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애인을 만나다
옛 애인을 만났어.
마주하지 못해서 무성하게 자라난
시간 너머로 기억의 철길은 곧게 뻗어 있더군.
넓고 긴 강을 건너갈 때처럼
마른 몸 어데서는
쿵쾅쿵쾅 소리가 들리데.
…… 참 오랜만이야 ……
…… 귀천은 문 닫을 거라며?
…… 오래되었으니까 ……
카페의 불빛처럼 낡은
우리들의 오랜 시간이 소주 몇 잔에 붉어질 즈음,
내가, 그대가 휙휙 지나와야 했던 시간들은
바알간 속살을 드러내고
…… 정 말 사 랑 했 었 어, 당 신.
그제서야 과거시제로 피어 있던 말린 꽃 한 송이
푹 고개 꺾는 소리를 들었네.
몇 개의 강물을 우린 건너왔을까.
지나온 시간보다 지나가야 할 시간이 많지 않은 저문 인사동,
길가 한구석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쓰레기더미 옆을 지나가며
슬며시 잡은 손길을 우리는 풀었네.
종량제 봉투에도 담기지 않는
푸른빛 기억에 오래도록
손을 흔드는 시간.
- 권진희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