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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살고싶다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6.06.17|조회수71 목록 댓글 0

 

 

그곳에 살고싶다 

 

 

 



완행 기차 지나가는 작은 산골에
간간히 들리는 여우 소리에
장미넝쿨 올리던 담장의 놀란 가슴에
하얀 꿈같은 박꽃 열리는 그곳에 살고싶다


소리없이 몰래 오는 어둠 못내 외로워
깊은 숨결 숨기며 작게 흐르던 시냇물
초록으로 깔깔대는 먼 숲에 돌아오고
돌담 넘는 해바라기에 팔 벌린 감나무
물같은 보조개로 피어나는 새벽에 인사하는
개여울처럼 해맑은 그곳에 살고 싶다


이슬의 눈 개던 여명의 발자욱에
저편 나무 아침으로 깨어나면
옥수수 허리 한뼘 크는
욕심없이 살아도 좋을 그곳에 살고싶다


마당에는 백합같은 깨끗한 해 오라하고
가끔씩은 배고파 쉬어가는 바람에
앞뜰에 심어논 상치 따다 주는 하늘
욕심내며 돌아올 평화로운 그곳에 살고싶다


석양 깔리는 저편 쪽박만큼 남은 하늘
요람같은 저녁 연기에 덮이면
집집마다 밥짓는 소리 정겹게 들리는
엄마의 세월같은 그곳에 살고 싶다


삽살개 오래 짓고 남은 누룽지 꼭 꼭 씹으며
밤새 별이 된 감꽃같은 님의 팔에 누워
그 밤 다 닳도록 이야기해도 좋을 그곳에
희끗한 머리채같은 슬픈 세월 묻고
깊어가는 가을처럼 오래 살아도 좋을
사랑 그 넉넉한 그곳에 살고 싶다  

 

 

- 배미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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