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 기념, "역사는 네 멋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온두라스의 촐루테카 강은 해마다 큰 홍수에 시달렸다. 웬만한 다리는 흔적도 없이 다 무너져버렸다. 보다 못한 정치인들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절대 권력 같은 튼튼한 다리를 새로 놓기로 했다. 그리하여 인류가 가진 토목 기술의 정수를 모아 아무리 거센 홍수가 나고 허리케인이 몰아쳐도 끄떡없는 튼튼한 다리를 세웠다.
마침내 하늘문이 열리고 거대한 폭풍우가 대지를 집어삼켰을 때, 그 다리는 당당하게 제 자리를 지켜냈다.
그러나 폭풍이 지나간 뒤 마주한 진실은 참으로 기이했다. 다리는 부러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로 흐르던 강이 사라져버렸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강물은 오만하게 버티고 선 인간의 기술을 비웃듯, 다른 곳으로 물길을 틀어 흘러가 버렸다.
정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살아 움직이는 시장을 하찮은 ‘완장의 힘’으로 통제하고 쥐락펴락하려는 모든 시도는 촐루테카 강에 다리를 세우려는 정치인들의 오만과 같다.
세상의 법과 진실을 적으로 돌리고, 단단한 둑을 쌓아 민심의 흐름을 막을수록 시장이라는 거대한 강물은 그 손아귀를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린다.
인류사에서 국가가 시장의 목을 죄어 성공한 적이 있던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강제로 틀어막은 나라들이 문명의 풍요를 잃고 어떻게 메말라갔는지 우리는 세계사를 통해 똑똑히 보았다.
하지는 태양이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와 햇살을 가득 내리쬐는 날이다. 하지만 꽉 차서 더 보탤 게 없는 바로 그 순간부터, 빛은 스스로 몸을 낮추어 차가운 저 동지를 향해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가득 차면 반드시 기우는 것이 하늘의 법이요 해숨결의 이치다.
그러므로 하지는 인간이 우주 앞에서 겸손을 배우는 날이다.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힘과 권력도 때가 이르면 철 지난 과일처럼 저절로 썩고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된다. 누구든지 잡아죽일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날뛰던 독재자도,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던 무리도 흐르는 시간의 임계점 앞에서는 한낱 안개처럼 사라질 뿐이더라.
세상의 어지러운 소음에 흔들릴 필요 없다. 보이지 않는 물길은 이미 스스로 길을 찾아 흐르고 있으며, 역사는 결코 한 사람의 고집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촐루테카 다리의 교훈을 잊지 말라. 아무리 튼튼한 다리를 지어도 강물이 길을 바꾸면 다리는 쓸모없는 철근 콘크리트 덩어리가 될 뿐이다. 순리를 거스르는 힘은 결국 스스로 고립되어 앙상한 뼈만 남는다. 세월이 흐른 뒤 그 자리에는 묘비와 조롱 말고는 남아 있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