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집에 있어?
김판용 씨가 죽을라고 농약을 벌컥벌컥 마신 날이었다
봄 가뭄이 어지간하여 저수지 바닥이 허옇게 말라가는데
뻐꾸기는 어여 씨갑씨 뿌리라고 뻐꾹 뻐꾹 울어대고 있었다
119구급차가 마당에 들어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떠난 뒤 마을 사람들은
"자식 여럿 있으면 뭘햐, 하나 같이 지 애미 애비 속만 징글허게 썩히니
어쩐댜 어찌한댜 큰일 났네" 걱정들이 엄청났었다
봄 버즘이 까칠하게 피어났어도 세월은 하냥 그렇게 흘러서
논 갈고 밭 갈아 쌀도 먹고 콩도 먹게 그렇게 흘러서
죽으려고 했던 것도 까마득히 흘러서 어느새 들국 산국은 자꾸 피어났다
" 이장!, 집에 있어?"
만나면 으레 인사가 " 한 잔 할쳐" 인 판용씨가 찾아왔다
" 이장 나 말여 지난번 얘긴데, 나 그때 증말로 죽을라고 약 먹은거 아녀
애새끼들 정신 좀 차리라고 쇼를 한거여"
" 얼마나 마셨슈"
"한두 모금 먹었는디 말여, 오장이 틀어지는게 느끼더라구, 병원에 갔는디
아이, 똥구녕 목구녕에다 호스를 집어넣고 지랄을 떠는디,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께?..
의사가 그러데..!
풀약 먹었으면 고대 죽을 판인디, 살충제 조금 먹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구"
판용씨가 울고있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 한 잔 할쳐?"
황금빛 물감이 논으로 번져가는디 어디서
쉬 쉿 거리고 쇠오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 최재경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