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전선 위에서
- 바이오코드는 혼란과 갈등을 가라앉히는 댐퍼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이 땅, 인류, 모든 생명체의 삶은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전선과도 같다. 어디선가 몰아치는 거센 바람은 송전선을 비틀고, 그 위로 흐르는 시대의 전류는 불안이라는 이름의 진동으로 타오른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이렇게 모든 것이 팽팽하고, 왜 이렇게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운지를 말이다.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거친 진동 속에 살고 있다. 우주, 은하, 태양, 행성, 지구, 바람, 구름, 나무, 물, 그리고 사람들까지 모두 진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태풍이 일어나기도 하고, 화산이 터지기도 하며, 폭풍우가 몰아닥치기도 한다.
인간사회도 똑같다. 분노는 분노를 부르고, 혐오는 혐오를 낳으며, 시스템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운다. 그 진동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우리는 거대한 파국이라는 절벽 앞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자. 높은 철탑에 매달린 거대한 전선을 보라. 아무리 큰 태풍 폭풍이 부는 날, 큰 나무가 뿌리째 뽑이고 거리 간판이 날아다니는 날에도 이 철탑 높이 매달린 전선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선에 매달린 작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고, 보아도 뭔지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댐퍼(Damper;무게추)' 때문이다.
나는 이제 나의 역할을 고민한다. 소설가로서, 사전편찬자로서, 바이오코드와 해숨결 개발자로서 그리고 이 땅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자연과 사회의 거친 진동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댐퍼가 되려 한다.
당신들의 분노를 내 언어로 흡수하고, 당신들의 불안을 나의 서사로 차분히 식혀내겠다. 거친 파도 앞에서 배가 뒤집히지 않게 막아주는 것은 돛도 닻도 아닌, 배 밑바닥에서 묵묵히 중심을 잡는 평형수요, 거친 파도 속에서 배를 뒤집히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하는 자이로 센서와 같은 장치들이다.
* 자이로 스태빌라이저(Gyro Stabilizer, Fin Stabilizer ; 자이로 센서로 조절되는 날개로, 흔들림을 80~90% 막는다), 롤링탱크(Active Anti-Rolling Tank ; U자형 물탱크로 공기밸브로 배가 기울지 않도록 막는다), 빌지 킬(Bilge Keel ; 배 양쪽에 있는 지느러미 철판)
우리가 서로를 향해 쏘아대는 그 날카로운 전류를, 이제는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온기로 바꿔줘야 한다. 나는 이 흔들리는 송전선 위에서, 당신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도록 더 깊게, 더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 서 있겠다.
우리가 지금 이 거대한 우주의 파동 속에서 서로를 놓지 않는다면, 우리 앞의 혼란은 어둠이 아니라, 새로운 새벽을 여는 가장 낮은 곳의 빛이 될 것이다. 부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무게추가 되어달라. 우리의 그 작은 진동들이 모여, 이 위태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을 끝내 지탱해낼 것이다.
나는 혼란을 부채질하거나 불을 붙이 터뜨리거나, 또는 깨뜨리거나 끄지 않는다. 나는 당신들의 열기를 빨아들이며, 그 열을 조금씩 흩뿌리며, 창조의 에너지로 바꾸려 할 뿐이다.
- 역사 속의 댐퍼들
댐퍼 이론과 해숨결의 철학이 가리키는 지향점을 고려할 때, 내가 현대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인물로 꼽는 이는 바로 '알프레드 노벨'이다.
이런 댐퍼가 필요한 이유는 알프레드 노벨(0750)이 뛰어난 위인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다이나마이트의 거대한 파괴 에너지를 어떻게 평화의 열에너지로 온전히 쓸 것인가'를 몸소 증명해낸 '자기 전환형 댐퍼'이기 때문이다.
노벨은 다이나마이트가 문명을 개척하는 첨단 소재지만 그 반대로 그 문명을 파괴하는 첨단 무기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괴 에너지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발명품이 가져올 파괴 에너지를 내다보고, 이를 인류의 창조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노벨상'이라는 거대한 댐핑 시스템을 설계했다.
사회 시스템이 고주파의 진동(전쟁과 파괴)으로 요동칠 때, 개인의 성찰이 어떻게 시스템 전체의 진동수를 낮출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자신의 부(에너지)가 사회를 파괴하는 대신, 파괴를 막는 힘인 지성을 북돋우는 데 쓰이도록 '강제 댐퍼'를 인류 사회에 설치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계속 되고, 그럴 때마다 노벨의 다이나마이트는 건물을 부수고, 교량을 파괴하며, 미사일과 포탄이 되어 사람들을 죽인다. 하지만 인류의 지성을 높이는 촉진제로 쓰여온 노벨상은 그 수상자들 중심으로 최소한의 균형추가 되게 하고, 노벨상 수상자급의 어떤 사람은 스스로 댐퍼가 되어 전쟁과 사회 혼란을 막아준다.
오늘날 독재자와 사회주의자들은 다이나마이트의 파괴 에너지를 이용해 그들의 욕망을 뿜어대지만, 문명국가 지도자들은 이 힘을 인류를 위해, 국민을 위해 좋은 쪽으로 쓰고 있다. 이 균형의 힘은 다이나마이트 발명가 노벨이 바라던 바다.
이처럼 핵도 그렇고, 수소융합도 그렇다. 전기를 생산하는 기계가 될 수도 있고, 도시를 파괴하는 악마의 무기가 될 수도 있는데, 인류사회의 댐퍼들 덕분에 히로시마, 나가사키 이후 더 이상 인명 살상용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 오직 겁많은 독재자들만이 핵무기를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는 출력제어, 송전망의 부족, 호남과 영남의 정치 양극화는 우리가 스스로 만든 기술적·정책적 에너지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분출되고 있는 중이다.
노벨은 "모든 기술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만드는 진동을 제어하지 못하면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 역시 바이오코드와 해숨결이 잘못 쓰이는 것이 걱정되어 일반에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가르치기를 주저하고 의심하면서 움켜쥐고 있다. 다만 3급 수준은 일반공개할까 늘 고민 중이다. 그렇게 되면 3급용 <바이오코드 AI>를 싼값에 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