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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홍의 나쁜 생각 1454 - 무상無常에 대해

작성자----린|작성시간26.06.14|조회수34 목록 댓글 0

김민홍의 나쁜 생각 1454 -  무상無常에 대해

 

 예감되었던 길이 보이자 그는 머뭇거리며 그길로 들어섰다. 가벼운 쓸쓸함이 터널처럼 지나갔다. 앞으로 몇 번 더 이 터널을 지나겠지. 하지만, 괜찮다.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사는 것. 젊어서는 운명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들었지만 잠시 모였다 흩어지는 게 살아있는 모든 것의 불변의 이치. 모든 생명이 걸어야 하는 운명의 길이다. 인연이 닿아 잠시 머물다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는 것, 다만 끝이 좋아야 덜 아프다. 끝이 좋다는 것은 참 귀한 인연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귀한 인연이든 악연이든 무상하긴 다 마찬가지일 터. 무상을 수용해야 한다. 무상을 사랑하는 것이 생을 사랑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은 모든 것은 변하고 고정된 것이 없으니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 또한 무상하지만!

 

 

피어라 돼지 / 김혜순 시집 (13)

 

설탕생쥐

 

(내 혀와 내 몸의 같은 점과 다른 점)

 

(먼저 같은 점)

 

누군가의 이빨 사이에 산다

 

화들짝 돌기들이 솟는다

 

샘에서 물이 확 솟는다

 

플러그처럼 연결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스파크가 튀면 미칠 때도 있다

 

어항에 들어가면 쥐새끼들처럼 떤다

 

빨아놓은 속옷처럼 줄에 매달려 있다가 소리를 줄줄 흘린다

 

뾰족한 것이 들어오면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곳을 찔렀어요 호들갑 떤다

 

철창 속에 몸을 가두는 곳은 감옥과 정신병원, 인신매매범 그리고 중환자실, 정신병원의 붕붕붕 코끼리가 편지를 보내왔다. 봄 같고 설탕 같은 나의 선생님, 눈물에 젖은 볼이 봉숭아 같더구나. 나는 편지들을 혀의 미뢰로 읽는다. 얇아지는 희디흰 종이, 가위에 눌린 잠처럼 내 윗몸에 눌린 내 아랫몸. 이빨이 누래지고, 입속에서 노른자 달이 깨어진다. 이제 글자는 다 핥았다. 학생님 얼른 나으세요.

 

(아직도 같은 점)

 

설탕의 광기에 시달린다

 

쥐구멍에서 들락날락한다

 

둘 다 언젠가 주위의 통치하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

 

둘만 모르고 다 아는 사실도 있다 안전한 곳에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과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치르르 떤다

 

흰 기저귀들이 유리창처럼 걸려 있는 오후, 오후에는 네 혀를 내 입속에 담아놓고 싶구나. 시린 귀를 두 손으로 감싸주듯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로 네 혀를 감싸주고 싶구나. 나는 징그러운 편지를 짝짝 찢는다. 검은 바다 위를 떠가는 별들을 타닥타닥 내리치는 타자 솜씨 좋은 아저씨, 힘들면 그만두시죠. 그런 별 읽는 사람 지금 세상에 어딨어요? 심심하면 마침표나 쾅 하나 떨어뜨려보시죠. 나는 암캐처럼 하늘과 홀레붙은 몸. 내 몸 위로 별들 타다닥 떨어지고, 훌쩍거리며 질질 침 흐르는 저 하늘.

 

(마지막으로 내 혀와 내 몸의 다른 점)

 

굴삭기로 파헤쳐 발굴할 수 있다와 없다

 

하늘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혀, 방문 앞까지 왔구나. 그만 주무세요. 생쥐 같은 님. 편지는 계속된다. 달다. 네 눈동자를 입속에 넣으면 달다. 네 그것이 달다. 네 그림자가 달다. 네 목소리가 달다. 네 쫄깃한 가래떡 같은 혀가 달다. 네 시계가 달다. 네 손길이 달다. 네 눈물이 달아서 눈물 속의 개구리가 달아서 뱀처럼 핥았다. 건방진 편지는 그만 읽고, 네 혀를 꿀단지 속에 집어넣은 개미처럼 훈련시켜보면 좋으련만, 생쥐 같은 혀새끼. 미쳐버린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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