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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홍의 나쁜 생각 1458 - 늙는다는 것

작성자----린|작성시간26.06.18|조회수34 목록 댓글 0

 

김민홍의 나쁜 생각 1458 - 늙는다는 것

 

  젊어서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거짓말 같다거짓말같이 늙은 친구를 보는 일은 낯설고 미열처럼 쓸쓸함이 밀려온다늙는다는 것은 아름답다고 전에 필자는 억지를 부린 적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떠들곤 한다하지만 점점 눈이 어두워져서 돋보기를 써야 글이 보이고 그마저 곧 눈이 피로해 얼마 읽지 못하니 나이가 들면 책이나 보며 노년을 보내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던가책도 젊어서 읽어야 한다는 걸 몸으로 깨닫는 중이다이 말은 세상일에 꼬박꼬박 객기를 부리다 많이 아팠던 필자가 이제야 겨우 덮을 건 덮어주라고 일러주는 몸의 길을 저항 없이 걷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피어라 돼지 / 김혜순 시집 (15)

 

연어는 좋겠다

 

  가로등은 좋겠다. 팔이 없어서, 물고기는 좋겠다. 팔이 없어서. 나는 내 팔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방울뱀은 좋겠다. 연어는 좋겠다. 나는 팔이 부끄러워. 파르테논 신전 기둥보다 무거운 팔. 천천히 두 팔을 대문처럼 열고 손바닥을 펼치면 내 손은 박쥐, 내 손은 까마귀. 내 손은 독수리. 제 맘대로 푸드덕거려서 나는 깍지 낀 두 손을 풀 수가 없네. 양쪽에서 당겨봐야 소용없네. 신전의 문은 잠겼네. 당신 앞에 서면 내 팔은 한 개 두 개 백 개 천 개. 그 팔들 차례로 푸드덕거려서 나는 새끼 많은 어미새처럼 처량하게 울부짖네. 나는 내 손들을 가둘 새집을 한 개 두 개 백 개 천 개 내 몸에 매다는 상상을 해보려 눈을 감네. 몸에 붙은 새집을 하나하나 열다 보면 밤이 오고, 다시 새집을 하나하나 잠그다 보면 아침이 오는 상상, 다시는 팔을 벌리지 않아도 나 혼자 바쁠 상상. 천 개의 새집을 차례차례 잠그고 나면 또 잠을 자게 되는 그런 찬란한 하루치 상상. 천수관음님은 팔이 천 개. 천수관음님 서 있지도 못하고 누워 있지도 못해서 깨금발 들고 천 년을 뛰어다니시네. 천수관음님 속에서 철새 도래지의 새들처럼 솟아오르는 천 개의 손바닥! 천 개의 손바닥이 푸드덕거리며 천수관음님 몸을 들어 올리면, 천수관음님 얇은 시스루 속치마 펄럭거리며 때마침 떠오르는 달을 향해 날아가시네. 천수관음님 그 많은 부끄러움 어떻게 참고 계실까, 이 밤, 내 천 개의 손을 당신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밤. 팔이 없으면 부끄러움도 없네. 제 맘대로 푸드덕거리는 팔을 열 개 백 개 천 개 끌어안고 웅크린 밤, 젖은 팔 잠시 접고 비 오는 날 처마 밑의 처량한 미친 여자, 천수관음님처럼. 나는 내 팔이 부끄러워 천번째의 눈꺼풀을 마저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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