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예수’외
+ 예수
저만치 등대
불빛 하나 있어
밤바다의 작은 배는
길을 잃지 않는다.
내 가슴속에 사랑과
희망의 불빛 하나 있어
지금껏 용케도
나그네길 걸어왔다.
내 삶의 형편이 어떠하든지
늘 함께해준
참 좋은 벗이요 스승
또 말없는 인도자인 그분.
+ 민들레 예수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깊이깊이 사랑한 나머지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오래오래 지금껏 희망의 등불이다.
사랑과 정의가 많이 모자라
작은 생명이 억압받는 이 세상에서
민들레는 땅에 압정같이 박혀
끈질긴 생명의 낮은 깃발이 된다.
민들레 같은 예수
예수 같은 민들레가 있어
사람들은 생명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꿀 수 있다.
+ 들꽃 예수
내 가슴속에
꽃 한 송이 있다
아주
오래된 꽃이다.
가끔은 깜빡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내 안에서
떠난 적이 없는 꽃이다.
빼어난 모습도 아니요
코를 찌르는 향기도 없지만
가만히 나의 삶을
어루만지고 인도해주는 꽃.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작은 사랑에 충실하다보면
너도 나같이 누군가의 가슴속
추억의 꽃이 될 거라고 속삭인다.
+ 들꽃 예수
세상의 수많은 꽃들 중에
들꽃이 가장 예쁘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렇다.
온실이나 실내가 아니라
탁 트인 들판에서
온몸으로 비바람 맞으며
살아가는 단순 소박한 꽃.
덩달아 나는 예수도
들꽃같이 느껴져서 좋다
지상에 머무는 동안
참으로 사람다웠던 사람.
위대란 신적 능력을 멋대로
발휘하고 뽐내기는커녕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 하나뿐이었던 예수.
+ 목수 예수의 노래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네
‘사랑’이라는
집 한 채를 짓고 싶다네
인정이 메마르고
사랑이 턱없이 모자라서
각박하고 살풍경한 세상의
어느 한 모퉁이에
사람의 온기가 감도는
작은 집 하나를 짓고 싶다네.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배움은 그리 많지 않아도
생명을 아끼고 보듬는
착한 마음씨는 변함이 없는
세상의 작고 이름 없는 사람들의
맑고 순수한 뜻을 모아
사랑의 따스한 기운이 넘치는
예쁜 집 한 채 만들어가고 싶다네.
사람들은 나를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아들’이라 칭송하지만
그런 거창한 찬양은
내게는 썩 어울리지 않는 것.
내 가슴속 단 하나의
꿈과 희망은
그저 작고 볼품없는
사랑의 집 한 채를 짓는 것뿐.
+ 예수를 안아주고 싶다
세상의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착하고 순수한 사랑이
조금씩 깊어져
마침내 마침내는
사랑의 신이 되기까지
예수의 영혼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예수의 내면에는
얼마나 깊은 슬픔의 강이 흘렀을까.
세상의 작고 소외된 생명들을
온몸으로 진심으로
껴안고 사랑하고 싶어했기에
몹시도 외로웠을
아름다운 사람 예수를
내 작은 품에 꼬옥 안아주고 싶다.
+ 길 - 예수를 묵상함
그때 그분이 걸었던 길을
나도 덩달아 걷고 싶다.
화려하기는커녕
가난하고 이름 없는 길
세상의 변두리로
낮아지고 또 낮아지는 길
작고 볼품없는 생명들이
서로 따뜻이 보듬고 아껴주며
말없이 사랑과 인정(人情)의 꽃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는
그 눈물겹게 아름다운 길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다.
하늘에 구름 흐르듯
바다로 강물 흘러가듯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냥 가벼운 마음 무심한 모양으로
그 길 위에서
내 한 생애 피고 또 지고 싶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s : // blog. naver. com / yeunbok5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