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의 나쁜 생각 1446 - 잘났어. 정말
필자의 소년 시절, 아마 중학교 1학년쯤 되었을 때일 것이다. 서울의 명문 대학을 다니던 친구 누나는 눈부시게 예뻤다. 누나 곁에 가면 그 아름다움에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물론 소년의 눈으로 본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런데 그 누나는 꼭 말끝마다 "잘났어, 정말"이라는 말을 마무리하는 습관이 있었다. 어떤 때는 애교스럽게 들리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몹시 거슬리게 들리기도 했다. 다만 워낙 공부도 잘했고 꼼꼼하고 예뻤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누구나 누나를 사랑했다. 그래서 그런지 눈빛은 늘 당차 보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 오만해 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런 누나가 대학 졸업 무렵에 사랑에 빠졌다. 정말 좋아하는 남자를 만난 것이다. 원래 예쁜 얼굴이 더 빛이 나고 행복해 보였다. 사랑에 빠진 마음은 결코 숨기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누나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누나의 습관화 된 말 마무리 때문이라고 했다. 말끝에 습관처럼 내뱉던 "잘났어. 정말"이 그 남자의 인내력의 한계를 무너뜨렸다고 한다.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고 있는 그 남자에게 누나는 "잘 났어, 정말" 하고 대답을 한 것이었을까?
손자병법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고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의 전쟁에 패한다는 것은 자손들을 대대로 노예로 만드는 것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 보다 더 손자를 관통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습관은 천군만마千軍萬馬에 단기單騎로 맞서는 것보다 어렵다"이다.
오랫동안 학교 현장에 있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공부를 못하는 아이의 차이가 머리의 좋고, 나쁨보다는 공부하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몸에 익혔는가 아닌가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이 습관도 유전적 성향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습관이 한 사람의 운명을 만들어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무명인! 당신은 누구세요? / 에밀리 디킨슨 / 김천봉 옮김 (51)
죽음
DEATH
죽음이 벌레처럼
나무를 위협하여
죽일 수 있지만
미끼에 걸려들 수도 있다.
발삼*으로 유혹해 보라
인생 전부를 걸고
칼로 콕콕 쑤셔서 그놈을
난처하게 해 보라.
그러다가 그놈이 파고 들어가
손쓰지 못할 지경이면
나무를 둥둥 울리고 두고 보라 -
그 해충의 의지에 달렸다.
* 발삼은 침엽수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액체로, 알코올과 에테르에 녹으며 접착제나 향료 등에 쓰인다.
죽음이 한낱 벌레라면, 향긋한 발삼의 유혹에 넘어가, 나무에서 기어 나왔다가, 마치 끈끈이에 붙은
파리처럼 옴싹달싹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나는 황무지를 본 적이 없다
I NEVER SAW A MOOR
나는 황무지를 본 적이 없고
바다를 본 적도 없지만
히스발이 어떤 모습일지
파도가 어떻게 일지는 안다.
나는 신과 얘기를 나눈 적이 없고
천국에 가본 적도 없지만
마치 해도에 그려진 듯이
그곳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