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그대 생각 / 고정희

작성자느림보 거북이|작성시간26.06.23|조회수78 목록 댓글 0




그대 생각 / 고정희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대 쓸쓸함에 다가갔다가
그 쓸쓸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어떤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가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췄을 때,
내 긴 그림자를 아련히 광내며
강 하나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거리에서
휘감고온 바람을 벗었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이쁜
은방울꽃 하나가 바람결에
은방울을 달랑달랑 흔들며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이후
이 세상 적시는 모든 강물은
그대 따뜻함에 다가갔다가
그 따뜻함 무연히 마주할 뿐
차마 끌어안지 못하고
돌아서는
내 뒷모습으로
뒷모습으로 흘렀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