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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

작성자초원의 꽃향기|작성시간26.06.08|조회수60 목록 댓글 0

 

 

 

 

 

 

졸혼

 





   

수료증 하나 없지만 안녕히 가세요   

흰 베일 두르고 화관 쓰고 들어간 문   

우리라는 우리에서 별 생기듯 아이들이 생겨나  

엄마! 아빠! 이런 이름도 만들었지만   

졸혼을 선언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당신도 부상을 입은 듯   

날 궂지 않아도 자주 절뚝거렸지요   

결혼은 참 오묘하고 어려운 제도   

사랑이 기본이지만, 인내, 희생, 허위, 포기....   

이런 것도 함께 필요한 넓은 제도이지요
   

그래서 가끔 이혼(離婚)을, 혹은 해혼(解婚)을   

그런 말과 제도의 선용을 떠올려 보지만   

비겁한 습관으로, 길들임으로, 게으름으로,   

무엇보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다시 끌어안곤 했지요   

 

고양이 피하다 호랑이 만날 수도 있어   

비겁한 계산으로 온 힘을 다했지만   

실상 내 안에는 벌써 과부가 된 땅이 있는 것   

굳이 말 안 해도 당신 잘 알 거예요   

미쳐야 미친다기에 참고 허우적이다   

웅덩이만 커졌고 살림은 늘 후줄근했지요   

 

졸혼을 한다해서 더 행복한 일도 없지만   

아침에 먹은 국그릇에 남은 얼룩처럼   

그사이 맛도 향기도 식어 습관만으로 무사한   

빈 수레를 운명이라 이름할 수는 없어요   

전쟁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패잔병을 싣고   

멈추지 않고 달리는 바퀴를   

해로(偕老)라고 부르지는 않을 거예요
   

빛나는 졸업장도 진학할 상급 학교도 없고   

다음 정차역은 홀로의 광야   

그래도 그동안 수고했어요.   

결혼이여! 안녕히 가세요   

 

결혼 날 뛴 가슴처럼 졸혼 날도   

가슴이 좀 뛰긴 뜁니다   

 

흰머리 보며 이렇게 졸혼 예행시 한 편 써 둡니다 

 

 


- 문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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