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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 빨랐지. -

작성자느림보 거북이|작성시간26.06.16|조회수76 목록 댓글 1

 

 

정말( 빨랐지.)

- 이 정 록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이게 이년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녔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 이정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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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유일 잠파노 | 작성시간 26.06.16 ㅋㅋㅋㅋㅋ....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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