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홍의 나쁜 생각 1463 - 버릇
한번 든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타고난 천성이 버릇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짙어진다. 아무래도 젊음의 패기가 점점 사라져 가고, 막연한 운명이라는 말에 의지하여 사물을 이해하고 싶은 안이함이 찾아오기 때문인 듯하다. 특히 뻔뻔한 버릇은 그 집안 내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약속 어기기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도 자신의 이해타산에 결부된 문제에는 철두철미 챙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젊은 시절엔 거의 분노에 가까운 혐오감이 들곤 했다. 철면피한 얼굴들을 쳐다보는 것은 힘들다. 뻔뻔하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 얼굴을 볼 때는 더 괴롭다. 그래서 가능한 이들은 만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살다 보면 수시로 이들의 얼굴을 대해야하기때문에 무슨 오물통에 들어갔다 나오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렇다고 필자만 특별히 청결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슨 완벽한 인간들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뻔뻔한 얼굴들만은 피하고 싶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피하고 싶다는 것은 필자도 그들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그래서 철저히 무시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작가의 이름도 잊어버렸지만,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 작가가 있다. 그 작가*는 단 한 편의 소설로 미국의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곧 베스트셀러가 되어 돈방석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절필하고 은둔하여 아직까지 종적이 묘연한 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이 작가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자꾸 이 작가가 요즘들어 생각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필자는 훌륭한 작가도 못되고 어떤 경지의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도 못 되는 일상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작가를 흉내 내지도 못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이 작가의 의식이 궁금해지는 까닭은, 세상 일들이 갈수록 시들해져 가고 지루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세상에 대차게 맞서지 못하는 허약한 심성 때문에, 혹은, 운 나쁘게도 뻔뻔한 인물들만 보이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하는 성향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도의 눈에는 강도만 보인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내 속에 사는 철면피함이 자꾸 세상에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해 보는 것이다.
그래도 뻔뻔한 얼굴들에게 자꾸 상소리를 내뱉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죽지 않을 만큼 패주고도 싶다. 특히 몇몇의 정치꾼들! 인격이 훌륭해서 못 패주는 것이 아니라 패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요즘 심야에 격투기를 시청하느라고 잠을 설치는지도 모르겠다. 거칠고 야만적이고 원초적 싸움 본능을 스포츠화 한 경기. 필자는 이 경기를 때론 온몸을 꼬며 시청하는 것이다.
* 하퍼 리Harper Lee: 1960년에 발표한 소설 <앵무새 죽이기>로 큰 명성을 얻었고, 이 작품으로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후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오랫동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여 <은둔 작가>로 유명하다. 그리고 55년만인 2015년에
<파수꾼>이라는 소설을 출간 했다고 한다. 필자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2026년 <AI 검색>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선집 / 김정한 옮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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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호메로스의 다른 장점이 숱하다 하더라도, 이 점에 우리가
박수칠 일은 아니다 ------ 에스킬로스도 마찬가지, 자신의 결혼식에 장
차 자식들에 대해 아폴로가 축가로 예언했던 것을 테티스가 털어 놓는
다음 대목에서는.
"그들의 나날 길어질 것이다,
고통과 병에서 자유로울 것;
하늘의 축복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그가 치켜올렸다 그 당당한 찬가를, 그래서 내 마음 기뻤지.
믿었다, 포이보스의 신성한 입이,
예언의 숨결로 가득찼는데, 거짓일 수 없다고.
그러나 그 자신, 그 노래하던 자가 ------
이제 살해자다, 내아들의."
- 플라톤. <국가론>. 2.
테티스가 펠레우스와 결혼할 때
아폴로가 일어났다 밝은 결혼식
피로연회석에서, 그리고 축복했다 신혼부부를
그 결합에서 나을 자식에 대해
그가 말했다; 질병이 결코 그를 범하지 않고,
그가 장수를 누리리라 - 이렇게 그가 말하자,
테티스 매우 기뻤다, 왜냐면 그 말,
예언을 아는 아폴로의 그 말이
그녀 자식을 위한 담보처럼 들렸다.
그리고 아킬레오스가 장성하여,
테살리가 그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게 되자,
테티스, 신의 말을 되새기곤 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왔다 노인들 소식을 들고
와서 말했다 아킬레오스가 트로이에서 죽었다고.
테티스 자줏빛 의복을 찢고,
잡아당겨 집어던졌다
땅바닥에서 팔찌와 반지들을.
그리고 슬피 울던 중 지난일 생각났다;
그리고 물었다 뭘 했더냐 그 현명한 아폴로,
어딜 해맸더냐 그 피로연 자리 시인,
언변 훌륭한, 어딜 헤맸더냐 그 예언자,
내 아들이 한창 나이로 죽을 때에.
그리고 노인들 대답했다, 바로 그 아폴로가
직접 트로이로 내려갔고
트로이인들과 함께 아킬레오스를 죽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