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수의 탄원서 (죄와벌 - K씨의 탄원)
간절한 마음으로 어루만지면
돌멩이가 부처 되는 것처럼
내 으깨진 손바닥으로 또 두드리면
문이시여 열리겠습니까?
여기 문이 있습니다
이십 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이 문은
나와 함께 삭아가는 시간의 흔적을 굳게
걸어버린 거대한 철문입니다
일생 내 이름 목 놓아 부르다 야위어가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이제 샐비어꽃빛 입술에 어둠 나앉고
깊게 잠긴 볼엔 검버섯이 묵화처럼 피었습니다
내 손을 놓고선 죽어도 못 죽을, 훌훌
떠나지 못할 당신은 수평선 너머
천 리 남쪽 외딴섬에 계십니다
내가 생의 불씨마저 놓아버린 뒤 벼랑 끝
짐승 되어 울부짖던 그때부터였던가요
당신의 겨울은 구들에 불을 지피지 않습니다
뼛속 파고드는 냉기를 여태
당신의 체온으로 데운다지요
여기 문이 있습니다
부디 바라옵고 원하는 것은,
이 문 두드리는 것은,
나를 신(神)으로 섬긴 당신을, 내가 당신을
단 하루라도 신으로 섬기려는
종신수(終身囚)입니다
- 조삼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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