다.

 

 

그림 1.

1942,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셋째 아들을 원했으나 나는 딸이었다. 탁주를 건하게 마신 후 출생 신고를 하러 간 아버지는 주가 들어가는 도시 이름이 더는 생각나지 않았다. 언니 여덟 명의 이름이 공주, 경주, 전주, 광주, 영주, 진주, 성주, 원주였다. 내 이름을 서울이라고 지었다. 이왕 태어났으니 큰 인물이 되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나마 아버지가 융통성이 없기 마련이지, 하마터면 내 이름이 탁주나 소주, 동동주가 될 뻔했다.

탁주를 마시고 내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를 그린다.

 

 

그림 2.

스물두 살에 결혼하자마자 큰아들을 낳았다. 2년 후 작은아들을 낳고, 다시 6년 후 막내딸을 낳았다. 그때 세 아이를 둔 나는 겨우 서른 살이었고, 남편은 두 살이나 더 어린 스물여덟 살이었다. 그사이에 광복이 있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고, 전쟁이 있었고, 새마을 운동 사업이 시작됐다. 이런 일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나는 알지 못한다. 들어도 모른다. 배운 것이 없으니까. 다만,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72, 딸이 태어난 해에 우리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 일은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나는 어떤 특별한 이유 없이 어둠을 밝혀주는 전기가 좋았다. 어쩌면 전기가 나에게 해방감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큰아들, 작은아들, 막내딸, 세 아이를 그린다.

 

 

그림 3.

큰아들이 앵앵거릴 때, 작은아들을 임신한 채, 서울 영등포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내 이름을 서울이라고 지은 그 목적이 달성될 줄 알았다. 큰 인물까지는 아니어도, 어엿한 서울 여자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는 새장 안에 새처럼 단칸방에 살면서 학교 간 남편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그렇게 시골구석에서 탈출했음에도 그건 또 다른 감옥이었을 뿐 나에게 어떤 자유도 주지 못했다.

남자와 여자가 뒤섞인 대학생들, 남편은 그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기에 바빴다. 작은아들을 낳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남편이 별안간 군에 입대했던 거다. 그렇게 서울살이 1년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군에 입대하는 남편의 뒷모습! 그를 바라보는 나를 그린다.

 

 

그림 4.

결혼한 이후 늘 엄마를 원망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 사람과 억지로 떼어놓은 엄마! 그러고는 땅 부잣집 셋째 아들과 강제로 결혼시킨 엄마! 서른 살이 되었을 때, 더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어떤 특별한 이유는 없었으나 막연하게 그래야 할 것 같았고, 비로소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50여 년 후, 손녀들이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서른 살이라는 나이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내 손녀들에겐 전혀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나이라는 걸.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서른 살의 나를 그린다.

 

 

그림 5.

작은아들 네 살 때, 남편이 군 복무를 마치고 집에 왔다. 작은아들이 자기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작은아들은 똘똘한 큰아이와 달리 마음이 여렸다. 왠지 나를 닮은 구석이 있었다.

남편은 술만 마셔댔다. 군에 갔다 오면 사람 된다더니, 다 헛말이었다.

암탉을 동생이라며 보살피는 작은아들을 그린다.

 

 

그림 6.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어느 새벽, 고주망태 남편이 들어와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더니, 소란을 피웠다. 말리다가 얻어맞았다. 속옷 차림으로 도망쳐 나와 시아버지를 찾아갔다. , 나를 지켜주시는 시아버지! 시아버지는 그 새벽에 작대기를 들고 달려가 잠자는 남편을 두들겨 팼다.

작대기를 들고 뛰어가는 시아버지를 그린다.

 

 

그림 7.

사실 나의 결혼은 시아버지와 엄마의 합작품이었다. 시아버지는 당신 아들이 결혼이라도 하면 마음 다잡고 공부에만 전념할 거라 믿었던 거다. 중학교 때부터 나를 쫓아다녔던 남편은 나와의 결혼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아버지도 엄마만큼 미웠지만, 우리 식구에게 땅을 준 유일한 사람이었고,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그것이 가난한 엄마의 바람이었을까?

그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난한 엄마의 모습을 그린다.

 

 

그림 8.

나는 소가 전기만큼이나 좋았다. 그런 소가 아팠다. 내 자랑거리인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돈이 필요했으므로 소가 죽게 둘 수 없었다. 외양간에 지푸라기를 깔고 앉아 기도했다. 입에서 주여! 주여!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또 자꾸 눈물이 났다. 배우지 않아도 기도가 됐다. , 소가 살았다.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다. 내가 배우지 않았어도 소원을 들어줬다.

나중에 시장으로 팔려 가는 소를 그린다.

 

 

그림 9.

큰아들 중학교 2학년 때 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거기, 양집이 엄마 아녀유?’ 하며 알아봤다. 큰아이가 매번 전교 일 등을 해서 면내에 소문이 난 거였다. 또 누군가 말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아들을 똑똑하게 키웠대유.’ 괜히 어깨에 뽕이 들어갔다. 시장에 가려고 큰맘 먹고 투피스 꽃 치마를 샀다.

내 기억에 고스란히 박혀있는 그 시장 바닥을 그린다.

 

 

그림 10.

꽃 치마 입고 학교에 갔다. 작은아들 친구들이 뒤에서 수군댔다. ‘! 수집이 엄마! 진짜 이쁘다!’라고. 그러고 보니 다른 엄마들은 모두 몸빼바지를 입었다. 그렇게 나는 서울 물먹은 티를 냈다. 우리 착한 작은아들, 살면서 자꾸 마음이 쓰였다. 왜일까? 세 아이 중에 가장 많이 나를 닮아서일까?

나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나 꽃 치마 입고 중학교 운동장을 활보하는 나를 그린다.

 

 

그림 11.

공부만 하던 큰애가 속 썩였다. 서울에 있는 사립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몇 날 며칠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남편이 말했다. 서울살이, 뒷바라지해 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난 자세한 사정을 몰랐다. 내가 원하는 건 둘째 아주버니처럼 학교 교사가 되는 거였다. 그래서 사범대에 가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이 전축을 사주겠다며 큰아들을 달랬다. 그렇게 큰아들의 의지를 꺾었다. 고개 숙인 아들을 보니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 숙이는 건 벼 이삭이나 예쁘지, 아들이 고개 숙이는 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면서도 대학물 먹은 남편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배운 것이 없으니까, 남편의 생각이 맞을 거라 여겼다.

고개 숙인 큰아들을 그린다.

 

 

그림 12.

장터에 갔더니 아랫마을 벙어리 엄마가 아는 척했다. 우리 작은아들이 자기 둘째 딸 자취방에 다녀갔단다. 그러고는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빙그레 웃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 이런! 나를 닮아 정이 많은 작은아들!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던 교회 집사들이 나를 쳐다봤다. 머뭇거릴 수 없었다. 그 순간 기꺼이 악마를 내 안에 받아들였다.

이봐요? 감히 누가 누구 아들을 넘보는 거요!”

벙어리 엄마 얼굴색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넘보다니요? 그리고 우리 둘째 딸은 멀쩡해요.”

그 피가 어디 가요? 당신 엄마가 벙어리라서 당신 큰딸도 그런 거 아니요. 병신 피는 절대 안 돼요! 꿈도 꾸지 마요!”

벙어리 엄마는 돌아서서 시장 어딘가로 파고 들어갔다. 그날 밤 밤새워 기도했다. 하나님 용서하소서! 죄라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짊어진 십자가를 그린다.

 

 

그림 13.

막내가 결혼하겠다며 군인을 데려왔다. 어휴~, 많고 많은 남자 중에 하필 군인을! 그 무서운 군인을! 나는 결사반대했다. 울고불고 난리 치는 딸아이에게 말했다.

이년아! 군인은 사람을 죽여!”

지금 전쟁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을 왜 죽여?”

전쟁이 언제 일어난다고 하고 일어나니?”

몰라! 난 결혼할 거야!”

끔찍했음에도 무리 지어 있는 군인을 그린다.

 

 

그림 14.

큰아들, 둘째 아들, 막내딸, 모두 결혼했다. 두 며느리도 사위도 내 맘에 썩 흡족하지 않으나, 내 할 일 다 했다.

그런데 왜 자꾸 답답하지? 뭐가 문제지? 어린 시절 오라버니 옆에서 연을 날릴 때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이 그립다.

그 바람을 그린다.

 

 

그림 15.

~! 하나님! 아버지 은혜에 감사합니다. 큰 손녀! 둘째 손녀! 셋째 손녀! 그리고 네 번째 손자! 다섯 번째 외손자! 여섯 번째 외손자!

나는 아들딸 셋을 낳고, 아이 여섯을 얻었다. 이만하면 남는 장사다. 열심히 기도한 덕이리라. 그런데 왜 자꾸 답답하지? 뭐가 문제지?

아이 여섯을 그린다.

 

 

그림 16.

작은아들이 무슨 동화작가가 됐다며 상금을 받았단다. 용돈 봉투와 함께 상패를 내밀었다.

작은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슨 병을 알았는지 계속 울었다. 2년을 넘게 업고 밥하고, 업고 일하고, 업고 자야 했다. 그래서 늘 안쓰러웠나 보다.

나는 수고했다는 말보다, 또 잘했다는 말보다,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동네 동무들과 밥 먹었다. 작은아들이 말했다.

이젠 약속 지킬 수 있슈. 어머니 이야기 소설로 써 드릴게유.”

그려,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한 트럭은 훨씬 더 나오지.”

내 이야기책을 가득 실은 트럭을 상상하여 그린다.

 

 

그림 17.

어쩌다 보니 벌써 여든 살이 가까이 다가왔다. 몸이 자꾸 내 말을 안 들었다. 이 나이가 싫다. 이 집이 싫다. 남편이 싫다. 자식들도 싫다. 손주들은 음~, 모르겠다.

자식들에게 구구단을 배웠다. 나눗셈도 배웠다. 자전거도 배웠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왜 진작 배울 생각을 못 했을까?

자전거 타는 나를 그린다.

 

 

그림 18.

싸움! 아니, 좀 더 고상한 말이 없을까? 그래 투쟁! 투쟁해야 했다. 이 답답함을 벗어나려면 어쩔 수 없었다. 많지는 않으나 땅을 자식들에게 넘기자 했더니 남편이 반대했다. 양도세가 어쩌고 상속세가 어쩌고 하는 데 나는 관심 없었다. 꼬박 2년을 싸웠다. 결국, 자식들에게 증여했다. 그리고 현금을 모두 내 통장으로 옮겼다. 이제 남편 재산은 이 집의 절반밖에 없다. 투쟁하는 내내 행복했다.

나는 처음으로 빨갱이라고 욕먹는 대통령 후보에 투표했다.

투표장에 가는 내 모습을 그린다.

 

 

그림 19.

기다리던 여든 살! 춘 사월 첫 주 월요일 새벽, 남편의 밥상을 차렸다. 날이 밝기 전, 운전하는 친구를 불러 집을 나섰다. 현금 통장은 가방에 있었다. 80년 만에 두 번째 이 마을에서 탈출했다. 야호! 내 생각대로, 내 의지로 탈출했다. 내가 해냈다!

집을 나서는 나를 그린다.

 

 

그림 20.

친구 집에서 여유롭게 아침을 먹었다. 차를 마시려는데 전화벨이 연이어 울었다. 남편, 큰아들, 작은아들, . 그리고 모르는 번호. 아예 전화기를 껐다.

그런데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친구와 아무리 상의해도 답이 없었다. 현금이 있으니 방 한 칸은 얻을 수 있을 텐데.

고장 난 나침판처럼 막막한 나를 그린다.

 

 

그림 21.

초인종 소리가 났다. 친구가 문을 열었을 때 경찰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대뜸 남궁서울 씨, 나를 찾았다. 어쩔 수 없이 남편과 통화했다. 다짜고짜 시끄럽게 하면 죽어 버리겠다고 했다. 경찰이 말했다.

어르신! 혼자서 어떻게 사시려고 나오셨어요? 훌륭한 자식들도 계시던데 빨리 돌아가셔야죠.”

이봐요. 경찰 양반! 남편이고 자식들이고 다 배운 것들이요. 나만 빼고 다 배운 것들이란 말이요!”

그러니까 어르신께서 다 가르치신 거잖아요.”

당연하면서도 뭔가 이상한 말이었다.

내가 가르쳐요?”

경찰이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돌아가라고 했다. 그 경찰에게 말했다. 또다시 찾아오면 죽어 버리겠다고! 경찰이 한숨 쉬며 돌아갔다.

배운 것들을 그린다.

 

 

그림 22.

친구와 함께 백화점에 갔다. 카페에 갔다. 식당에 갔다. 친구는 가는 곳마다 연신 여기 좋지 않으냐며 내게 호응을 얻으려 했지만, 나는 무섭기만 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범의 무리만 득실거렸으니까. 으르렁거리다가 달려들어 나를 뜯어먹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군인들과 같은 범의 무리를 그린다.

 

 

그림 23.

철저히 준비했으나, 이 세상이 나를 받아주기엔 내가 너무 늙었다. 꽃 치마도 소용없었다. 딸이 핑곗거리를 만들어 줬다. 내일이 대장 내시경 검사하는 날이라고 했다. 그 핑계의 꼬리를 물고 딸을 따라 딸네 집으로 갔다. 어휴! 한숨만 나왔다.

이튿날 검사를 받고, 딸을 따라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돌아온 내 모습! 처음엔 초라했으나 하루이틀 지나자, 자꾸 웃음이 났다.

실없이 웃는 나를 그린다.

 

 

그림 24.

사흘 후 주말, 조용하던 남편이 자식들이 모이자, 내게 한마디했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큰아들이 왜 그러느냐고,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다시 고개를 저었다. 작은아들은 말없이 나를 바라만 봤다. 그 눈빛이 나를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엾다고 여기는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나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딸내미도 그냥 살지, 가출이 다 뭐냐며 핀잔이었다.

결국, 무슨 말을 해야 했다. 남편과 자식들에게 반문했다.

그래, 너희 배운 것들이 뭘 알어?”

모두 조용했다. 다시 물었다.

내 마음을 알어? 범이 득실거리는 걸 아느냐고?”

이번엔 나 말고 남편과 자식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배운 것들 앞에 선 나를 그린다.

 

 

그림 25.

기도했다. 소원의 기도가 아니라 원망의 기도였다. 처음으로 하나님을 원망했다. 기도하는 도중에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가마니를 엮었다. 내 기억에 아버지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해 보였다.

엄마의 모습도 떠올랐다. 엄마가 참나무 숲에서 싸리버섯을 한 망태 가득 땄다. 그땐 나와 엄마 사이가 한 켤레의 양말처럼 좋았다.

이번엔 고개 숙인 큰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교사가 된 큰아들은 사는 게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내게 실망한 작은아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내가 벙어리 엄마에게 모질게 말한 내용을 알게 된 작은아들은 한동안 집에 오지 않았었다. 울고불고 난리 치던 딸아이의 모습도 떠올랐다. 딸은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인과 결혼했다.

기도하는 나를 그린다.

 

 

그림 26.

마지막 그림은 잘 그리고 싶었다. 앞으로는 후회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 예쁜 옷을 입었다. 이 그림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그러고는 자식들을 불러 모았다. 먼저 큰아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그땐 무식해서, 뭘 몰랐어.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더라. 네가 하고 싶다는 걸 할 수 있게 해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어머니! 내가 낼모레면 은퇴여. 이젠 아무리 말려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테니, 걱정하지 마.”

작은아들에게 말했다.

작은아들에겐 용서를 빌어야겠지. 죄의 값은 내 몫이니. 이젠 너도 너를 용서해라. 네 잘못이 아니니까.”

우리 어머니, 다 알고 있었네. 그런데 걱정하지 마슈. 언젠가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나서 용서를 빌었으니까.”

딸에게 말했다.

너도 나 원망 많이 했지? 그런데 그땐 도무지 군복 입은 사람을 볼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랬으니까 이젠 마음 풀어라.”

나도 다 알아. 외할아버지가 군인들에게 맞아 죽은 거. 외할아버지가 빨갱이 친구를 도와줬다고 죽였다며. 나라도 군인이 싫었을 거야. 내가 미안해.”

말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늙었어도 예쁜 나를 그린다.

 

 

그림 27, 미완성.

작은아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작은 어촌 마을에 있는 시골집에서 보냈다. 밤에도 낮에도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들렸다. 파도를 넘어가듯 내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내가 그린 26장의 그림에 대하여 아주 천천히, 세상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배운 것들은 도무지 모르는 내 이야기. 작은아들이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단다.

닷새째 날, 우리는 마당에 모닥불을 지피고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아들이 정식 인터뷰를 했다. 아들이 형식을 차리며 나를 존중해줬다. 그것만으로도 괜히 들떴다.

외할머니랑은 왜 그렇게 안 친했어?”

60년이나 지난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냈다. 자식들은 모르는 첫사랑 교회 전도사를 소환한 거다. 작은아들이 놀란 표정이었다.

? 내가 연애 한 번 안 해봤을까 봐!”

우리 서울 씨 눈이 반짝거리시네.”

그 사람 너처럼 아주 착했어. 말도 없었고.”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날이면 날마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셨남?”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사람 너무 착해빠졌어.”

그게 무슨 말이유?”

날 데리고 도망쳐야 하는디, 혼자 도망쳤거든.”

! 서울 씨 도망칠 생각도 하셨나 보네?”

그 사람이 약속했으니까. 그래 놓고는 혼자 사라진 거지.”

아들이 고개를 주억이더니, 그 사람이 왜 그랬냐고 물었다.

나도 왜 혼자 도망쳤나, 하고 오랫동안 고민했지. 아마도 하나님을 배신할 수 없었겠지. 나를 데리고 도망치면 목사가 될 수 없었을 테니까.”

, 그렇겠군.”

작은아들 표정이 뭔가 좋지 않았다.

? 나한테 실망했냐?”

내가 왜? 다 지난 일인데.”

혹시 배신감 느끼니? 나는 도망칠 생각까지 했으면서, 너에게 그렇게까지 모질게 한 거?”

아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도 다 지난 일인데 뭘. 나도 그 사람도 낼 모래면 환갑이잖유.”

, 그렇지 환갑. 그런데 정말 다 지난 일이니?”

그게 무슨 뜻이래? 지난 일이 아니면 뭐가 있나?”

언젠가 만났다면서?”

만났지. 내가 책을 출간했을 때, 직접 찾아왔었으니까.”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어.”

뭔가 이상했다. 아들의 소설이 생각났다. ‘눈사람 유전자라는 소설이었다. 아들이 벙어리를 눈사람 유전자라고 했던 거다. 그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소설책을 출간했을 때, 벙어리 동생이 찾아왔었다. 설마! 그렇다면 그 이야기가 사실이란 말인가? 그 결말이 사실이라면!

아들에게 사실이냐고 물을 수 없었다. 고민하다가 변명하듯 말했다.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또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그 아이는 반대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게 내 인생이니까.”

인생이라는 말이 나와 어울리지 않았는지, 아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어머니 인생? 그게 뭐래유?”

당연히 우리 식구를 지키는 거지.”

아들이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우리 식구를 누구로부터, 무엇으로부터 지켜?”

여러 가지 단어를 떠올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 전염병, 악마.”

아들이 다소 놀랍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물었다.

그럼, 눈사람 유전자는 그 셋 중에 뭔데?”

아들의 눈 속을 들여다봤다. 나를 원망하는 게 분명했다. 그 소설 속 결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사실이라면 나는 내 식구를 지키지 못한 거니까. 혹시, 그 결말이 사실이더라도 명확하게 말해야 했다.

그건 독이고 전염병이지.”

말 못 하는 게, 독이고 전염병이라고?”

대물림되니까.”

그럼, 악마가 아니라서 다행인 건가?”

악마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다. 소설 눈사람 유전자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악마라고 지칭했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 주인공은 아들 역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악마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다.

그 유전자가 다른 이를 해치는 건 아니니까, 악마는 아니겠지.”

작은아들이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 끝이 피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판사의 표정처럼 몹시 메말라 무섭기까지 했다. 그러함에도 나는 결국 묻고 말았다.

,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설마, 그 소설 속 결말이 사실이니?”

작은아들이 당황했는지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씽긋 웃고는 그런 일이 어떻게 있겠냐며 다 허구라고 했다.

정말 허구인 거 맞지?”

당연히, 허구지. 서울 씨! 괜히 걱정하지 마셔.”

그런 일은 소설에나 있는 이야기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자리를 정리했다. 모닥불에 찬물을 끼얹자 뿌연 수증기와 먼지가 뒤섞이며 날렸다. 복잡한 내 마음과 같이 눈앞이 흐렸다.

꿈자리가 어수선했다. 어떤 뚜렷한 이야기 없이 많이 사람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이 사람 저 사람이 모두 나에게 욕하는 것만 같았다.

아침에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 방문을 열었더니 이부자리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앉은뱅이책상 위에 어떤 두꺼운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내용을 보니 어젯밤 나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 중이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메모를 하는 모양이었다. 노트를 몇 장 넘기다 보니 어떤 아가씨 사진이 나왔다. 왠지 얼굴이 낯익었다. ! 내 손녀딸이다.

사진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오다가 뭔가 이상했다. 돌아서서 다시 사진을 살폈다. 내 손녀는 코에 점이 없는데, 이 아가씨는 누구지? 왜 내 손녀딸과 닮았지?

그때 마당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둑질하다가 걸린 아이처럼 재빠르게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갔다. 괜히 수돗물을 틀고 컵을 씻었다. 고개를 돌려 마당을 힐끗 보니 아들이 마당을 청소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눈사람 유전자의 결말을 떠올렸다. 손이 떨려서인지 컵이 자꾸 미끄러졌다.

방으로 들어가 잠시 누웠다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아들과 함께 시장에 갔다. 이것저것 반찬거리를 샀다. 아들이 오늘 저녁엔 생선구이를 먹자고 해서 옥돔과 고등어와 갈치를 샀다. 갈치는 내가, 고등어는 아들이 좋아했다. 옥돔은 제주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장을 보고 장터를 빠져나오는데 아이 하나가 길 한복판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 모양이었다. 아들이 다가가 물었다.

혹시 길을 잃은 거냐?”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엄마를 잃은 거구나?”

아이가 손을 들어 저쪽을 가리켰다. 어떤 아이 엄마가 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그런데 넌 왜 안 따라가고 여기에 서 있니?”

아이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그 아이 엄마가 돌아서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 , 거기서 뭐 해? 빨리 따라오지 않고!”

아이가 마지못해 그 아이 엄마에게 갔다. 그 순간에도 아이 엄마는 손을 잡은 아이와 싱글벙글 사이가 좋았다. 아무래도 계모 같았다.

아들이 짐을 차에 싣고는 해안 도로를 달렸다. 평생 산골짜기에서 살아온 나에겐 바다가 너무 넓었다. 끝없는 바다! 평생 이렇게 넓은 바다를 요즘같이 오랫동안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바다가 두려웠다. 저 바다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나는 왜 오랜 세월 동안 그 산골짜기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들이 어떤 하얀 카페 앞에 차를 세웠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통창으로 바다가 훤히 내다보였다. 그런데 그 바다가 어떤 그림처럼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아들이 주문 코너로 가서는 뭔가를 주문하는 것 같더니, 종이에 뭔가를 써서 아가씨에게 보여줬다. 그제야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인사했다.

아들이 돌아와 맞은편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봤다.

혹시! 저 아가씨가 말을 못 하니?”

그런가 봐유. 여기 주인이라는데 참 안 됐어유.”

우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거의 움직이지 않는 바다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아무래도 대놓고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미안한데, 아침에 네 노트를 좀 읽었다. 내 이야기를 정리한 것 같아서.”

아들이 당황하지 않고 대꾸했다. 아직은 그냥 메모하는 수준이라고.

그런데 아가씨 사진이 있던데, 누구 사진이니?”

아들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때 주인 아가씨가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음료를 내려놓았다. 고맙다고 했더니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아들이 먼저 물었다.

그 사진 우리 딸 닮지 않았어?”

그러게.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어머니도 봤을 건데 교회에서.”

우리 교회 사람이니?”

, 이웃 마을에 사는 그 사람의 언니 딸이야?”

누구? 벙어리?”

, 맞아. 그런데 벙어리 아니고 언어장애인이야.”

한순간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아가씨 사진을 왜 아들이 가지고 있는지, 또 그 아가씨와 우리 손녀가 왜 닮았는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사실을 말해줄 수 있니?”

사실? 어떤 사실?”

무엇이든.”

좋아. 내가 그 아가씨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건. 글을 쓰기 위해서야. 언어장애인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거든. 언어장애인의 딸이 주인공이라서. 일부러 찾아갔어. 그러고는 사진을 한 장 얻어왔지.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으니까.”

그게 전부니?”

글쎄, 우리 딸을 닮아서 처음엔 놀랐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럼, 다른 건 없어?”

어떤 거유?”

그 소설 속의 결말?”

그건 아니라고 어젯밤에 말했잖유.”

믿어도 되는 거니?”

아들이 빙그레 웃으며 믿어도 된다고 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물었다. 오늘 밤엔 술 한잔하지 않겠느냐고.

저녁 무렵 아들은 어제처럼 마당에 모닥불을 피웠다. 빨간 숯불이 만들어지자, 석쇠에 생선을 구웠다. 생선이 노릇노릇 익었을 때 막걸리를 한 잔 따르더니 마셔보라고 권했다.

오늘은 한잔해 봐유. 어머니가 술 마시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그럼, 마셔볼까. 아가씨 때는 좀 마셨지, 내가.”

언제? 전도사 도망갔을 때?”

, 그때도 좀 마셨지.”

안 마시던 술을 석 잔이나 마셨다. 정신이 알딸딸했다. 어느 순간 고양이들이 몰려들었다. 대여섯 마리나 됐다. 생선 냄새를 맡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두 놈은 크고 다른 놈들은 작았다. 모두 호랑이 무늬를 하고 있는데 작은 고양이 한 마리만 흰색이었다. 어미와 아비, 아이들, 그렇게 한 식구 같았다. 아들이 생선 한 토막을 그릇에 담아 고양이들 앞에 놓아주자, 다 같이 모여들어 한입씩 뜯었다. 그 모양이 재밌어서 나도 생선 한 토막을 그 그릇에 올려주었다. 그런데 흰색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가까이 오지 않고 저쪽에서 쭈뼛대며 입맛만 다셨다. 아들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

그러게, 어미가 다른가?”

어미가 달라?”

아들이 일어나더니 생전 한 조각을 그 고양이에게 가져다줬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먹으라고 했다. 순간 사진 속 아가씨가 다시 떠올랐다. 그래, 사람은 절대 대물림을 벗어날 수 없어! 내 손녀와 닮았다면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궁금증이 내 안에 가득하면서도 술을 마셔서 그런지, 자고 싶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이었다. 아들이 또 산책하러 나가고 없었다. 아들의 노트가 궁금했으나 책상 위에 없었다. 노트를 찾았다. 가방 안에 있었다. 마치 일부러 숨겨놓은 것처럼 가방 맨 밑바닥에 있었다. 그 노트를 찾은 순간! 그 아가씨의 사진을 다시 본 순간! 내 인생 무너지는 소리가 저벅저벅 다가왔다.

제주 한 달 살기를 끝내고 벙어리, 아니 언어장애인, 그 언니를 찾아갔다. 문전박대를 당할 줄 알았으나 의외로 나를 반겼다. 차라리 문전박대가 좋았을 것을, 그 언니의 미소가 왠지 무서웠다. 결국, 소설 속의 결말이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독과 전염병으로부터 우리 식구를 지키지 못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데 그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직접 말한 것은 아니고 핸드폰에 문자를 써서 보여줬다.

작은 아드님이 언젠가 찾아왔어요. 하지만 자기가 아버지라는 건 숨기고 싶다고 했지요. 우리 딸을, 그러니까 제가 키우는 그 아이를 위해서도, 또 그 아이의 엄마인 내 동생을 위해서도, 그리고 어르신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어요.”

나를 위해서요?”

, 어머니의 삶을 지켜주고 싶다면서요. 물론 둘째 며느님에겐 사실대로 고백했다고 했지요. 그래서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러더군요. 자기 동생도 자기 형도 어머니를 지키는데 자기도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러니까 동생분은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분에게 그랬답니다. 어머니를 만날 땐 절대 군복을 입지 말라고요. 어머니가 군인을 무서워한다면서요.”

…….”

그리고 큰 아드님은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데도 절대 그만두지 않았다고 했어요. 몇 번이나 사직서를 쓰고도 말이에요.”

, 이런!”

그러니 자기도 어머니를 지켜드려야 한다고, 절대 아버지라는 걸 밝힐 수 없다고 했어요.”

눈을 감았다. 어지러웠다. 그 언니가 물을 가져다줬다. 물을 마시고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 그랬군요.”

죄송해요. 이렇게 다 알고 오셔서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내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 어르신.”

그 아가씨는 어디 있죠?”

. 우리 딸은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 서울에 직장이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그 아가씨는 말을…….”

, 어르신. 말합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부탁이 있다고 했다.

부탁이라고요?”

. 이따금 우리 딸이 집에 오면 교회에 데리고 갈 테니, 인사하면 잘 받아주세요. 물론 이런 사실은 비밀로 해주시고요.”

그래요. 그렇게 하지요. 다른 건 아들과 상의해 볼게요.”

. 어르신.”

그 언니 집에서 나왔다. 교회로 갔다.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하지만 염치가 없어서인지 말은 나오지 않고 눈물만 나왔다. 내가 자식들을 지킨 게 아니라 자식들이 나를 지키고 있었다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나를 속인 자식들이 괘씸했으니까. 그러다가 자식들에게 미안했다. 이 죄를 다 어찌할까?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휴! 어휴! 어휴! 나만 빼고 다 배운 것들이다!”

그때 경찰이 한 말이 생각났다. 내가 다 가르친 자식들이라는 말! 그렇게 애써 나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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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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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장화순 | 작성시간 26.06.21 new 나만 빼고 다 배운 것들이다
    나의 삶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몇장을 그릴 수 있을까?
    26장 그림과
    미완성의 그림을 보며
    생각해 본다
    배운 것이 아닌
    서울씨의 답답함은
    배운 것들의 삶 속에도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지금쯤 서울씨도 알고 있을까?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자녀에게 보호막을 쳐주는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한
    서울씨가
    내 아이에게 쳐준 보호막의 결과를 돌아보게 한다
    사실과 상상을 버무려
    써내려 간 신이비 작가의 글은 다음 그림을 서둘러 펼쳐보게하는 재주가 있다
    주인공서울씨의 삶을 그려내면서 조연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슬쩍 집어넣은 신이비작가는
    어쩜 어머니와 허심탄회하게 하고싶던 말을 이 글로 쏟아낸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아님알고
    글을 다 읽고 궁금한 것은
    무대가 가족인데
    서울씨와 자녀들의 생각은
    일부라도 드러나는데
    서울씨 남편에 생각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서울씨와 동시대를 살았던 한 남자의 삶을
    신이비 시각으로
    펼쳐주면 안될까.
  • 답댓글 작성자이비책방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46 new 네. 감사해유.
    아버지 이야기도 사연이 많이 있지요.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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