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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작성자미리네|작성시간11.07.01|조회수213 목록 댓글 0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우리말에 ‘개-’가 들어가면 대부분 욕설이나 비속어로 들린다. 개고생이라는 말도 대두분은 점잖지 못한 말로 알아듣는다. ...중략... 그런데 놀랍게도 개고생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표준어로서,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중략...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개고생이라는 말에 편견을 가지고 있을까? 바로 ‘개-’의 쓰임을 이해하면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1.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2.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3.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표준국어사전]은 ‘개-’의 쓰임을 위의 세 가지로 설명한다. 모두 접두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접두사는 홀로 쓰이지 못하고 다른 낱말의 앞에 붙어서 그 뜻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개살구’는 맛이 시고 떫은 살구를 일컫는다. 여기서 ‘개-’의 뜻은 위 설명 중 첫째에 해당한다. 원래 살구보다 질이 떨어지는 살구라는 의미를 더해 주기 때문이다. ‘개망나니’는 망나니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못된 사람을 뜻한다. 바로 셋째의 뜻이다.

 

그렇다면 ‘개꿈’은 무엇일까? ...중략... 우리가 흔히 ‘좋은 꿈’의 반대말로 사용하는 개꿈은 둘째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바로 개꿈은 헛된 꿈이고, 쓸데없는 꿈이다. “나 어제 로또 당첨되는 꿈 꿨어.” “그거 개꿈이야.” 여기서 말하는 개꿈이 바로 헛된 꿈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흔히 우리말에 붙는 접두사 ‘개-’를 ‘개(犬, dog)’로 착각한다. 어떤 사람은 위의 세 가지 뜻이 모두 개(犬)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통적으로 개가 비하되거나 부정적 의미를 떠안을 만한 타당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개는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대접받지 않았던가. 따라서 접두사 ‘개-’는 독립적으로 분화한 낱말로 보는 것이 의미상 혼란을 막는 길일 것이다.

 

...중략... ‘새끼’라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욕으로 내뱉는 ‘개새끼’는 무슨 의미일까? 소의 새끼나 닭의 새끼와 같이 다른 가축의 ‘새끼’를 욕설로 사용하는 예가 없다는 점에서 ‘개새끼’가 개의 새끼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략... 반면 접두사 ‘개-’의 셋째 뜻을 고려할 때, 개새끼의 ‘개-’에는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새끼’라는 욕 자체에 접두사 ‘개-’의 ‘정도가 심한’이라는 의미가 더해져서 정말 심한 욕으로 쓰일 만한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새끼는 ‘정말 나쁜 새끼’라는 뜻이다.

‘개떡’도 마찬가지다. ...중략... “나에게 그런 개소리 하지 마”에 쓰인 ‘개소리’는 물론 개가 ‘멍멍’하고 짖는 소리가 아니다. 아마도 둘째 뜻인 ‘헛된’이나 ‘쓸데없는’ 정도의 의미를 내포한 접두사 ‘개-’가 붙어서 ‘헛소리, 쓸데없는 소리’라는 뜻일 것이다.

 

 

인용도서: [우리말 필살기] 28-31 쪽, 공규택 지음, 2010, 추수밭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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