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으려고
나는 늙으려고 이 세상 끝까지 왔나보다
북두칠성이 물가에 내려와 발을 적시는 호수,
적막하고 고즈넉한 물에 비친 달은 붉게 늙었다
저 괴물 같은 아름다운 달 뒤로
부옇게 흐린 빛은 오로라인가
이 궁벽한 모텔에서 아직 다하지 않은
참회의 말 생각하며 한밤을 깨어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어디론가 사라질 삶,
징그러운 얼굴들 뿌리치려 밤 새 몸 흔드는 나뭇잎들,
아주 흐리게 보이는 소리 사이로
눈발 같은 미련 섞여 있어 눈물겹다
세상의 길이란 길 끝에서는
삭은 두엄 냄새 같은,
편안한 잠 만날 줄 알았건만
아직 얼마나 더 기다려야
저 기막힌 그리움 벗어 놓는단 말인가
부끄러운 나이 잊고
한밤을 여기서 늙어
머리 하얗게 세도록 바라본다
허망한 이승의 목숨 하나가
몸 반쯤 가린 바람 사이로 흔들리는 것을
- 조창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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