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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제가 통계학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

작성자강성찬|작성시간11.07.26|조회수1,057 목록 댓글 5

사실 지도교수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를 알리지 않아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회귀분석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가 대학교 2학년이었니까요.

수능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는 관계로 어찌어찌하다가 가정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수업에 들어가면 5,60명

정원에 남학생은 저 포함해서 4명이었나 할겁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지만 오래 있었다면 재미있는 스토리를

더 많이 얘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후배들이 계속 들어왔을 테니...

 

하지만 제 적성이나 미래 진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과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원래 고교시절에는 수학, 물리학이나 천문학 같은 걸 하고 싶었는데 일부 명문대가 아니고서는 그런 곳에 간다고 해도 주변에서

굶어죽기 쉽다고 무시하더군요.  재수하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는데 동생들이 밑으로 두명이나 있어서 포기했습니다.

 

 공대 쪽이 좀 이름있었지만 스스로 등록금을 충당하기에 비싸서 싼 경영대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회계니 인사관리니 하는 과목 정말 재미없더군요. 그시절에는 다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반사회적인 성향이 있어

인사관리 책을 보면 하나같이 어떻게 싸게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생산성을 내다가 필요없을 때 짤르는 방법을 연구한 것만

같았습니다.  경제나 재무 쪽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는데 그것도 수리적인 방법 자체에 관심이 있었을 뿐입니다.

 

제대 후 복학했을 때, 까짓거 듣고 싶은 거나 들어보자는 생각에 자연대의 응용수학(미방)과 경영과학(OR/MS)를 들었는데

경영과학에서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만 많은 다른 과목보다 좀더 이공계에 가까운 성격이라 이런 걸

직업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2005년에 3학년이 되서 데이터베이스 과목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MIS 전공이었습니다.

 

교수님 스타일이 학생들 공부 안하고 현실감각 없다고 빈정대는 스타일이라 수업중에도 가끔씩 그런 얘기를 하시는데

어느 날 수업 중에 학생 몇 명을 지목해서 '자네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라고 질문하셨지요. 그때 저도 지목되었는데

아직 순수했던^^ 저는 OR 관련된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교수님 표정이 순간 황당해하시더군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네는 거기 어떻게 들어가는지 아나?'

 

저야 당연히 모른다고 했지요. 그다음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자신이 KAIST 에서 학위를 받았을 때 동료들 몇 명이

그런 쪽이었는데 2000년 초에 OR 관련 연구소나 직장에 연봉 8,000정도 받고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박사이고

몇 년씩이나 학교나 연구소에서 실적을 내서 그런 건데 지금 너같이 학부도 졸업 못한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니 황당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시고서는 저에게 혹시 주변에 그런 쪽 관련해서 아는 사람이라도 있냐고 물었습니다.

 

모른다고 했는데 그 순간 '자네는 공부 같은 건 때려치우고 어디 가서 직장이나 알아보게' 하셨습니다.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제가 바보같이 순진한 것은 알고 있지만 다른 학생들 앞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어디 도망가고

싶더군요. 그렇다고 수업 중에 나갈 수도 없고...

 

그런데 다른 과목들은 정말 듣기 싫더군요.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들어가서 돈 많이 받고 일하면 성공이기는 하겠지만 제가

원하던 삶은 아니었습니다. 집안에서는 그래서 저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그때 들었던 통계학과 회귀분석 수업은 괜찮았던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행렬 쪽이 힘들기는 했어도 경영수학 책 다시 보면 할만하더군요. 무엇보다도 교수님께서 동기를

부여하시는 스타일이라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제가 있던 경영학부에서 필수과목 구분 없이 졸업시험보고 합격하면 되는 터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수리통계1,2, 실험계획법, 시계열 등을 막 들었습니다. 어렵기는 한데 통계학과 학생들처럼 통계과목만 줄창 듣는 게 속 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 일부나 교수님들이나 저를 복학생으로 보시더군요 ㅎㅎ

 

그런데 1년 동안 들은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졸업 후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원 들어갈 때 관련해서 좀 부끄러운 기억이 많은데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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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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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너나들이 | 작성시간 11.07.26 통계학을 하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하셨네요. 가정학 -> 경영학 -> 통계학, 지금은 그 중에서도 생물통계학. 원래 통계학이 이것저것 많이 알아야 하는 학문이라 거쳐 오셨던 학문들이 통계학 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은데요~^^
  • 작성자왕국 | 작성시간 11.07.26 님자 붙이기 아까운 교수를 만나셨네요..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안재형 | 작성시간 11.07.26 학생이 하고 싶은게 있으면 그쪽으로 성공하도록 조언을 주고 잘 인도해주는게 교수의 의무인데, 자질이 안됐네요.
  • 작성자강성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7.27 지금은 통계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네요. 사실 고교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통계학 외 다른 거 하기 싫습니다.^^
  • 작성자cardiomoon | 작성시간 11.08.01 그래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진로를 잘 택하셨네요.. 제가 아는 분들 중에는 40대에 진로를 바꾼 분도 몇분 계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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