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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인생

오늘, 쉰이 되었다/이면우

작성자상현 덕비|작성시간26.06.15|조회수20 목록 댓글 0

오늘, 쉰이 되었다/이면우

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쯤 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 번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 그릇 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덧붙임

시인의 이 시는 아마도 자신의 나이 '쉰'에 쓴 시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나는 지금 예순 일곱이다. 지금에 와서 이 시를 읽어도,

맨 마지막 구절에서 가슴이 울린다.

맨날 주구장창 얻어먹기만 한 나, 마음이 메마른 나,
스님이라는 자체 하나로 말이다. 그러나, 저 깊은
보이지 않는 마음 한켠에서는 대보살 못지 않은
그 무엇?이 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 그릇 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났다."

라는 일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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