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미국의 식품회사인 호멜푸드가 만든 다진 돼지고기 통조림의 이름인 스팸(SPAM)은
돼지고기 어깨살과 햄(Shulder of Pork And haM)이란 문구의 머리글자를 조합해 작명됐다.
당시로선 파격적일 정도로 대대적으로 실시된 호멜푸드의 돼지고기(스팸) 광고는
당대 사람들이 공해로 인식할 정도로 짜증스러웠고
이는 과도한 광고로 인한 공해를 스팸이라고 부르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이와 더불어 스팸이 상업적 정크 메일의 대명사로 공식화된 것은
1969년부터 74년까지 B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코미디 시리즈
‘몬티 파이돈의 나는 서커스(Monty Pyton’s Flying Circus)’의 공이 크다.
극중에 등장하는 식당의 모든 메뉴에는 ‘계란과 스팸’, ‘계란 베이컨 소시지와 스팸’,
‘달팽이요리 거위간에 스팸’ 등 스팸이 약방의 감초처럼 끊임없이 등장하였고,
식당 종업원이 스팸으로 가득한 메뉴를 읽어 주면 바이킹 손님들이
“SPAM, SPAM, SPAM... lovely SPAM, wonderful SPAM”이라고 합창하여
손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투입되는 애물단지로
스팸이 세간에 각인되는데 헌신적으로 이바지했다.
-범준 선생의 <종철문사 잡학사전> 중에서-
2012년 3월 3일 토요일.
아내의 아지트에서 아점으로 햇반과 SPAM을 먹고
강남 성모병원의 wound management workshop에서
돈(豚)의 족을 주무르며 바느질을 익힌 후
북촌의 터줏대감을 만나 돈까스 씹으며 만담을 펼쳤다.
'삽겹살데이'다운
깔맞춤 스케줄,
이보다 푸짐할 순 없다.
북촌 맛집, <미술관 옆 돈까스>의 억척스런 사장님께서
푸짐하게 챙겨주신 날치알 치즈돈까스와 수제비를
돼지처럼 악착같이 포식한 후, 불면증과 승부욕 등에 시달리는
사장님께 강남의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주듯 덕담을 건넸다.
내가 물어다 준 갖가지 솔깃한 박씨들 중
그녀가 치즈처럼 쫄깃하게 곱씹던 이야기는
공지영 작가가 <수도원 기행>에서
통곡하며 고백한 이 대목이었다.
작가 공지영이 한 달가량 유럽의 수도원을 순례한 후 남긴 <수도원 기행> 중에서.
18년 만에 혼자 성당에 찾아가
하느님 앞에 엎드린 그녀는 고해한다.
하느님 저 왔어요. 항복해요.
내 인생에 대해 항복합니다.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닌가 봐요.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가 있어요?
그러니 항복합니다.
뭐든지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는 승부사 사장님께선
다음에 다시 만날 땐 꼭 술 한 잔 사겠다,는 말로
내가 꽁지 작가의 입을 빌려 전한 '항복의 행복론'에 화답했다.
기꺼이 내려놓는 항복의 수면제만이
예민과 번민의 불면증을 항복시킬 수 있다는 걸
<미술관 옆 돈까스>의 사장님도 각성하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