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뉴스에 잠시 보도된 것을 기억합니다. 호, 대단! 하는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농민들 외에는 주로 2030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는 보도입니다. 추운 겨울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맨 바닥에서 밤을 지샌 것입니다. 왜? 어떻게? 당시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래도록 숙제처럼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숙제도 풀겸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다쿠멘터리로 나올 줄 몰랐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지니고 있던 숙제를 풀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시간을 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치고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유명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볼거리를 예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세상 일이 그렇지만 ‘누구나 동의’ 또는 ‘전원 찬성’이란 민주주의 사회에서 크게 기대할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잘해도 그 반대 편에 서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다수결제도를 택하였을 것입니다. 일단은 다수 의견을 따라가며 반대측 의견을 수렴해주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물론 이 때도 다수 쪽이 강압적으로 나온다면 문제라 생길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협의와 협상 그리고 합의점에 이르러야 합니다. 여기 필요한 것이 바로 서로의 양보입니다. 한쪽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다른 한쪽의 분노와 원망을 일으킵니다. 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하지요. 언제고 폭발합니다. 그런 빌미를 가능하면 만들지 말고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농민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도저히 더 견딜 수가 없다 해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보다 행동파인 사람들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것을 알고 정부에서 나섰습니다. 과천을 지나 남태령을 넘기 전에 경찰차로 차벽을 만들어 막았습니다. 얼마 지나 뒤로 돌아서지도 못하게 뒤까지 차단했습니다. 그 사이에 갇힌 꼴이 된 것입니다. 아무튼 농민들이 나서서 상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얼마 후 남태령에서 막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소위 힘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막고 있다는 의식이 번졌습니다. 막 계엄령 사태가 일어나 어수선할 때의 일입니다. 계엄령은 막았지만 약자의 소리까지 막으려는 태도에 젊은이들이 일어섰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남성 중심 사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여성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젊음을 드리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특히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젊은 여성들이 더 절절히 느꼈던 듯합니다. 요즘은 공공 뉴스 보도 없이도 빠르게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NS가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과 길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문자가 뜹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잠재적으로 숨어있던 소위 사회정의감이 솟아오릅니다. ‘가야 해.’ 모든 일을 끝내고 귀가 길임에도 발길을 돌립니다. 그 방향으로 전철을 탑니다. 그리고 목적지 ‘남태령’에 하차합니다.
내리고 보니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함깨 내렸습니다. 그리고 향하는 곳이 동일합니다. 어떻게? 트랙터가 갇힌 곳을 향합니다. 경찰차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버스도 통행금지입니다. 모든 차량 통행이 안됩니다. 그렇게 막혔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습니다. 예정하고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일하다, 귀가하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입니다. 물론 집에서 듣고 나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어떤 집회가 예정되어 있던 것이 아닙니다. 한밤중 주로 젊은이들 그리고 여성들이 더 많았습니다. 농민들이 놀랐습니다. 이런 일은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혀 기대하던 일도 아닙니다.
저는 20대 초 여학생입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함께 할 것입니다. 동지를 맞는 겨울 날씨 속에서 밤이 깊어질수록 기온은 더 내려가고 추위는 더 깊이 살을 파고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달려왔기에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를 않았습니다. 더구나 저녁식사까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막을 것과 따뜻한 마실 것들이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여지저기 후원들이 들어옵니다. 추위 속에 잠들면 동사하고 맙니다. 그래서 잠들지 못하도록 서로를 깨웁니다. 추위에 정신을 놓치는 사람들까지 생깁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난방버스가 들어옵니다. 길을 막고 있으니 용케 돌아돌아 찾아 들어옵니다. 정말 대단!!
그 추운 밤을 길바닥에서 꼬박 새우며 서로를 깨우고 격려하며 나서서 개인 의견들을 발표합니다. 대단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아무도 발표하는 의견에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공감해주고 박수를 보냅니다. 남태령이 남긴 것이 무엇입니까? 사회의 약자들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누구나 한 사회의 일원입니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세상이 당장 바뀌지 않는다 해도 연대의 감정을 가지고 함께 가자는 의식이 공유되었습니다. ‘경쟁이 아니라 소통하고 남태령을 넘어 대동세상(大同世上)으로’ 영화 ‘남태령’(The Longest Night: Namtaeryeong)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