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거리는 봄에게도 꽃잎은 열리고,
언제나 봄다운 봄이 오시려 나 하고
기다린 지가 하도 오랜데,
시간은 늘 상 변함없이 흐르고 지나고 있으나,
찾아오는 봄님은 올 듯 말 듯, 손가락질만 하고 있으니
야속하기도 짝이 없구나.
늘 지나가던 그 자리를 돌아다보면서
언제쯤에나 얼굴 내밀고 인사해 줄 런지.
기다리며 지나쳐 온 날도 또한 무심하구나.
힘겹게 오르는 산길에 기다리며 인내하고,
마음 달래면서 움크리고 있던, 참다못한 그 진달래!
빈둥거리는 봄에게 경고나 하듯
오늘 그 예쁜 꽃잎을 살짝 열어 두었구나.
강인한 진달래처럼 집에서 손에 물감 무치고
붓질하는 이 사람에게도 봄은 찾아오려나.
아침저녁으로 십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봄 시샘하는 놀이에 지나치다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
목 줄기 상할 까 염려가 되는 가 보다.
함께 기다리는 이사람은 진달래가 이쁘다 하네.
배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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