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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6.06.09|조회수66 목록 댓글 0

 

 

 

 

 

어떤 이별





   

지역신문 기자가 된 그는 

아직 혼자 산다.
   

결혼식장에 있어야 할 때 

민자당사를 점거했고
   

신혼여행을 가 있어야 할 때 

감옥에 있었다.
   

신부가 청첩장을 만들 때 

그는 성명서를 작성했고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꿈꿀 때 

그는 수의를 생각했다.
   

신부가 미리 가진 아이의 얼굴을 생각할 때 

그는 새 세상의 신새벽에 동터올 해를 먼저 생각했다.

 

 

 

 

 

 

주례 앞에 있어야 할 때 판사 앞에 선 그를   

신부는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떠났다.   

그 후로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신부는 아들을 혼자서 낳아 길렀고

그는 아이를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하고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했다.
   

신부는 하 많은 공직 중에 하필 교정직으로 합격하여   

교도소에서 근무하며 이리저리 옮겨 다녔고
   

그는 교도소에서 나와 뒤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신문 기자가 되었다. 

 

 

 

 

 

 

얼마 전, 술에 취해 밤늦게 나를 찾아온 그는, 

그녀를 아들 취학 문제로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단순히 호적 정리 때문에 만났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아들놈 만나게 해주면 도장 찍겠다고 해도   

그녀는 오로지 도장만 요구하더라며 꺽꺽댔다. 

 

그래, 그깟 도장 찍어주지 그랬어,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의 火印(화인) 수두룩한데 

아무거나 뽑아 꾹꾹 눌러주지 그랬어, 

나도 같이 술에 취해 꺽꺽댔다.

   

한 시대를 사랑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사랑한 여자   

그들은 아직도 뿔뿔이 살아가고 있다. 

 

 

 

 

 

 

한 남자는   

여자와 아이와 시대의 희망을 잃었고, 

 

한 여자는   

그런 한 남자를 잃었다. 

 

그들은, 

그래, 지금은 혼자서 산다.

 

 

 


- 안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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