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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병원 또는 의과대학에서의 통계 업무에 대한 개인적 경험입니다

작성자강성찬|작성시간18.05.16|조회수2,084 목록 댓글 11

며칠 전 게시판에서 병원 또는 대학에서 일하는 데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경험은 별로 없지만 몇 가지 제가 겪었던 일과 주변에서 봤던 일들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병원이나 의대에서 통계 관련 연구원 고용 형태는 보통 개인 연구원으로서의 고용, 개인 연구원이지만 소속이 한시적으로 있는 고용, 부서에 고용되어 일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박사는 경험이 없는 관계로 학사 또는 석사학위자를 기준으로 말하겠습니다.


우선 개인 연구원으로 고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의 의사 또는 의과대학의 교수 또는 연구교수 등이 연구과제를 따왔을 때 이를 같이 수행할 사람을 필요로 하여 뽑는 겁니다. 이런 경우 그냥 외부에서 자기 컴퓨터로 일해야 할 수 도 있고 설령 앉을 자리를 얻는다 하더라도 별도의 소속은 없고 4대보험같은 건 당연히 없습니다. 이런 경우 수행하는 과제에서 인건비를 받은 기록 정도만 자신의 경력이 됩니다. 임금은 사전에 정하기는 하지만 때로 과제에서 책정된 인건비 이상 받기 어려우며 때로는 원래보다 적게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통계만 하는 경우도 있고 돈관리에서 행사지원, 보고서작성 등 여러 일을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고 존중하는 분을 만나면 논문에 이름을 같이 넣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을 받고 분석하는 이유로 저자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십니다. 그래서 고용형태로는 가장 안좋습니다. 자신이 같이 학위과정을 하면서 학비를 그런 식으로 버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학사급이면 월 150만원 내외이고 석사급의 경우 좀 챙겨주면 월 200만원이나 그보다 약간 작은 경우도 있고 이래저래 애매합니다. 제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중간중간 해왔던 게 그런 식입니다. 최근에도 비슷하고요. 물론 고용자의 기대치에 못미치면 언제든지 나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로 개인 연구원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학교 또는 병원 내 센터의 기간제 연구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고용자가 해당 부서에 속하면서 특정 기간 동안(보통 1년 내외) 인건비를 지급할 과제를 가지고 채용하는 겁니다. 이때 앞에서 말한 경우와 차이가 있다면 산학협력단 같은 곳의 규정에 의해 4대보험(이것도 과제의 인건비에서 떼는 겁니다)을 의무적으로 하게 되고 최소한 과제수행 기간 동안 그 단체에 소속되었다는 경력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것 또한 돈은 앞에서와 비슷하고 고용하신 분이 잘 챙겨주시는 경우 약간의 인상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보통 중,단기과제를 모아서 인건비를 주는 거라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여러 과제에서 찔끔찔금 모아 받는 경우 참여율 등의 규정 위반사례가 있으면 자신이 일한 것과 상관없이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단체의 회계처리 문제가 개인의 사정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과제수행을 감안한다고 하지만 일단 돈을 돌려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문제가 생기면 규정을 스스로 찾아보고 대처하지 않은 개인의 책임으로 모는 게 우리나라 연구과제 처리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더이상 인건비 지원이 안되는 경우 과제종료 다음날로 소속이 아니기에 나가야 합니다. 미국 같은 데서도 대부분 이런 식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일도 잠깐의 경험으로 하고 1,2년 이상 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2015년부터 2017년 초까지 그런 식으로 일했습니다.


세번째로는 병원 또는 의대의 임상시험센터나 연구지원 센터에 고용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봉급이 앞의 경우에 비해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경험이 없고 주변에 그런 일 하는 사람들에게 들은 게 전부인데 보통 연구지원, 임상시험 지원, 교육 등의 일을 합니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하고 계속 재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2년을 채우고 해고되고 다시 입사하던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던지 하는 식입니다. 봉급은 위의 경우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경우도 있는데 석사급 연구원이 처음 2,400에서 2,500만원으로 들어왔다가 시간이 지나고 연 3,000만원 정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많이 받아도 월 400씩 받는 경우는 못봤습니다. 보통 그 이하이고 그정도 받는다는 건 일이 웬만한 회사 수준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외에 별도로 국립암센터나 오송의 질병관리본부에서 연구원을 뽑는 경우가 있는데 두번째와 세번째 형태에 가깝습니다. 이런 경우 자신이 다년간 재계약하면서 과제수행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 운좋게 정규직 관리직 자리가 나면 지원해볼 수 있는데 그런 자리는 보통 박사급에 5년에서 10년 정도의 경력, SCI논문 1저자나 교신저자 5~6편 이상 등으로 자격조건이 센 편입니다. 해외에서 박사를 받은 경우 조금 가산점이 있는 것 같은데 그 경우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여유가 있던지 아니면 그냥 저처럼 결혼이나 가정 포기하고 삶을 즐길 생각도 포기하던지 하면 모르겠는데 가급적이면 병원이나 의대에서의 일은 잠시 경험으로 생각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유학가기 전 준비를 위한 곳으로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경력이 유학 때 큰 도움이 되느냐 하면 글쎄요, 기본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경력이 있다 한들 별도움이 안될 겁니다. 몇 년 동안 월 200만원 내외로 지내도 그러니까 집장만 생각 없고 차 안타고 여행도 안가고 가정이고 결혼이고 관심없으면 살 수 있겠지요. 물론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도 월 200이상 받기 위해 밥먹듯이 야근하고 주말근무하고 그런 곳이 태반일겁니다. 짤리면 갈 데 마땅치 않은 건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열심히 하면 최소한 고용은 보장되는 공무원에 다들 매달리는 겁니다. 


보건의학 통계 쪽에서 요즘 그나마 안정되고 봉급 인상이나 어느정도의 승진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심평원이나 공단입니다. 그런데 이 두 기관 모두 강원도 원주에 본사가 있으므로 지방에서 자취하거나 이사하면서 일해야 합니다. 박사급의 경우 자신이 경력이 좀 있다면 공단 빅데이터 운영실 전문위원 같은 걸로 갈 수 있는데 일하시는 분 중 의사 출신으로 입사한 몇몇 분은 연봉 8천 내외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데이터분석 경험, SAS/R/DB관리능력, Python? 등에 대해 잘해야 하고 보건의학 쪽 내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제 얘기는 개인적 경험과 주변으로부터 들었던 사례를 기반으로 했기에 주관적이고 더러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만 하시기 바랍니다. 그 외에 식약청이나 환경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알지 못하므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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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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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aemi | 작성시간 18.05.17 지방 생활이 답답한 게 단점이긴한데 식약처 통계 심사관도 업무는 잘 맞으실 것 같아요.
    식약처 심사관은 박사급 또는 석사후 3년 경력이면 다급 심사관 자격이 되는데 연봉이랑 초과근무 수당 등등 감안하면 세후 삼백 정도 월급이에요.국가기관 계약직인것 생각하면 월급이 박한 수준은 아닌것 같고 인허가 관련 심사업무 하는 거라 나름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있어요 ㅎㅎ 몇년 통계 심사관은 아예 공고가 안 났는데 최근에는 계속 공고가 의약품심사부나 바이오심사부쪽에서 나가고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강성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5.18 그것도 괜찮네요. 좀 오래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 답댓글 작성자Saemi | 작성시간 18.05.18 강성찬 심사관은 허가심사할 때 민원인이 내는 수수료 수입으로 운영되는거라 국책과제 연구원들보다는
    안정적인 것 같아요. 국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제가 있는 의료기기 쪽에서는 계약연장이 안되거나
    잘리는 경우는 못봤어요.대부분 이직하면서 그만두시더라고요. 다음에 식약처 통계심사관 공고가
    나면 이 카페에도 정보 공유하겠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강성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5.19 Saemi 감사합니다^^
  • 작성자강소라 | 작성시간 18.06.10 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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