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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양자역학이 과를 바꾸게 만들다; 경제에서 통계로

작성자안재형|작성시간11.01.18|조회수833 목록 댓글 2



수학, 과학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싫은 과목은 죽어도 공부 안한다.

그덕에 국민윤리, 사회는 심심찮게 양도 나왔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불가피한 사정(적녹색약)으로 문과에 갔다.
내가 싫어하는 과목이 너무 많았다.
결국 학력고사때 남들 다 맞는 사회, 지리를 20점만점에 12점, 14점이었다.

고 3이 뭘 아냐...
그냥 경제학과가 목표였다.
그땐 순진하게도 경제학과를 졸업하면 경제를 알게 될 줄 알았다.

1학기는 열심히 술도 먹고, 

1학년 치곤 전공공부도 좀 하고,

우쩌다 학회에 들어서, 불심검문 가방검사 당하면 닭장차 타기 딱 좋은 금서도 꽤 보고...

사실 큰 시위가 있던 날 선배하고 학교주변을 얼쩡거리다, 닭장차 한번 탈뻔했다. 

난 그게 뭔지도 몰라 전경이 시키는대로 타려고 했는데, 

옆에 있던 선배가 자기는 복학생이고 난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이라고 전경에게 젊잔케 얘기하니, 

멀찍히 보고 있던 높은 놈이 눈짓으로 그냥 보내래서 못타봤다.

2학기때 경제원론 수업을 듣는데,
케인즈의 유명한 방정식 Y(소득) = C(소비) + I(투자) 가 나왔다.
소비를 소득의 함수로 보고 미분해서 승수를 구한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상식적으로 늘 것이다... 
그런데 투자는 소득이 증가해도 변하지 않는 상수로 봤다.
그래서 미분하면 0이다.

소득이 늘어도 투자가 그대로?

성백남교수님에게 왜 투자가 소득의 함수가 아니냐고 따졌다.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시더니 무성의하게 "그냥 가정이야..."하셨다.

투자를 소득의 함수로 보고 승수를 구하려고 해봤다.
너무 복잡해지고 뭐가뭔지 해석이 안되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수학을 잘 못해서 그런거야"라고 자책, 수학을 부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는 수학과 선배가 있었다. 바둑이 1급이다. 

요즘 인터넷바둑 시대 1급이 아니라. 기원 1급이었다. 

그 선배 성적표가 대문자로 나오는지 소문자로 나오는지 잘 모른다고 항상 자랑했다.
보통 C라는 얘기다.
그 땐 성적 안나오는것도 자랑이었고, 쌍권총을 차도 낭만이었다.

그런데 그 선배에게 무슨 과목을 듣냐고 물어본 게 애초에 잘못이었다.
나중에 친해진 수학과 애덜이 배꼽을 잡았다.
차라리 동전을 던지는게 나았을뻔 했다나...

고등미적분을 들으란다. 한과목이 무려 4학점이다...

내가 기대했던 건 집합론, 해석학, 위상수학같은 좀 추상적인 과목이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교재가 공업수학(advanced engineering mathematics by Kreyszig)이었고, 

한학기내내 미분방정식만 풀었다.
열라 미분방정식만 풀다가 열 받아서 조교한테 이런 과목이 수학과에 왜 있나고 따졌더니,
수학과애들이 4년내내 너무 추상적인 것만 하다보니 나중에 미적분을 잘 못해서 그걸 방지하는 목적이라는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삼각함수 배각/반각공식도 모르는 문돌이를 불쌍이 여긴 기봉이, 동환이등의 도움이 있었고,
나혼자 타과 출신이라는 위압감에 공부를 과도하게 한 결과 학점은 잘 나왔지만
부전공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그것이 친해진 수학과 애들을 안타깝게했다.


2학년때까지는 이래저래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사"자가 들어가는 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다.
경제사, 경제학설사...
무조건 외워야하는 과목들이다.
"사"자가 들어간 과목의 학점은 "C"아니면 "D"다.
고등학교 사회, 국민윤리의 재판이었다.

그때쯤 깨달은 것은 Y = C + I 에서 투자(I)가 고정됐다고 가정하듯이
현실은 너무 복잡해서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는 모형을 만들려면 비현실적인 가정을 마구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세상이 수학적인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걸 깨달은 것이다.

세상은 설명될 수 없다는 좌절감이 3학년 1학기를 놀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예전에 "양자역학"을 짤막하게 소개해놓았던 글이 다시 생각났다.

뉴톤식 기계적 세계관과 양자역학의 확률적 세계관을 2페이지 정도로 비교한 글이었다.

뉴톤시대의 과학자들은 입자가 하나 있을 때, 그 입자에 주어지는 힘의 세기와 힘의 방향을 안다면, 그 입자가 어디로 얼마나 움직일지 예측할수있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그 입자가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특정 위치로 갈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는 식이었던 것 같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이미 아니라는걸 알아버렸다.

뭔가 해야만 했는 그 혼돈기 나에게 확률이란게 마음에 쏙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실상 통계학과 학생이었다.

sampling을 제외한 통계학과 모든 전공필수와 왠만한 선택과목을 다 들었다.

통계학과 졸업사진 찍는 날, 허름하게 입고 왔다갔다 하기 전까지,
통계학과 복학생들은 나를 자기네과 후배인줄로 알 정도였다.

대학원을 통계학과로 가기로 했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통계학과 선배왈... "미친 놈"
이 확신에 찬 힘있는 한마디가 경제학, 경영학에 밀리는 그 당시 통계학과의 위상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요즘 상대에서 경제학과는 비인기학과로 전락했고,

대신 big data인지 뭔지때문에 통계학과 위상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물론 내가 미래를 예측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해야한다.

그 다음은 그냥 운이다.


통계학과 대학원에 들어와서 1학기만 열심히 하고 통계학에도 수학에도 흥미를 잃었다.

수학은 가정들로 가두어놓은 세계에서 성립하는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었고,
통계학은 그 부산물이었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다방면의 책들을 쌓아놓고 박학다식으로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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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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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강성찬 | 작성시간 11.01.18 재미있네요. 저도 어떻게 원치않는 걸 하게 되었다가 졸업 1년 앞두고 통계과목을 듣게 된 게 시작이었는데요. 주인장님 경험을 들으니 이리저리 방황했던 제 옛날 생각이 듭니다. 남상미 닮은 참한 경영학과 조교를 보고 고민했는데 이쁜 사람은 짝이 있을거란 생각에 통계쪽으로 돌렸지요^^ 지금은 결혼해서 애라도 있을런지...
  • 작성자안재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1.18 남상미라... 전 학교 다닐때 심리학과 여학생들이 이뻤던 기억이 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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