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밥상에서 도연명을 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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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은 여름에 무성하게 피었다가 금세 지는 무궁화를 보면서 자신이 늙어감을 염려합니다.
그것은 젊은 시절에 도를 들었으나 머리가 희어지도
록 이룬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한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나태함을 자책하며 분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일단 도연명의 <영목>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영목(榮木: 무궁화) ㅡ陶淵明(도연명)
서ㅡ
무궁화는 장차 늙어 감을 염려하는 시이다.
세월이 흘러 벌써 여름이 돌아왔지만,
젊은 시절에 도를 들었으나
머리가 희어지도록 이룬 것이 없다.
1ㅡ
무성한 무궁화나무 이곳에 뿌리를 내렸구나.
아침에는 그 꽃이 빛나더니
저녁이 되니 이미 시들었네.
인생은 더부살이 같으니
늙어 초췌해질 때가 있다네.
고요히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음속은 슬퍼진다오.
2ㅡ
무성한 무궁화나무 이곳에 뿌리를 맡겼구나.
무성한 꽃이 아침에 피어나더니
저녁이면 사라져 애석도 해라.
곧음과 무름은 사람에 달려 있고,
화와 복은 정해진 문이 없다네.
도(道) 아니면 어찌 따르며,
선(善)이 아니면 어찌 힘쓸 것인가!
3ㅡ
아! 나는 보잘 것 없는 자이니
이렇게 고루한 천성을 타고났다네.
지난 세월 이미 흘렀건만 학업은 전보다 늘지 않았네.
도와 선에 뜻을 두어 멈추지 않으려 하였으나
술에 취하여 안일함에 빠졌다네.
나의 심회여, 마음속의 가책이 슬프구나.
4ㅡ
공자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내 어찌 저버리겠는가.
마흔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못한다면
두려워할 사람이 못 된다 하였네!
내 명예의 수레에 기름칠 하고
내 명예의 준마에 채찍을 가하리.
천리 길 비록 멀다 해도 어찌 감히 가지 않으리요!
그러다가 언뜻 든 생각은 도연명이 어떤 밥을 먹었을
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진수성찬은 아니겠고 갑자기 백석 시인의 <선우사> 밥상같다는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 백석의 시
를 감상해 보면서 도연명을 오버랩 시켜 보겠습니다.
선우사(膳友辭) ㅡ백석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아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자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도연명의 <영목>은「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총 4수로 동진(東晋) 서기 404년 40세 여름에 지은 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백석 시 <선우사>는 '반찬친구에게 하는 말'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시적상황은 화자가 낡은 밥상에 흰밥과 가자미 반찬을 차려서 식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흰밥>과 <가자미>의 흰색은 하얀 마음과도 연결되면
서 도연명의 도를 닦는 마음과도 일맥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조반'은 책상처럼 생긴 장방형의 상이고,
'세괃은'은 성질이나 기세가 억센이란 뜻의 평북 방언 입니다. 참고로 한시 좋아하는 분을 위해 도연명의 <영목> 원문도 아래에 게재해 봅니다.
榮木(영목: 무궁화) ㅡ陶淵明(도연명)
序
榮木(영목)
念將老也(염장로야) 日月推遷(일월추천)已復九夏(이복구하) 總角聞道(총각문도) 白首無成(백수무성)
[一]
采采榮木(채채영목) 結根于茲(결근우자)
晨耀其華(신요기화) 夕已喪之(석이상지)
人生若寄(인생약기) 顦顇有時(초췌유시)
靜言孔念(정언공념) 中心悵而(중심창이)
[二]
采采榮木(채채영목) 于茲托根(우자탁근)
繁華朝起(번화조기) 慨暮不存(개모부존)
貞脆由人(정취유인) 禍福無門(화복무문)
匪道曷依(비도갈의) 匪善奚敦(비선해돈)
[三]
嗟予小子(차여소자) 禀茲固陋(품자고루)
徂年既流(조년기류) 業不增舊(업부증구)
志彼不舍(지피불사) 安此日富(안차일부)
我之懷矣(아지회의) 怛焉內疚(달언내구)
[四]
先師遺訓(선사유훈) 余豈云墜(여기운추)
四十無聞(사십무문) 斯不足畏(사부족외)
脂我名車(지아명거) 策我名驥(책아명기)
千里雖遙(천리수요) 孰敢不至(숙감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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