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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6.06.05|조회수70 목록 댓글 0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난 이렇게 살았을 게다 

 

새참 내 오는 찔레 밭둑에서

아내랑 같이 고수레를 하고

사래 긴 밭 지심 멜 걱정이나 하며

그렇게 한 세상 살았을 게다 

 

스무사흘 새벽달이 잠긴 옹달샘

표주박으로 고이고이 떠올릴 적에

아내보다 내가 먼저 사립을 열고

샘길 이슬을 털어 냈을 게다 

 

먹다 남을 감 꽃 목에 걸고

풀물이 베어 돌아오는 막내딸 눈동자

나도 딸처럼 푸른 눈으로

장에 간 아내를 기다렸을 게다 

 

상처나면 자리 밑 흙 긁어 바르고

오줌싸면 키 씌워 소금 꾸러 보내고  

한차례 모이 주면 그만인 병아리처럼

새끼들도 그렇게 키웠을 게다 

 

아,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난 그렇게, 그렇게 살았을 게다

 

 

 

- 박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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