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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대전 이야기

추억의 타미야 빈티지 키트 - 5 : 낡은 타미야 카달로그 한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들...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작성시간11.10.21|조회수1,002 목록 댓글 14

 

(저녁때까지 "열씨미" 장사하고 퇴근해서 자정까지 "열씨미" 작업한 결과 어느새 네대의

가조립 전차들이 도색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일단 도색 작업을 하려면

차고부터 정리하고, 한쪽 구석에 도색 작업 선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먹고도 살아야 하고, 모델링도 해야 하고.....

왼쪽부터 Jagdpanther->치프텐-> M1A2 애브럼스 -> 타이거 1)

 

"지름신"의 강림으로 한 5년 전부터 사재기를 시작한 저에게 지하실에 커다란 박스 두개로 그득 타미야, 아카데미, 레벨 등등 다양한 메이커들의 탱크, 전투기, 전함, 피규어 등등 키트들이 들어있습니다. 어제까지 무려 네개의 탱크 키트들을 연이어 가조립을 하여 마무리하고 나니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타미야의 "M1A1 애이브럼스 전차 (with mine plow)" 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좀 소소한 키트로 "즐겨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년간 박스 맨 밑바닥에서 썩고있던 타미야 미군 집 차량 키트의 박스를 뜯어보니까 난데없이 색바랜 타미야 카달라그 한장이 튀어나오더군요.

 

워낙 제가 오픈한 키트가 타미야 빈티지 중에서도 무척 오래된 편이라서 박스 자체도 귀퉁이가 나달 나달한 편이었는데 한번도 열어보지 않다가 문득 열어봤을 때 뜻밖에 아래와 같은 카달로그가 나오니 반갑더군요. (참고로 제 미군 집 키트는 "완전히" 재고가 말랐는지 현재 eBay 싸이트에서도 같은 물건이 없더군요.)

 

 

족히 30년은 넘은 것으로 보이는 빈티지 모델들의 작례 사진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때는 그랬듯이" 메이커 작례 조차 피규어 얼굴들을 명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치 "달걀 귀신" 얼굴처럼 한가지 톤의 살색으로 칠해버린 모습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더군요. 저때는 저런 수준의 도색 완성품들로  과학교재사 진열장을 가득 채운 것만 봐도 얼마나 마음이 두근거렸던가?

 

어쨌든 유심히 카달로그를 들여다보면서 거기에 광고가 된 키트들 하나 하나에서 추억과 역사가 버무려진 "비빔밥"과 같은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감자 넝쿨처럼 나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1.타이거 1 (맨 위에....)

 

우선 맨위에 타이거 1 전차의 단면을 보여주는 키트가 보입니다. 타미야는 이 전차의 키트를 무척 다양한 버젼으로 새롭게 내놓고는 하였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타미야가 그동안 출시했던 타이거 1 키트들의 일부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나치의 타이거1 전차는 왜 유독 모델러들에게 사랑을 받는 키트가 되었을까요? 2차세계대전 당시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요즘 세대들의 모델러들 조차도 당시 유럽 전선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 영화들("라이언 일병 구하기"등등)이나 TV 미니 시리즈("밴드 오브 브러더스")에서도 연합군들에게 가장 공포감을 주면서 진격해오는 "사각형 탱크"의 모습은 정말 위협적으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존 밀러 대위(톰 행크스)가 죽기 직전에 다가 오는 타이거 1 전차를 향해 콜트 권총으로 한발씩 한발씩 사격하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런 탓에 2차대전 유럽 전선에서 나치 독일의 지상 전투 장면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타이거 1"의 각 지고, 위풍당당한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유명한 나치의 전차로 각인 되었고, 실제 전쟁에서 활약한 기간도 초기 몇년을 빼면 종전 때까지 꾸준히 출전하여 가장 많은 전공을 세운 전차가 바로 타이거 1이기 때문이지요.

 

 

(이 장면 모두 기억하시겠죠? 총구 저 편에는 타이거 1 탱크가 다가오는 바로 그 장면....)

 

여기서 타이거 1의 탄생 배경을 간략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원래 이모델 이전까지 나치가 주로 사용하였던 전차들의 면모를 보면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기동성이 강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편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전차가 바로 폴란드 침공때 번개와 같이 신속한 진격을 자랑하던 전격전(독일어로 "블리츠크리크")의 주인공 2호 전차(위 사진)입니다.

 

"전격전"은 나치 육군 기갑전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하인츠 구데리안 장군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간단히 개념을 말하면,

 

1단계: 수투카와 같은 급강하 전폭기를 사용한 폭격으로 적의 통신 시설, 항공 시설, 보급로를 파괴한 후에,

 

2단계: 공수부대가 후방에 침투하여 주요 통로를 확보하고,

 

3단계: 집중 포격으로 적진을 초토화시킨 후에

 

4단계: 신속한 기동력으로 기갑 부대가 적진을 뚫고 진격을 시작하게 되면,

 

5단계: 뒤 따르는 보병 부대들이 남은 적은 잔류 세력들을 제압하고 점령한다는.....

 

간단히 우선 공습으로 초토화한 후에 기갑 부대가 일단 돌파! 그리고 남은 적들은 뒤따라오는 보병들이 알아서 소탕! 이런 전술에서 위의 2호 전차 같이 날렵한 기동력을 보여주는 소형 전차들의 활약은 매우 효과적일 수 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동부 전선의 경우 폴란드를 포함한 동구 국가들은 소련을 만나게 될 때까지 변변한 기갑 전력을 갖춘 상대가 없었으니까요.

 

 

("전격전"의 최선봉은 급강하 폭격기 수투카의 집중 폭격이었습니다.)

 

어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서부 전선에서 프랑스의 기갑 전력 역시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치 기갑 부대는 자신들이 보유한 소형 전차들로는 파괴할 수 없는 강적들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영국의 마틸다2와 소련의 KV-1 전차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어제 말씀드렸듯이 영국 기갑부대의 경우 롬멜의 지혜로 대공포를 활용한 포격이 효과를 봐서 프랑스를 점령하고 영국-프랑스 연합군을 바닷가까지 몰아붙혀서 쫓아내는데 성공하게 되지만, 소련의 거대한 괴물 전차 KV-1의 경우에는 히틀러부터가 엄청난 경악과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1939년에 이미 등장한 KV-1 소련 전차는 나치의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나치 육군의 수뇌들 뿐만 아니라 히틀러 자신이 왠만한 포격에는 꿈쩍도 안하는 강력한 철갑 방어를 자랑하는 적의 전차들을 만나게 되면서 신속하게 그에 맞설 수 있는 전차를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배경에서 개발된 것이 바로 타이거 1이고, 그런 이유로 이 전차는 그 이전의 독일 전차들과는 설계의 촛점부터가 전혀 틀리게 시작하게 됩니다. 즉, 이전 전차들은 기동성-철갑-화력을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가면서 설계하게 되었고, "전켝전"의 특성상 기동성을 좀 더 비중을 두다 보니 당연히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철갑은 상대적으로 얇아졌고, 작은 몸집에 맞게 화력 역시 타이거 1에 비해서 훨씬 빈약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타이거 1은 기동성보다 우선 멀리 있는 두꺼운 철갑의 상대 전차를 확실하게 구멍을 뜷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화력과 함께 그 전차들이 공격하여도 끄떡없을 정도의 두꺼운 철갑 방어 능력을 우선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2차대전 초기에 유럽 대륙을 순식간에 먹어치워버린 히틀러는 더 이상 기동성이 중요한 요구 조건이 아니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타이거 1의 설계는 디자인부터 큰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전체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두부를 칼로 자른 듯 직사각형의 모습인데 다분히 소련의 KV-1 전차의 디자인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KV-1과 같이 포탑이 큰 탓에 그만큼 포격의 표적이 될 표면이 넓어진 셈이 됩니다. 게다가 차체도 경사면이 없이 직육면체 모양입니다. (현대 전차들이 포탑이 납작하고 최대한 적의 포격을 피하려는 디자인인 것을 감안하면 타이거 1의 포탑은 그 반대로 달려간 셈이지요.) 

 

소련이 KV-1 이후에 개발한 T-34 탱크의 경우를 보면 그런 측면에서 얼마나 앞서 나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T-34의 포탑은 상대적으로 타이거 1 보다 작습니다. 물론 이런 탓에 포의 유효 사거리는 타이거 1 대비해서 열세를 면하지 못하지만 포 자체는 타이거 1과 같은 75mm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밑에 나란히 보여드리는 두 전차들의 박스 아트를 보시면 확연히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두꺼워진 철갑으로 인해 과도하게 무거워진 몸뚱이(60톤)는 왠만한 교량은 건널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결국 4m 정도 깊이의 하천은 그대로 건너가게 하기 위하여 설계를 한 결과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즉 교량은 눈 앞에 두고도 사용할 수 없고, 입수 하기 전에 일단 물 밖에서 포탑과 대포를 물이 들어오지 않게 잠그고 뒷쪽에는 큰 환기통이 세워지는 등, 설치에 최소한 30분이 걸린 후에 비로서 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초기의 495대만 4m 깊이의 물을 건널 수 있었고 그 이후 생산분부터는 도하 가능한 하천의 깊이가 2m로 줄어들게 됩니다.

 

타이거 1의 무게는 그 이전 4호 전차의 두배였고, 한대의 타이거 1이 파괴되어 길을 막게 되면 최소한 세대의 견인 차량이 동원되어야 할 정도로 엄청나게 무거운 전차였습니다. 또한 기계적인 신뢰성이 부족하여 고장 빈도수도 다른 전차들에 비해서 높았고, 일단 생산 단가나 수리 비용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생산 단가만 보면 2호 전차의 4배였으며, 4호 전차에 두배였습니다.

 

일단 전투에서는 적의 전차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상대보다 훨씬 먼 거리에서 뛰어난 포 명중률을 자랑하였지만 문제는 이렇게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연합군의 전투기 공격 표적 0순위로 등록되었고 실제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에 미군 P47 썬더볼트의 전차 공격이 본격화 되면서 가장 많이 파괴 당한 전차가 바로 타이거 1입니다. 즉 전투에 제대로 나가 보지도 못하고 공습으로 파괴되어버린 경우가 점점 많아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2차대전 중에 전투기 에이스의 기록만큼이나 탱크 에이스 기록에서 나치 독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고, 상당 수의 기록들이 바로 타이거 1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할 일입니다.

 

* 여기서 잠깐! : 나치 독일의 탱크 에이스들

 

 

(Kurt Knispel 상사; 나치 독일 최고의 탱크 에이스, 육군

소속으로 1945년 4월 종전을 10일 앞두고 전사할 때까지

연합군 전차 168대 파괴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움.)

 

 

(Michael Wittmann 대위 : 친위대 기갑 부대 소속으로

"검은 남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1944년 8월 30세의 나이에 영국 전차에 피격되어

전사할 때까지 연합군 전차 138대를 파괴하였음.)  

 

 

(Johannes Bölter 대위, 육군 소속으로 139대의

연합군 전차 파괴를 기록함. 1987년 사망) 

 

어쨌든 타이거 1은 나치의 그이전 전차들과는 그 탄생 배경부터가 전혀 다른 획기적인 전차였지만 결점도 무척 많이 갖고 있는 굼벵이 전차였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존재감을 설명해주는 좋은 예로 연합군이 타이거 1의 전투력과 그나마 근접한 전차를 갖게 된 것은 44년 말에 소련의 신형 전차 IS2와 45년 1월에 나치의 강력한 화력을 갖춘 킹 타이거에 의해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된 셔먼 전차 부대의 열세를 회복하고져 투입된 미군 M26 퍼싱이 등장하게 된 싯점부터라는 점입니다.

 

 

(미군의 유일한 타이거 1 상대가 될 수 있었던 M26 퍼싱. 하지만 등장이

너무 늦었기에 불과 몇달만에 나치의 항복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거 타이거 1만 갖고도 오늘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네요. 나머지 전차들 이야기는 내일 이어가도록 하렵니다.

 

이어지는 글은 위에 카달라고 사진에서 타이거 1 탱크 바로 밑에 있는 일본 자위대 Type 61 전차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어제 서울에 사는 제 친구 녀석과 통화해서 "전차 모델 만들기" 책 구입해서 다음 주 이곳에 올 때 가지고 와달라고 했더니 하루만에 구입했다고 이메일이 왔네요. 여기 회원님들 덕분에 유익한 책 구하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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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binidad(정창효) | 작성시간 11.10.21 영문 윈도우가 한글을 지원한다고요?? 희안하네.....그럼 다른 말로 영문윈도우가 몇개국어를 지원하나요?? 허어~~~ 그럼 영문윈도우가 혹시 러시아어같은것도 지원하나요? 진짜 희안한 세상이구만...
    그러면 영문 윈도우가 한글 지원을 하니...영문자판을 한글자판처럼 외웠다가 치신다는 그말씀이신가요? 허어.....진짜 희안한 세상일세....
  • 답댓글 작성자binidad(정창효) | 작성시간 11.10.21 그럼 말입니다...만약에 프랑스에 이민간 사람이 우리까페에 한글로 글쓸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합니까? 어허...이건 또 무슨말인가??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동호아빠(이홍갑) | 작성시간 11.10.24 언어팩 설치하시면 ..... 한글 윈도우 영문 윈도우 바꿔가면서도 가능할껍니다. ^^
  • 작성자따블오남편(김준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0.21 프랑스라면 원도우즈 언어 지원 옵션을 프랑스 + 영어는 기본으로 되어있으니까 한글 지원 옵션만 추가하면 되지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구요. 러시아, 중국, 스페인도 한글 옵션만 추가하면 끝!
  • 작성자봄보름달 | 작성시간 15.07.01 매번 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 남깁니다. 저는 1/35 스케일 조립만 하고 도색은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요. 대충 전차와 장갑차만 50여종이 넘네요.
    참, 맨 위 사진 4가지 전차 순서가 바뀌었네요. 왼쪽부터 M1A2 애브럼스 ->치프텐-> Jagdpanther-> 타이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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