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여승(女僧)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6.06.18|조회수76 목록 댓글 2

 

 

 

 

 

 

여승(女僧) 

 

 

 

 

 

 

 

어느 해 봄날이던가, 밖에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도진다 하여 손가락을 침을 발라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과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집 처마끝에 걸린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너무 애지고 막막하여져서 사립을 벗어나
먼발치로 바리때를 든 여승의 뒤를 따라 돌며
동구밖까지 나섰다


여승은 네거리 큰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뒤돌아보고
우는 듯 웃는 듯 얼굴상을 지었다

 

도련님, 소승에겐 너무 과분한 적선입니다.

이젠 바람이 찹사운데 그만 들어가 보셔얍지요.

 

나는 무엇을 잘못하여 들킨 사람처럼 마주서서 합장을 하고
오던 길로 뒤돌아 뛰어오며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에
마구 흙바람이 일고 있음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여승이 우리들 손이 닿지 못하는 먼 절간 속에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따금 꿈속에선
지금도 머룻잎 이슬을 털며 산길을 내려오는
여승을 만나곤 한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 모든 사물 앞에서 내 가슴이 그때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도하며
시를 쓴다.

 

 

 

- 송수권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유일 잠파노 | 작성시간 26.06.18 수덕사의 여승이란 노래가 절로..^^
    외에 동학사만 두어차례..언제어디서라도
    여승이란 한폭의 그림이지라...ㅠ 수녀두^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초원의 꽃향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