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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홍의 나쁜 생각 1450 - 자유로

작성자----린|작성시간26.06.10|조회수33 목록 댓글 0

김민홍의 나쁜 생각 1450 - 자유로

 

 필자는 가끔 파주 출판도시 안에 있는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간다. 가는 길은 드라이브하기도 쾌적하고, 주차하기도 편하고,  <오케이 캐쉬 백 카드>로 영화도 공짜로 볼 수 있어서 간다. 일산만 지나면 텅 비는 도로. 그대로 달리면 개성을 지나 평양까지 닿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하는 자유로는 영어의 후리웨이와는 좀 느낌이 다르다. 돈을 안 내고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이긴 하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길이다. 돌아오는 길엔 어김없이 노을을 만난다. 노을 속에 밀리는 교통체증과도 만나고, 간혹 절대 고립감도 만난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립에서 오는 불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자유로를 달리고 싶은 것만은 아니다. 내 속엔 아직 외로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추억만 가득 차에 싣고 가서 자유로와 한강을 적시는 노을에 풀어주고 오기도 한다. 기억이 아프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 자신 외에 아무도 사랑할 수 없었던 나를 풀어주고 싶어 간다. 생각할수록 소외감에 시달리던 시간들, 아직 용서할 수 없는 얼굴들을 용서하고 싶어 간다. 그렇다고 금새 지워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피어라 돼지 / 김혜순 시집 (11)

 

2부 글씨가 아프다

 

모욕과 목욕

 

흙도 목욕을 한다고 한다 흙도 몸에 물을 끼얹고 싶어 한다고 한다

메말라 쩍쩍 갈라지는 흙처럼 창가에 앉아 저녁의 찬 흙을 생각한다 저녁이 되면 가라앉을 수 있을거야

생각하는데 두 손이 쩍쩍 갈라진다 두 손을 흙빗자루처럼

담벼락에 기대어 놓는다 마당이 나쁜 예감처럼 가지런하다 곧 어릴 적 앓았던 늑막염의 기침이 휘몰아칠 것만 같다

흙을 접으면 흙이 된다고 한다 흙을 펴면 흙이 된다고 한다 시간도 이와 같다고 한다 펴나 접으나 같다고 한다

어제와 내일이 다 흙이다 어떤 감정들은 흙이다 흙은 앞으로 도래할 흙의 감정이다 흙을 손에 올려본다 흙 속에 누워본다 불을 켜든 켜

 지 않든 어둡긴 마찬가지다

눈을 뜨고도 눈을 더 뜨고 싶었는데 꿈에서 본 것은 눈을 뜨고 본 것인가

흙도 목욕을 한다고 한다 몸에 물이 척척 달라붙도록 몸이 신발에 척척 감기도록 목욕을 한다고 한다

젖은 흙을 뭉쳐서 마음이 될 때까지 뭉개고 있는 사람

나는 흙 너머로는 갈 수가 없다 흙이 얼어붙었다가 녹으면서 한 생이 저문다

나는 몸이 뿌옇게 날아오르는 창가에 앉아 젖은 몸이 아스팔트에 착 달라붙는 상상을 한다

뚜쟁이 경찰 세리들이 내 환멸을 밟고 간다 눈꺼풀을 닫은 흙이 그치들의 신발을 붙잡는다

내가 이 기억에 갇힌 지 얼마나 될까 다시 몸이 뿌옇게 솟아오른다

흙이 목욕을 기다린다 누가 나에게 속속들이 물을 끼얹어 모욕하나

나는 아스팔트에 착 엎드려 자동차 바퀴를 몸 위에 받아도 되겠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묻으려면 한 삽의 흙이 필요하다

 

큰 거울을 사벽에 펼치고

그 거울로 하루 종일 출렁거리는 까만 수면을 들여다본다 

 

 

글씨가 아프다

 

귀신들이 읽는 글인데

잉크가 묻지 않는 방법을 쓴 글인데

병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병상에서 쓴 글인데

불에 달군 몸으로 쓴 글인데

보시다시피 시대와 맞지 않는 글인데

 

문을 닫고 나간 글이 병원 복도에서 울었습니다

새벽을 맞은 뱀파이어 아기처럼 울었습니다

 

종이는 구겨지고

구겨진 종이 위에

파란 핏줄로 짠 먹구름

그 아래 신경질환을 앓는 산맥들

 

외로운 우주선처럼 종이 뭉치가 쓰레기통에서 발진합니다

 

날아라 글!

글씨도 없이

가서 먼지 들 가득한 우주 공간의 간호를 받으라

 

지우개로 지워서 쓴 글인데

되새김질하는 뇌의 방들을 매일매일 지운 글인데

그만 좀 가져가세요!

나는 육인실에 누워 소리를 삼킵니다

 

아프면 더러운 종이들이 나타납니다

앙상한 팔목에 매달린 구져진 종이 뭉치

우글우글 병든 종이들이 염소 떼처럼

그중 두 마리가

침상을 기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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