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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법

詩, 행(行)과 연(聯)의 구분

작성자미리네|작성시간10.10.02|조회수584 목록 댓글 0

詩, 행(行)과 연(聯)의 구분


대부분의 詩에는 행(行)과 연(聯)의 구분이 있다. 모든 詩가 아니고 대부분의 詩라고 한 것은 약간의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예외 중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행(行)구분만 있고 연(聯)구분이 없는
경우로 손쉬운 예를 들면 3행으로 되어 있는 우리의 고시조가 그렇다. 이런 것은 詩 한 편이 하나의 연으로 되어 있다고해서 단연시(單聯詩)라고 부르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나, 김영랑 시인의 4행시 같은 것은 단연시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산문시에는 연(聯)구분과 함께 행(行)구분이 없는 작품들이 많이있다. 연(聯) 구분이 없는 만큼 역시 단연시라 할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산문시는, 특히 이상(李想) 시인의 작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과한알이떨어졌다.지구는부서질그런정도로아팠다.최후(最後).이미여하(如何)한정신도발아(發芽)하지아니한다.>

그렇다고 모든 산문시가 그렇게만 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聯)구분이 되었거나 행(行)구분이 되어 있는 산문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그런 詩들을 통해 우리는 行, 聯의 구분이 詩의 일반적인 통례라는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詩는 어째서 이처럼 行과 聯을 구분하게 되는 것일까?
이 문제를 밝혀 주는 중요한 단서는 다름 아닌, 詩도 문장의 일종이란 점에 있다 하겠다.

詩를 포함한 모든 문장에는 어떤 내용이든,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내용은 물론 단순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단순한 내용은, 그것을 구태여 문장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문장의 내용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다. 또한 커다란 덩어리인 만큼 그 속에는 또 몇 개의 작은 덩어리가 들어있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문장을 열차에 비유하기도 한다. 기관차, 객차, 식당차, 전망차, 화차 등 여러 개의 작은 내용의 덩어리가 모여서 보다 큰 내용의 덩어리를 이루는 문장은 아닌 게 아니라 열차와도 같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때의 이 작은 덩어리는 전체 내용의 부분적 단락이다. 그 단락을 반드시 밖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밖으로 표시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선 독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이 되고 또 한 걸음 나아가서는 문장을 쓰는 당사자도 그로 인해 호흡을 조절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詩에 있어서의 行이나 聯의 구분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있다고 하겠다. 바꾸어 말하면 전체 내용은 行과 行의 구분, 또는 聯과 聯을 구분한 모양대로 단락이 지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산문의 경우, 이러한 내용의 부분적 단락은 의미의 단락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것은 산문이 의미의 전달을 주안으로 하고 있는 데 기인하는 현상이며, 산문의 의미의 단락은 우리가 두루 아는 바와 같이 行바꿈의 형태로 표시되고 있다.

그러나 산문과는 달리 詩라는 문장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의미 그것만이 아니며, 의미 이외의 내용도 의미 못지 않은 비중을 가지고 있고, 때로는 의미보다 훨씬 큰 비중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은 詩가 운율에 의한 음악적 효과와, 또 문자화된 언어의 그 배열 형태가 빚어 내는 회화적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詩의 行구분이 그런 음악적 효과를 살리기 위한 장치 구실을 하는 것이고, 게다가 詩는 언어가 갖는,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은 비밀스런 힘과 그 매력까지도 모두 살려 내려는, 즉 언어의식이 가장 날카로운 문학양식에 속한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낱말 하나, 토씨 하나도 세심한 배려의 대상이 되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산문의 경우 行과 聯의 구분이 곧 의미의 단락을 뜻하는 것이지만, 詩의 경우는 의미 외에 음악적 회화적 효과와, 기타 복합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고, 그래서 詩는 그러한 단락을 표시할 때에도 산문과는
아주 판이한 형태를 취하게 되는 것이며, 그 구체적 실천의 결과가 바로 보통 문장에선 볼 수 없는 詩만의 독특한 行과 聯의 구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詩의 聯을 영어로는 스탠자(stanza)라고 한다. 그것은 방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방은 집의 한 부분이면서도 그 나름데로의 독립성을 지니고 있다. 독립된 그 방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전체를 이룬 것이 한 채의 집이 되듯이, 이 한 채의 집이 곧 한 편의 시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聯은 집에 있어서의 방처럼 詩속에 담겨 있는 내용의 부분적 단락이고, 부분적 단락이 만큼 거기에는 물론 어떤 매듭이 지어져 있으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가 얽혀 있는 詩의 내용의 한 매듭을 바로 聯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방으로 비유되는 이러한 聯에는 문이나 창이나 벽에 해당하는, 그러니까 방 자체를 구성하는 부분적 요소도 있다. 그것이 바로 영어로는 라인(line)이라고 말하는 詩의 行인 것이다.

예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行은 대체로 둘 이상의 복수로 되어 있다. 그리고 정형이 아닌 자유시에 있어서 그 行들의 구분은 자유로우며, 자유롭다는 이 말은 천방지축이란 뜻이 아니라 詩마다 行 구분을 달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다시 방의 비유를 빈다면 行을 구분한다는 것은 창을 특별히 크게 만든 방, 벽을 특별히 화려하게 꾸민 방, 문을 특별히 견고하게 만든 방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것이다.

이 경우 각각의 방은 제 나름의 특색을 갖게 되며, 그리고 이러한 방의 특색은 집 전체의 특색으로 연결되는 것이고. 그러니까 詩의 行구분은 그 行들이 속해 있는 聯과, 그 聯이 또 다른 聯과 어울려 완성케 되는, 詩 전체의 표현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언제나 깊이 생각하면서 행사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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