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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문학촌에 다녀와서 "동백꽃" 소설 일부 소개

작성자서정태|작성시간05.09.24|조회수293 목록 댓글 1
동백꽃 : 김유정(金裕貞) 단편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점순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나흘 전 감자 쪼간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나물을 캐러 가면 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일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한여름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울타리를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구웠는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감자가 맛있단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감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발단부) (중략)

"그래 그래 이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알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결말부)

-얼리었다 : 서로 얽히게 되었다.
-대강이 : '머리'의 속어
-덩저리 : 1)물건이 뭉쳐 쌓인 부피, 2)덩치의 속어 (여기서는 2)의 뜻)
-면두 : '볏'의 경기 강원지방 사투리. 꿩이나 닭의 이마 위에 세로로 붙은 살조각
-헛매질 : 상대방을 직접 치지 않고 엉뚱한 데를 치는 일
-쪼간 : [의미 불분명] 문맥적으로 '일, 건수, 사건'의 의미
-쌩이질 : 한창 바쁠 때에 쓸데없는 일로 남을 귀찮게 구는 일. '씨양이질'의 준말
---------------------
* 갈래 : 토속적 농민소설
* 배경 : (시간) 1930년대 봄, (공간) 강원도 산골 농촌 마을
* 성격 : 향토적, 해학적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문체 : 향토적 사투리 구사, 토속적 문체
* 어조 : 해학적 어조

* 구성 : 과거-현재의 역전 교체 구성
▲발단 : 닭싸움으로 인한 감정 발단(현재)
- 오늘도 우리 수탉이 점순네 수탉에게 마주 쪼임
- 점순이가 약을 올림
▲전개 : 나흘 전의 사건(과거)
- 점순이가 감자를 주었다가 거절당한 뒤, 나의 닭을 학대함
▲위기 : 나의 분풀이 행동(과거)
- 나의 닭에 고추장을 먹여 점순네 닭에게 도전시켰으나 실패
▲절정 : 점순네 닭을 죽이게 됨(현재)
- 빈사지경이 된 나의 닭을 보고 홧김에 점순네 닭을 때려서 죽임
▲결말 : 점순과의 화해 및 애정 확인(현재)

* 등장인물
-나 : 소작인의 아들. 우직하고 순박한 청년. 점순의 구애(求愛)를 이해 못하고 거절하나 결국 닭싸움을 계기로 구애를 받아들인다.
-점순 : 마름의 집 딸로 깜찍, 조숙한 처녀. 적극적 행위로 자기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동적 인물.

* 주제 : 산골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

김유정(1908-1937) 29세의 짧은 생애

김유정은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났다. 팔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고 자주 횟배를 앓았다. 또한 말더듬이어서 휘문고보 2학년 때 눌언교정소에서 고치긴 했으나 늘 그 일로 과묵했다. 휘문고보를 거쳐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결석 때문에 제적처분을 받았다. 그때 김유정은 당대 명창 박록주에게 열렬히 구애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향하여 야학운동을 벌인다.
1933년 다시 서울로 올라간 김유정은 고향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1933년 처음으로 잡지 <제일선>에 ‘산골나그네’와 <신여성>에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한다. 이어 1935년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1등 당선되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에 가작 입선함으로써 떠오르는 신예작가로 활발히 작품 발표를 하고, 구인회 후기 동인으로 가입한다.

이듬해인 1936년 폐결핵과 치질이 악화되는 등 최악의 환경 속에서 작품활동을 벌인다. 왕성한 작품 활동만큼이나 그의 병마도 끊임없이 김유정을 괴롭힌다. 생의 마지막 해인 1937년 다섯째 누이 유흥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죽는 날까지 펜을 놓지 못한다. 오랜 벗인 안회남(필승前. 3.18)에게 편지 쓰기를 끝으로 1937년 3월 29일. 그 쓸쓸하고 짧았던 삶을 마감한다.

그의 사후 1938년 처음으로 삼문사에서 김유정의 단편집<동백꽃>이 출간되었다. 그의 작품은 우리 가슴 속에 깊은 감동으로 살아있다.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들 그리고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 매우 육담적(肉談的)인 속어, 비어의 구사 등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1930년대 한국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


그의 작품은 우리 가슴 속에 깊은 감동으로 살아있다. 그의 모습 또한 깊이 각인되어 앞으로도 인간의 삶의 형태가 있는 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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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금별왕자 | 작성시간 05.11.08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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