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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홍의 나쁜 생각 1461 - 견딘다는 것

작성자----린|작성시간26.06.21|조회수37 목록 댓글 0

 

김민홍의 나쁜 생각 1461 - 견딘다는 것

 

 거의 2주일에 걸쳐서 병원의 검진을 받다 보니 무엇보다 마음이 지친다. 혈액 검사, 초음파, 엑스레이, 씨티, 위내시경, 장내시경, MRA 등 적잖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다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라도 갈 수 있다는 것, 행운이라고 조용히 나를 다독였다. 그나마 병원의 문턱에도 못 가보고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병원에서 지친다는 것은 일종의 사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고마운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지, 마음으로 다짐하지만 실체적으로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지독한 피로감과 불안감 그리고 일종의 소외감이다. 이럴 때마다 무수히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자괴감까지 필자를 괴롭힌다. 돈도 안 되는 일만 골라 몸을 혹사해 온 필자로서는 별 변명거리가 없다. 일종의 어리석음 혹은 탐욕이었을 뿐. 이 탐욕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 것인가. 의지박약인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집착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것인가의 문제를 아직 다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끝내 풀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가세해 오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황사와 미세먼지에 시달렸다. 종일 목이 따끔거리는 지독한 구강 건조증으로 시달렸다. 내 조국의 4월은 참 힘들구나! 생각해 보면 봄다운 봄은 5월 잠시이고 곧바로 여름이 닥쳐오는 내 조국. 예전엔 황사도 이 땅의 농토를 비옥하게 해 주는 자연의 혜택이었다던데 요즘은 산업화 중인 이웃 나라의 중금속 황사들이 날아오니 문제이고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니 일종의 분노처럼 피해의식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그저 생존본능에 의지해서 견디는 수밖에 없는 일이 인생의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선집 / 김정한 옮김 (5)

 

야만인들 기다리기

 

- 뭘 우리가 기다리는 중인지, 광장에 모여?

 

    야만인들이 오늘 도착할 예정이다.

 

- 왜 원로원이 이렇게 무기력한 건지?

왜 원로들이 앉았는데 법으로 정하지 않는 건지?

 

    왜냐면 오늘 야만인들이 도착할 것이다.

    뭘 법으로 정할 수 있겠나 원로원이?

    야만인들이 와서 할 것이다.

 

- 왜 우리 황제가 아침 일찍 일어나

앉아 있는지, 도시 정문에서

왕좌에, 엄숙하게, 왕관을 쓰고?

 

    왜냐면 오늘 야만인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황제는 기다리고 있다 맞기 위해

    그들 지도자를 말이다. 정말, 준비했지

    그에게 수여할 양피지 두루마리를. 거기다

    적었다 숱한 직책과 명칭을.

 

- 왜 우리 두 집정관과 치안관 나온 것인지 

오늘 수놓은 자줏빛 토가 차림으로;

왜 자수정 빼곡히 박힌 팔찌 차고,

찬란한, 반짝이는 에메랄드 박힌 반지 끼고 있는지;

왜 오늘 짚고 있는지, 그 소중한 지팡이

은과 갑각류 껍질 박힌 그것들을 말이다;

 

    왜냐면 오늘 야만인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황홀하게 만들지 야만인들을.

 

- 왜 훌륭한 연설가들 늘 그랬듯 와서

언변 펼치고, 할말 하는 일 안 하는 건지?

 

    왜냐면 오늘 야만인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지겨워졌다 연설과 웅변이.

 

- 왜 시작되었는지 갑자기 이 소통과

혼란이. (그러는 사람들 너무 진지해졌다).

왜 그들 재빨리 거리와 광장을 비우고,

모두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지, 깊은 생각에 잠겨?

 

    왜냐면 밤이 내렸고 야만인들 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몇이 국경에서 도착했고,

    말했다 야만인들 더이상 없다고.

 

               ------

 

그러니 이제 야만인들 없이 우리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사람들이 모종의 해결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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