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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왜

작성자유일 잠파노|작성시간26.06.16|조회수72 목록 댓글 1

#옛날옛날엔

- 그때는 왜 -

우리세대야 배를 곯지는 않았지만 바로 위 아버님 세대만 해도 참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생전의 어머니께서 간간 토로하셨지만 아마 50년대경일 것이다. 들에서 일하다가 밥 때가 되면 밥하라고 며느릴 집으로 들여보내는데 참으로 막막했단다.
 
일단 쌀이 없는데 무슨 수로 밥을 하는가 말이다. 할수 없이 아직 설익은 보리를 따서는 즉석에서 절구질인가 해서 까불러 밥을 하는데 그 얼마나 번거롭고 힘들었을까. 소위 보리고개라고 예전엔 너나할 것 없이 그렇게 살았던 모양이다.
 
60년대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어떤 이웃집은 먹을 것이 없어 낙과한 풋사과나 땡복숭아를 주워와 보리 한줌쯤 넣은 밥솥에 가득 넣고 쪄먹는 걸 내 눈으로 본적도 있다.
 
어쨌든 먹거리가 해결된 우리 때는 이런저런 별미가 많이 있었다. 메뚜기야 기본이지만 한때고...(유재석인 한 때가 아니대^)
 
그 첫째가 물고기였다.
아버지나 숙부들 할 것 없이 모두 좽이(투망)질은 프로급에 달하셔서 직접 그물을 짜기도 여러 번이었는데 걸핏하면 특히 비오는 날이면 물고기를 잡는 게 행사였다.

어죽을 쑤어 이웃을 불러 나눠먹고..어죽의 별미야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 하면 숨만 차다.
 



또 장마철쯤 되면 %%을 가로지르는 조그만 도랑으로 뱀장어가 방죽에서 바다로 나가려 내려왔다. 발을 쳐놓고 잡는 재미가 정말 대단했다. 어떤 해는 이백마리 가까이도 잡았었다.

주로 뽀얗게 끓여 장어탕을 해먹은 것 같은데 ...글쎄 보신이야 되었겠지만 나로선 맛이 그저 그랬다. 요즘은 자연산 장어가 키로에 십만원도 넘는다는데..그때만 해도 소스를 발라 구워먹는 발상을 못한 것일까...?
 
두 번째를 꼽자면 조개였다.
예당저수지에서 당진으로 통하는 수로가 주 생산지였는데 일년에 몇차례 날을 잡아 온 동네가 조개를 잡으러 갔다. 재첩과지만 섬진강의 재첩에 비해 맛이 더 월등했고 거무튀튀한 섬진강의 재첩과는 달리 우리 고장의 재첩은 노란색으로 좀더 미끈하고..해맑았달까...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고 맛있었으며 입맛을 돋웠다.

지금도 잡는지 모르지만 거의 멸종하지 않았나 싶다. 아래 첨부 사진보다 더욱 노랬고 검은 색은 거의 없었다.



세 번째가...
아버님은 버섯에도 많이 꽂혀 장마철부터 가을까지 비온 직후에 우리들을 끌고 숲으로 가서 버섯을 채취했다. 버섯 역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당시만 해도 야산은 물론 평지숲에도 온통 널려있다시피 했다.


빨갛고 노랗고 하얗고 별별 형형색색의 버섯을 따서 새우젓넣고 볶아먹든지 국 끓여 먹으면 정말 진미였는데 어쩌다 싸리버섯이나 표고나 송이라도 곁들이면 그 맛은 진짜 환상이었다.



그리 많이 먹었는데도 중독사고 한번 없었으니 아버지의 조예가 깊었나보다. 훗날에는 실제 여러 버섯을 재배하기도 하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모든 먹거리 재료를 처치한 어머니의 요리솜씨가 상당했다고 본다. 칼국수도 일미였지만 이제 와 생각하면 가장 가치있었던 것은 아마도 밥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아우도 적극 동감이더만...
 



가마솥에 밥을 해서 퍼놓으면 하얗다못해 푸르스름한 빛이 서릴 정도였는데 특히 햇방콩(서리태)을 넣고 한 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그중에도 콩이 섞인 누룽지의 맛은 정말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맛있었다.

수십년 세월 그 맛을 찾아봤지만 지금껏 못 찾았을 정도다. 우리 애들은 고기집에서 꼭 누룽지탕을 시켜먹는데...‘불쌍한 아그들아. 진짜에 비하면 이건 꿀꿀이죽이란다’란 말이 목구멍까지 치미는 것을 참는다ㅋㅋ



물론 어머니도 매번의 밥이 그리 걸작품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아~~~ 이제에 이르러 더욱 그립고....감사하고....아쉽고....후회할 따름....


 
이제는 시골에 가도 아버지 어머니는 안 계신다...ㅠ
인자하시고 수염이 근사하신 할아버진 벌써 안계시며...
버섯도 조개도 멸종하고 먹을만한 물고기도 없어졌고 메뚜기도 없고...아삭거리는 물고구마도 없고 그물도 없고 가마솥도 없고...

어린애도 찾아보기 힘들고..울안의 포도나무 그늘도 없으며 살구나무도 없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굴뚝도 없고...참새구이도 없고...

세상 떠나 못 보는 친구들도 많고...남아있는 어른들도 왠지 생기가 없어보인다.
................



그래도 나는 이 쓸쓸한 계절에 굳이 시골에 한번 가보고자 한다.

https://youtu.be/w5VekPUfXWA?si=ZtwJZ3SJfR9ipx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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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

고향에 돌아와서

뜰에서 집을 보고

집안에서 방을 살피니

하나도 보잘 것 없는 집

고전도 없고 현대도 없는집

나와 동생과 누이들끼리 얘기를 하면

아버님과 어머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그들은 늙으셨고

나는 돌아다니며 슬피 컸다.

 <怡山 김광섭>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2012 친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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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유일 잠파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직후 사촌 두엇과 같이 내려갔었지요..
    예당서 어죽도 먹고 밤에 몇몇 친척과 어울려 노래방까지 갔었지만..갈증은 더했던...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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