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의 나쁜 생각 1453 - 사랑 본색
영웅이 흔하지 않듯 아름다운 사랑도 흔하지 않다. 사랑인 것처럼 치장한 욕망 들의 뒷끝은 늘 구리고 역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사랑의 영웅들이 회자되고, 시나 소설,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늘 자신만 챙긴다면 사랑은 서 있을 자리를 잃고 증발하게 마련이다. 이미 증발한 사랑을 놓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은 애처롭다. 하지만 슬그머니 배반의 칼날을 휘둘렀던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 하거나 외면한다.
그래도 사는 동안 할만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밖에 없어 보인다. 사랑본색이라! 사랑의 본질적인 모습은 무얼까? 필자는 아직도 그 해답을 얻지 못하고 세상일에 허우적거려온 생이 민망하다. 오늘은 퇴근길 자동차 속 라디오를 통해 로또가 당첨되고 부부간에 서로 법정에 소송을 걸어 놓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아마 그들의 여생은 아직도 한 백 년 더 남아있나 보다. 잘 먹고, 잘 살거라! 라고 필자는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로또 한번 당첨되어 보았으면 좋겠다.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선집 / 김정한 옮김 (1)
그리스의 서정시인이다. 1863년 4월 29일 알렉산드라에서 태어나 1933년 같은 곳에서 죽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윈 후 런던에서 유년 및 청년 초기를 보냈다. 잠시 콘스탄티노플에서 지냈으며, 22세에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와 죽을 때까지 머물렀다.
카바피스가 런던과 콘스탄티노플에 머문 시기를 아는 것은 그의 시 작품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는 런던에서 서양문학의 흐름을 접했으며 콘스탄티노플에서 비잔틴 전통을 흡수했다. 그것은 그의 외방 그리스적 시 세계에 독특한 음조를 부여했다. 그는 박해받는 모국의 소요와 곤경에서 내내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이 사실은 그의 시 특성과 언어를 다시 설명해준다. 그는 고대 그리스 어법 등 현재 쓰이지 않는 표현을 쓰며, 더불어 종종 비문(非文)을 구사한다. 그러나 그의 시는 아무에게나 찾아볼 수 없는 기품과 함께 독자를 사로잡는 집요한 마법을 발산한다.
로마 이후부터 현대 그리스 초기까지, 긴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시 세계는 그리스 외방의 비루함이, 그리스 내부를 더 찬란하게 한다는 단순한 도식을 뛰어넘었다. 그리스 문명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이상이다. 카바피스의 시는 끔찍하지만 그만큼 섬세하다. 그의 시는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가장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데 이른다.
그는 끝까지 외방을 고수하며 중앙보다 더 우월한 문학에 닿은 소수자였다. 그의 시집이 공식 출판된 것은 그가 죽고 나서다. 소설가 포스터는 개인적으로 카바피스와 친분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어권에 카바피스를 알린 것은 포스터와 역사학자 토인비, 시인 T.S. 엘리엇 등이다. 또한 미국 시인 E. 파운드의 격찬은 그의 시를 유명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시집 1910
(1897~1909)
목소리들
이상한 목소리들, 대단히 사랑하는
그것들, 죽었거나 우리에게
행방불명이기에 죽은 것과도 같은 이들의.
그것들은 때때로 우리들 꿈속에서 말한다.
때로는 생각으로 듣는다 그것들을 마음이.
그리고 그 소리로 잠시 돌아온다
소리, 우리들 생의 첫 시(詩)의 그것들이 -
음악, 밤에, 멀리, 잦아드는 그것처럼.
욕망들
몸, 아름다운, 죽은, 늙지 않았고,
닫혀버린, 눈물로 닫혀버린, 찬란한 능묘 속
머리에 장미꽃 두 발에 재스민 향 은은한 몸들 -
그게 욕망들의 모습이다. 만족 없이
스러져간, 어느 하나한테도 허락된 적 없지.
밤새운 환락 한 번, 빛나는 아침 한 번도.
촛대들
다가올 날들 서 있다 우리 앞에
일련의 불 켜진 작은 촛대들처럼 -
황금의, 따스한, 그리고 활기 넘치는 작은 촛대들.
지난 날들 뒤에 남아 있다.
슬픈 열, 불 꺼진 촛대들의;
가까운 것들 아직 연기 나는,
차가운 촛대들, 녹은, 그리고 굽은.
보고 싶지 않다 그것들; 서글프구나 그 모습,
그 처음의 빛 회상하지 말 것을.
나는 앞을 본다 찾아본다 내촛대들을.
몸 돌리고 싶지 않다, 내가 보고 몸서리칠까봐
너무도 빠르게 그 검은 열 길어지는 것에,
너무도 빠르게 그 불 꺼진 촛대를 증가하는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