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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대전 이야기

루프트바페의 전설! "메서슈미트 Bf 109" -마지막 회 : 영웅의 몰락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작성시간13.12.22|조회수2,075 목록 댓글 4

 

 

(레벨社 Bf 109G 키트 박스 아트)

 

1942년은 승승장구하던 나치 독일이 패망의 길에 접어드는 전환점이 된 해였습니다.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무적의 화신이었던 롬멜의 북아프리카 군단이 몽고메리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에게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패배한 후에 결국 그 이듬해인 1943년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연합군에게 항복하게 되었고, 동부전선에서는 1942년 8월부터 스탈린 그라드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결국 이듬해 2월말에 독일군의 비참한 패배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해 여름에 시작된 쿠르스크 전투에서 결정타를 입은 독일은 그 이후부터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소련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1939년 폴란드를 비롯한 동부 유럽의 약소국들과 소련을 파죽지세로 전격전을 구사하며 밀어붙히던 나치 독일의 위용은 간곳이 없었습니다.

 

루프트바페의 자랑이었던 Bf 109 전투기 역시 전세의 역전으로 그동안 적 전투기를 공격하여 제공권을 장악하던 승리의 화신의 역활에서 밀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독일 하늘을 지켜야 하는 절박한 신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연합군 폭격기의 공포

 

(B-17 폭격기 편대의 독일 본토 공습 모습)

 

1941년 12월 진주만을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게 기습을 당한 미국은 즉각적으로 일본 뿐만 아니라 독일과 이태리까지도 선전 포고를 하고 본격적으로 2차대전의 전쟁 한가운데로 뛰어들게 됩니다. 특히 그동안 영국은 유럽 대륙에서 외톨이가 되어 고군분투해오던 입장에서 대서양 건너 든든한 동맹국인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희망의 불꽃을 되살리게 됩니다.

 

미군은 B-17 폭격기를 영국으로 보내서 영국 공군의 랭커스트 폭격기와 함께 독일 폭격을 시작하게 되었고 Bf 109는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미-영 폭격기 편대들과 이들을 호위하는 전투기들을 상대로 새로운 전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거대한 4발 폭격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였습니다. 즉 보다 강력한 화력으로 자신의 체격보다 훨씬 큰 폭격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이 필요했고, 폭격기 편대만큼 높이 날아 올라서 공격을 하려면 훨씬 뛰어난 고도 상승 속도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폭격기에 무장된 기관총 세례를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방탄 장갑의 보강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Bf 109G-6, 기수 앞에 불룩 튀어난 부분은 신형 기관총의 탄환 적재를 위해서 외형이 바뀐 결과입니다.)

 

Bf 109F의 주익은 동축 기관포를 장착하면서 추가로 기관포를 장착할 수 없는 정도로 주익의 두께가 얇아진 탓에 폭격기를 상대로 Bf 109F의 화력을 강화하고 싶어도 주익 쪽에 기관포 추가는 쉽지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동축에 이미 기관포를 설치한 상태에서 주익에 2정의 기관포를 억지로 추가하는 경우에 기존의 엔진의 출력으로는 무리가 따랐습니다.

 

메서슈미트 박사는 1942년 여름부터 F형의 생산을 중단하고 후속 모델인 Bf 109G형의 생산을 준비하게 됩니다. Bf 109F형이 적 전투기들을 상대로 공중전을 펼쳐 제공권을 장악하는 공중전 위주의 전투기라면 Bf 109G형은 적 폭격기 편대 요격을 위한 보다 강한 화력과 방어 능력 보강에 힘을 쓰다보니 기체의 무게가 크게 늘어나버렸고 결국 109F에서 자랑하던 뛰어난 비행 능력과 스피드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훨씬 무거워지면서 Bf 109G형은 비행 성능에서 전에 없던 문제점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착륙시에 불안정한 비행 특성이 그것입니다. 특히 랜딩 기어를 내리고 접지 직전에 비행 특성이 저하되어 자칫 지면에 충돌할 위험이 생기게 되었는데 베테랑 조종사들조차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전쟁 후기에 등장한 또하나의 루프트바페의 주력 전투기 포케볼프社에 Fw 190은 일부 성능에 있어서 Bf 109G보다 우수한 면도 있었지만 폭격기 요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고공비행 성능에서는 Bf 109G가 Fw 190을 앞서고 있었습니다. 또한 갓 전선에 공급된 신형 Fw 190보다 오랜 세월 생산을 해온 Bf 109 시리즈의 생산성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전쟁 말기에 모든 것이 부족하던 나치 입장에서 Bf 109는 대안이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본격적인 참전의 의미 중에 그동안 Bf 109가 상대하지 못했던 강력한 미국의 전투기들과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는 것도 전성시대를 지나버린 Bf 109에게 앞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었습니다. 하지만 Bf 109G는 109 시리즈 전체의 생산 총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생산된 기종이었습니다.

 

얼핏 외형만을 보면 Bf 109G형은 109F와 구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외형이 아니라 고도 비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새롭게 적용된 DB 605A 신형 엔진입니다. 특히 고도 18,700 피트에서 1,355마력의 출격을 과시하는 신형 엔전은 분명히 엄청난 파워를 과시했지만 이전 엔진보다 훨씬 무거워진 엔진으로 인해서 109G의 중량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DB 605A 엔진)

 

보통 연합군 폭격기들은 2만 피트 이상의 고고도로 날아오는 탓에 그러한 높은 고도에서 폭격기를 요격하려면 그곳에서 조종사에게 부가되는 저기압의 고통을 방지하기 위한 압력 유지 가능한 여압식 조종석이 적용되어야 했습니다. 또한 폭격기 총좌에서 발사하는 기관총으로부터 조종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2중 방탄 유리를 도입했는데 정면 창에는 무려 90mm 두께의 방탄 유리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고고도에서 발생하는 성에 제거를 위한 방습 장비도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폭격기 요격을 위한 대응을 하다보니 중량의 증가로 인해서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공중전을 위한 비행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일선 조종사들의 강력한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특히 동부전선에서 불과 1년 전에만 해도 만만한 상대였던 소련 공군의 I-16과 같은 뚱보 전투기를 상대하면서 Bf 109F의 비행 성능이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에 소련 공군의 신형 전투기들이 속속 전선에 투입되고 가뜩이나 밀리는 입장에서 이들과 제공권을 놓고 공중전을 벌일 입장이 된 Bf 109G는 이제 더이상 압도적인 우세를 점할 수 없었고 도리어 비행 성능에 있어서 109F에 비해서 저하된 상태에서 소련 공군쪽은 보다 향상된 신형 전투기로 맞서다보니 상황이 역전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1942년 겨울 동부전선 혹한의 날씨에 출격 준비 중인 Bf 109F)

 

Bf 109G는 고고도 비행 능력에 중점을 두었지만 소련군 전투기와의 공중전은 중고도 이하에서 진행되는 관계로 결국 Bf 109G는 고고도에서 폭격기를 요격하는데 적합한 고도 상승 능력과 중고도 이하에서 보다 향상된 소련군 전투기를 상대로 공중전을 벌일 때 필요한 우수한 비행 능력 양쪽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기종으로 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으므로 결국 고고도 비행을 위해 적용했던 무거운 여압식 조종석(Bf 109G-1)을 포기하고 원래의 조종석을 적용한 Bf 109G-2형을 생산하여 동부전선에서 소련군 전투기들과의 공중전에 대응하게 됩니다. 즉 고고도 폭격기 요격용으로는 109G-1을 사용하고, 동부전선 소련 공군과의 중고도 이하 공중전을 위해서는 109G-2를 적용하게 됩니다.

 

동부전선에서는 소련 공군과의 공중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서유럽에서는 영국에서 이륙한 영-미 폭격기 편대들을 요격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대규모 폭격기의 공습이 점차 빈번해지자 Bf 109G-1을 개선한 Bf 109G-3가 등장하게 되는데 주요  개선 사항은 무선 장비를 고고도 임무에 적합하게 개선하고 보다 무거워진 중량을 지탱하기 위해서랜딩 기어를 보다 크게 바꾸게 됩니다. 고고도 요격용 버전은 109G-3에서 다시 109G-4를 거쳐서 109G-6형으로까지 개선형이 나오게 됩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분들은 Bf 109G형부터는 두가지 방향으로 나뉘어서 개선형이 전개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고고도 요격용 (G-1 -> G-3 -> G-5)과 중고도 이하 공중전 전투 임무(G-2 -> G-4 -> G-6)으로 전개됩니다.

 

고고도 폭격기 요격 임무

 

1943년 초에 들어서면 독일 상공에 밤낮 없이 날아와서 폭탄을 쏟아놓는 영-미 폭격기들의 공습으로 고고도 폭격기 요격 임무는 루프트바페의 최우선 임무였습니다. 고고도 요격용 G형의 세번째 버전인 G-5형에는 보다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DB 605D 엔진이 적용되었는데 고성능 부스터를 함께 적용하여 순간적으로 1,800마력까지 출력을 향상하는 기능이 가능했습니다. 고고도에서 폭격기 밑에서 급상승하여 솟아오르면서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이 기능은 폭격기 요격을 위해서 매우 훌륭했습니다. G-5형에 있어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변화는 13mm MG 131기관총의 적용입니다. 새롭게 적용된 신형 기관총은 훨씬 먼 사정거리와 파괴력이 향상되었습니다.

 

 

(MG 131 신형 기관총)

 

MG 131 기관총의 적용을 하면서 각 300발의 탄약을 탑재하다보니 기수 엔진 측면 부위에 볼록하게 돌출된 부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중고도 이하 공중전 임무를 위한 G-6형에서도 이 기관총의 적용이 되다보니 결국 불룩한 이부분이 마치 G형의 대표적인 외형적 특징인 것처럼 알려지게 됩니다. 

 

 

(AVRO 랭커스터 영국 공군 중폭격기)

 

MG 131 기관총이 사정거리가 길어졌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고 하니 영국 랭커스트 폭격기의 경우 총좌에 장착된 기관총의 사정거리가 MG 131 기관총보다 짧았습니다. 그러니 Bf 109G-5형이 폭격기에 접근하면서 폭격기의 기관총의 사정거리보다 먼 거리에서 폭격기를 향해 조준 사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즉 적의 기관총의 사정거리 밖에서 조준 사격이 가능하다는 것은 적 폭격기 격추를 위해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점도 보다 우수한 성능의 캘리버 50 기관총(12.7mm 구경)을 사용하는 미국 폭격기 B-17이나 B-24를 만났을 때는 비슷한 사정거리와 파괴력을 가진 탓에 별 이점이 없었습니다.

 

G-5형에서 고고도 폭격기 요격용 부품을 제거한 상태인 G-6형은 무려 12,000대가 생산되어 G형 중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버전입니다. 특히 G-6형 중에는 동축 기관포를 대구경의 30mm MK 108 기관포로 교체한 U 형이 있습니다. G-6형은 원래 고고도 임무용이 아닌데도 미국 중폭격기 요격에 효과적인 이 기관포를 장착하였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MK 108 기관포가 느린 포구 속도로 공중전에서는 그리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폭격기 요격에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큰 효과를 봤습니다. G-6형에 폭격기 요격용으로 효과가 높은 기관포를 적용했다는 것은 실상 전투 상황에서는 고고도 요격용과 공중전 용도로 명확하게 구분해서 운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조 버전은 계속 등장하게 되는데 Bf 109G-6/R1형은 동체 하면에 500kg 폭탄을 장착하도록 제작된 전폭기 용도입니다. G-6/R2형은 주익에 WGr21 로켓탄을 장착하였고, G-5/R6형은 주익에 MG 151 기관포 2문을 곤돌라를 이용해서 추가로 장착한 형태입니다. (주익이 얇다보니 결국 곤돌라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쥐어 짜게 된 것입니다.)

 

G-5R/2형에 적용된 로켓탄은 단 한발만 폭격기에 명중해서 단번에 폭격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이었지만 문제는 유도탄도 아니고 조종사의 눈 대중으로 발사하는 로켓탄이 왠만해서는 폭격기를 맞추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로켓탄을 장착하면 중량의 증가로 최고 속도가 40km 정도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테랑 조종사들은 로켓탄을 아주 기발한 용도로 사용했는데 즉 편대 비행 중인 폭격기들 한복판에 로켓탄을 발사해서 폭발시키면 비록 폭격기들이 격추시키지는 못하더라도 폭발에 놀란 폭격기들이 편대 대형을 풀고 뿔뿔히 흩어지면 훨씬 요격하기 쉬위졌던 것입니다. 이런 효과에 재미를 본 조종사들은 로켓탄을 일컬어 "편대 대형 파괴자"(Formation Destroy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 루프트바페 전투기에 격추되는 B-17 폭격기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

매우 끔찍한 영상입니다.)

 

G형의 개선은 끊임없이 진행되어 Bf 109 시리즈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Bf 109G-10형이 개발됩니다. 이 버전은 무려 2,000마력을 낼 수 있는 DB 605DCM 엔진을 장착하였는데 주익의 무장은 완전히 제거하였으며 동축 기관포는 MK 108 30mm 기관포로 무장하여 화력 강화와 속도 향상을 모두 얻게 됩니다. 고도 2,425피트에서 시속 693km까지 이를 수 있는 고속이 가능했고 이륙 후에 단 6분만에 2만 피트 상공까지 상승할 수 있었습니다.

 

 

(B-24 리버레이터 중폭격기)

 

얼라 하우베

 

 

(얼라 하우베 - 개선된 캐노피와 조종석)

 

 

(Bf 109G-10의 재현 기체 - 얼라 하우베 캐노피 적용 모습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최고 속도를 자랑했던 G-10 기종 중에 G-10/R2형에서부터 적용했던 "얼라 하우베"(Erla Haube) 또는 "갈란트 하우베"라고 불리는 새로운 조종석과 캐노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2차대전 최고의 전투기 중에 하나로 평가받는 Bf 109 시리즈 전체를 통털어서 꾸준히 조종사들의 불만 사항으로 제기되던 것이 바로 캐노피 창틀로 인해서 시야가 좁다는 단점이었습니다. G-10형에 이르러서 조종사들을 좀 더 보호할 수 있도록 캐노피 프레임이 개선된 동시에 시야 확보를 위한 디자인까지 적용된 "얼라 하우베"(얼라는 이 캐노피와 조종석이 생산된 공장의 지명)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이런 캐노피의 개선을 주장했던 아돌프 갈란트 장군(루프트바페에 또 한사람의 격추 에이스)의 이름을 따서 "갈란트 하우베"라고도 불립니다. 이후 버전은 "얼라 하우베" 캐노피를 적용하게 됩니다.

 

 

(아돌프 갈란트 소장(1912년~1996년),통산 104대의 격추 기록을 가진 에이스입니다.

괴링이 낙하산으로 탈출한 적 조종사도 사살하라는 명령에 거부를 할 정도로 용기

있는 군인이었고 그의 명성은 전쟁 말기에 소장으로 진급하며 루프트바페에 유능한

지휘관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영국 공군의 전설적인 에이스 더글러스 베이더 중령

(두다리가 없는 불구자로써 26대의 격추 기록)과의 국가를 초월한 우정은 전쟁 후에

전범으로 기소된 갈란트를 베이더가 변호하고 나서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장 무서운 상대 등장하다. P-51 무스탕 전투기

 

영-미 폭격기 공습은 초기에 호위 전투기 없이 폭격기 편대만 날아왔습니다. 하지만 1944년 말부터는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2차대전 통털어 최고의 전투기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는 P-51D 무스탕 전투기가 독일 본토까지 폭격기들과 함께 날아오게 되면서 폭격기 요격을 위해 중무장과 무거운 고출력 엔진을 장착하여 비행 특성이 둔해진 Bf 109G들은 매우 무서운 상대를 만나게 된 셈입니다. 심지어 영국 공군의 스핏파이어도 이제는 개선의 개선을 거듭해서 Bf 109G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상대가 되었는데 하물며 무스탕의 경우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우수한 전투기인 P-47 썬더볼트의 경우 Bf 109G에 비해서 스피드가 느린 편이었지만 대신 다른 전투기들이 갖고 있지 않은 강력한 장갑으로 왠만한 기총 사격에는 치명타를 입지 않는 엄청난 맷집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동부전선에서 성능 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던 소련의 만만한 전투기들을 상대로 "학살"에 가까운 공중전을 하던 전성기의 Bf 109에 비하면 1944년 말에 유럽 상공에서는 어느 하나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강력한 성능과 화력을 갖춘 미국과 영국의 전투기들이 Bf 109를 위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영국과 미국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루프트바페 조종사들 못지 않은 훈련과 실전으로 단련된 실력들이었습니다.

 

 

 

(P-51D 무스탕 - 2차대전 최고의 전투기)

 

(리프블릭 P-47 썬더볼트 전투기, 엄청난 맷집의 전투기)

 

이제 폭격기 편대와 그들을 호위하는 전투기들이 함께 등장하면 루프트바페는 폭격기 요격을 위한 중무장한 109G와 공중전을 위해서 경무장 한 109G를 함께 출격시켜야 했습니다. 이런 비효율성은 영-미 폭격기 편대의 요격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었고 전쟁 말기에 모든 것이 부족했던 루프트바페의 공격 전투기들이 이륙하여 폭격기 편대에 접근해보면 연합군측 호위 전투기들이 훨씬 숫적으로 많아서 도리어 공격하겠다고 날아온 Bf 109G들은 영국이나 미국의 우수한 조종사들이 조종하는 호위 전투기들에게 도리어 격추 당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심지어 폭격기 요격용으로 중무장 무거운 몸집의 Bf 109G마져 폭격기 요격도 못해보고 호위 전투기들에게 공격을 받고 격추 당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전쟁 말기에는 왜 Bf 109나 Fw 190가 상대하는 미국과 영국의 전투기들이 성능적으로 우수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쟁 초기에 Bf 109의 엄청난 성능에 질려버렸던 영국과 미국은 아예 "Bf 109보다 더 우수한 전투기"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각자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된 전투기들을 끊임없이 개선의 개선을 거듭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즉 Bf 109를 처음 만들던 당시에 메서슈미트 박사는 그가 만든 전투기를 압도할 경쟁자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탓에 목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Bf 109를 목표로 그 보다 더 앞서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개발을 하게 된 연합국들은 어쩌면 전투기 개발이 더 쉬웠을 수도 있었습니다.

 

 

(P-51D 무스탕)

 

이미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거의 온전한 상태의 Bf 109를 얻게 된 연합국들은 샅샅이 기체를 분석하였던 것입니다. 1944년 초에 영국 공군이 우연히 노획한 Bf 109G형을 사용하여 당시 영국 공군의 최신형 스핏파이어 MK XIV 와의 모의 공중전을 수차례 실시하였습니다. 1940년말에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노획한 Bf 109E와도 당시 스핏파이어 MK I과 모의 공중전을 실시했었는데 영국군은 이런 일련의 모의 공중전을 통해서 스핏파이어와 Bf 109간에 성능 분석을 철저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스핏파이어 MK XIV)

 

다음은 전쟁 말기에 스핏파이어 MK X!V와 Bf 109G의 모의 공중전 결과 보고를 간략히 요약한 내용입니다.

 

- 최고 속도에서 스핏파이어가 Bf 109G에 비해서 거의 모든 고도에서 시속 60km 정도 앞섰으며 16,000 피트 고도에서만 두기체가 비슷하거나 스핏파이어가 시속 10km 정도 빨랐다. 결국 스핏파이어가 거의 대부분의 고도에서 Bf 109G를 앞섰다.

 

-상승 능력의 경우 순항 속도에서 상승 단계로 접어든 양 기체 모두 16,000 피트까지 거의 비슷한 시간내에 도달하였으나 플쓰로틀 상태로 급상승 하는 경우 스핏파이어가 Bf 109G보다 약간 빨리 상승하였다.

 

-강하능력의 비교결과, 강하로 진입하는 순간에서는 Bf 109G의 가속이 약간 더 빨랐다. 하지만 속도가 시속 611km 정도로 이르게 되면 스핏화이어의 가속능력이 더빠르게되어 109G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선회능력의 비교에서는 늘 그래왔듯이 스핏화이어가 Bf 109G에 비해서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스핏화이어 Mk XIV는 Bf 109G에 비해 모든면에서 우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대등한 조종사가 탑승하고 있다면 공중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

 

결국 전쟁 말기에 Bf 109G는 최소한 영-미 주력 전투기들에게는 성능 면에서 열세였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한편 동부전선에서조차 이런 전세의 역전이 이루어지는데 당시 소련의 신예 전투기 야크-3, 야크-9,  La-7등의 전투기들은 근접 공중전에서 Bf 109G와 대등하거나 약간 상회하는 우수한 비행 성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연합군 주력 전투기들 모두에게 성능의 열세를 겪게 되어 동부전선에서도 파죽지세로 밀리게 됩니다. 이제는 더이상 루프트바페의 Bf 109를 조종하는 에이스들에게 차곡 차곡 격추 기록을 높혀주던 "호구" 소련 조종사들이나 전투기들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La-7 소련 전투기)

 

드디어 독일은 항복하였고 Bf 109의 전설은 나치의 패망과 함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Bf 109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길게 드리웠습니다. 체코에서 생산되었던 Bf 109에서 엔진만 교체한 "짝퉁" 전투기 Avia가 이스라엘에 판매되어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초기에 이스라엘 공군의 주력기로 활약하였습니다. 그외 스페인에서 생산된 Hispano 역시 1950년대 중반 이후까지 운용됩니다.

 

 

(이스라엘 공군 최초의 단엽 전투기 Avia)

 

하지만 Bf 109의 의미는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차대전 전체를 통털어 Bf 109처럼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개선을 거듭하면서 거의 모든 기간 동안 최고의 전투기로써의 위치를 유지해온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핏파이어만이 비슷한 기간 동안 유일한 라이벌로 어깨를 나란히 했고, 허리케인의 경우는 한 수 아래의 기종이었습니다. 또한 1944년에야 유럽 상공에서 등장한 P-51 무스탕의 경우는 Bf 109보다 훨씬 느긋한 시간을 갖고 개발을 진행해온 경우이므로 당연히 Bf 109보다 우수한 성능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전쟁 말기 마지막 몇개월을 제외한다면 Bf 109의 우수한 성능은 아무리 추축군이라고 해도 항공기와 전투기 발달에 있어서 큰 발자취를 남긴 기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f 109의 전설을 만들어낸 메서슈미트 박사는 전쟁 후에 MBB(메서슈미트 항공 제작 회사)의 회장으로 1970년대까지 영광과 명성을 누리게 됩니다.

 

이제 공부했으면 써먹어야겠지요?- 고증의 예

 

이제는 유명 브랜드의 Bf 109 프라모델 키트 박스 아트와 이름만 보고도 이것이 어떤 배경을 가지 109 구나 고증이 가능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타미야제 키트 :  Bf 109E형은 전쟁 초기에 1세대 Bf 109 중에서 가장 안정되고 우수한 성능을 가졌던

 버전입니다. 특히 E3형은 엔진 상부 양측면에 MG 17 기관총 2정이 장착되었고 주익에 MG FF 기관포 2정이

장착되어있습니다. 총 1,218대가 생산되었고 1940년 영국 본토 항공전에 투입된 기종입니다.)

 

 

(Bf 109 E3 드로잉)

 

 

 

(아카데미제 Bf 109G-14 키트, 이 기종은 2세대 109의 대표적인 기종입니다. 주익에 기관포가

사라지고 동축 기관포와 2정의 기관총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104E에서 꼬리 랜딩 기어가

인입되는 방식이었는데 별로 비행 특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림에 보는 바와

같이 G형으로 오면서 다시 고정식으로 비행 중에도 그대로 노출됩니다. 또한 장거리 비행을

위한 착탈식 보조 연료 탱크가 부착되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Bf 109G-14은 1944년 7월 노르망디 상륙 작전 직후에 프랑스 방어를 위해 공급되었습니다. 파워 부스터의

적용으로 순간적으로 1,775마력까지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정거리를 연장한 신형 기관총 2정의 적용은

위에 사진처럼 각 300발의 탄환을 적재하는 과정에서 불룩한 부분으로 외형이 변경되었습니다.)

 

이제 공부를 하게 되니 키트 하나 하나를 대하면서 보다 깊은 배경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배경에 대한 이해가 프라 모델을 하는 취미를 더욱 의미있는 취미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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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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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휴머니스트(오성철) | 작성시간 13.12.23 김작가님 BF-109 관련글만 봐도 거의 준 박사가 된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위해 많은 노력하셨을 텐데 그덕에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2.23 감사합니다. 다음.글은 좀 색다른 아이디어가 되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 작성자유빈아빠(강정석) | 작성시간 13.12.23 Bf-109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즐겁게 잘 보았습니다.
    나중에 제작하게 되면 형님글 다시한번 보고 참고해야 할것 같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2.23 도움이.되어서 기쁩니다. 다음 글은 바로 유빈아빠님 최신작 마틸다 집중 고증 스페셜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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