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의심하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옛 이웃이
아는 듯 모르는 듯 애매하게 웃는다
곁에 선 남편의 눈짓으로
'아프구나'
'어제 어제 어제의 어제까지 모두 잊어버린다는
그 아름다운 병에 걸렸구나' 짐작한다
상어 이빨 같은 과거에게 이제 물리지 않아도 되는,
그녀의 눈 속에 평화가 가득하다
행여
피 묻은 꽃다발 하나 건져볼까 돌멩이를 던져 보았지만
어림없다 완고하다
애매한 웃음에
애매한 웃음으로 답하며 돌아서는데
그녀가 당도한 저 평화의 구역에는
정말 웃음만 있을까 ...
웃어도 될까 ...
웃을 수밖에 없는 어떤 까닭이 있을까 ...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그녀가 남기고 간 흰 꽃 같은 웃음이
성난 이빨처럼 나를 물어뜯는다
나는 아직 멀었다
- 이화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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